사인확인제도의 개선을 위한 단일 검시법 제안

Proposal of Comprehensive Act for Postmortem Examination to Improve Death Certification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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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Leg Med. 2020;44(3):103-114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0 August 31
doi : https://doi.org/10.7580/kjlm.2020.44.3.103
1Department of Forensic Medicine, Chosun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Gwangju, Korea
2Department of Law, Chosun University College of Law, Gwangju, Korea
김윤신1,orcid_icon, 김태은2orcid_icon
1조선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2조선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Correspondence to Youn Shin Kim Department of Forensic Medicine, Chosun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309 Pilmun-daero, Dong-gu, Gwangju 61452, Korea Tel: +82-62-230-6998 Fax: +82-62-234-4584 E-mail: ysk007fm@hotmail.com
Received 2020 April 24; Revised 2020 May 9; Accepted 2020 May 26.

Trans Abstract

It is in a country's best legal interests to guarantee the protection of the right to life within a nation's constitution. Most countries operate a postmortem investigation system to ensure compliance with their country's internal legal codes. However, Korea, which is ranked among the World's Top 10 Largest Economies, does not have its own comprehensive act or system for conducting a postmortem examination including death scene. This is a very improper situation in terms of our global status. Death certification is critical because it impacts the national vital statistics that influence health policy and crime investigation for social security. Various acts and rules for death certification and death investigation exist in Korea, but they all have one serious loophole: there is no regulation determining the circumstances under which a judicial autopsy should be performed. The authors, therefore, identify the faults in the existing legal codes regarding death certification and postmortem investigation and suggest replacement codes. The authors also propose the implementation of a single comprehensive act that includes the required qualifications for postmortem examination experts and outlines the creation of an institution responsible for overseeing death certification.

서 론

죽음은 살아있는 인간에게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고, 죽음에 관한 문제는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민감한 주제가 된다. 모든 법치 국가에 있어 인간의 생명과 그에 관련된 권리(생명권)는 법이 보호해야 할 최고의 법익이라고 간주되고 있고, 국가로서는 국민의 죽음에 있어 그 원인을 정확히 밝히는 것이 당연한 책무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 헌법은 생명권 에 관한 규정을 명시하고 있지 않으나, 그것이 너무나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이라는 역설로 이해되기도 한다. 헌법재판소는 생명권의 근거를 헌법 제10조(인간의 존엄과 가치)로 들어, “생명에 대한 권리는 비록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인간의 생존본능과 존재목적에 바탕을 둔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권리로서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로서 기능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1996. 11. 28. 95헌바1 결정).

죽음에 관한 문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소홀히 처리될 수 없고, 국민의 죽음을 적절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법적 절차에 따른 사인의 조사가 수반되어야 한다. 저자들은 죽음과 사인규명 등에 관한 국내 법령을 살펴보았고, 60여개의 법령에서 검시 또는 사인조사와 관련한 규정들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그중 핵심사항이라 할 수 있는 검시관련 규정은 범죄혐의를 중심으로 국가의 강제처분에 의한 부검에만 치중되어 있어, 절차적 정교성이나 실무적 효율성이 미흡하고, 검시담당자의 자격기준에 대한 법규정이 없거나 모호하여 죽음의 조사에 대한 전문성과 이를 운용할 전문기관에 관한 제도적 근거가 빈약하다[1].

사법부검위주의 우리 검시제도는 대륙법계의 국가들처럼 겸임검시제, 즉 수사기관으로서의 검사가 권한을 갖고, 실무는 사법경찰관이, 부검은 의사가 담당하면서, 부검을 위해서는 법원의 영장을 요한다. 이는 절차적 복잡성은 차치하고, 우리 사회에서 죽음의 조사는 소위 ‘변사’라는, 법에 정의조차 되어있지 않은 용어에만 매몰된 채, 범죄혐의의 확인에만 치중되어 있어, 사인규명 자체에 대한 관심이 낮고, 현대사회의 복잡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사인불명의 죽음, 영유아 돌연사, 업무상 사망, 교통사고, 자살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부검이 법원의 영장을 통한 사법부검에만 매달려 있어, 강제처분의 적법성 시비를 넘어, 사법기관의 과도한 업무부담은 물론, 검시의 실질적 목적 달성에 방해가 되는 요소가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죽음에 관한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규율하는 단일 검시법이 필요해진다. 이에 검시관련 현행법령의 검토를 통해, 사인규명을 위한 통상적 절차로서의 사망진단서 발급, 범죄와 관련 없는 죽음에 대한 행정검시, 감염병 관련 사망에 대한 행정부검, 사법기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한 범죄관련 사망에 대한 사법검시 등 모든 죽음에 대한 정확하고 신속한 사인규명의 절차를 바탕으로, 사인확인제도의 개선과 바람직한 검시제도의 확립을 위한 단일 검시법의 필요성과 그 원론적 내용을 제안하고자 한다.

본 론

우리나라의 사인확인제도는 임상의사의 사망진단에 의한 사인입증을 근간으로, ‘변사’라고 지칭되는 죽음에 대해서는 경찰의 개입을 통한 검안, 수사기관의 판단에 의해 실시 여부가 결정되는 부검, 그리고 질병관리본부, 지방자치단체 등에 의한 행정적 목적에서의 해부명령을 포함한다. 오늘날 임상의학과 진단기법의 눈부신 발전으로 우리의 임상의료는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으나, 사인입증을 위한 법제도는 아직도 낙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임상의사에 의한 사망진단서의 경우를 보면, 의학교육과정에서의 법의학 훈련 부족과 사망증명에 대한 제도적 무관심 으로 인해 현재 발급되고 있는 사망진단서의 내용적 충실성과 의학적 정확성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것이 시체검안서로 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사인 진단의 의학적 한계로 인한 문제도 없지 않으나, 사망진단서(시체검안서)에 대한 의료법 규정의 미비 또한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해부에 대해서도 여러 법에서 규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심각한 허점이 드러난다. 개별법마다 각각의 관심과 필요에 의해 관련 규정을 두고 있을 뿐으로, 결정적 흠결은 각 법의 목적에 따른 해부를 담당할 전문인력의 자격에 대한 규정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시체해부법에서 요구하는 해부의 자격은 지나치게 엄격한 반면, 사법부검을 담당할 전문가의 자격기준은 전혀 없음이 단적인 예이다. 이러한 허점은 행정검시나 해부명령에 있어서도 유사하다.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에서 드러나듯, 감염병 관련 사망에 대해서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유족의 동의하에 해부명령에 의한 부검을 통해 사인규명을 실시할 수 있으나, 아직 우리 사회는 이러한 상황에서의 사인규명에 익숙하지 못하여 혼선이 야기된다[2].

그로 인해, 사인규명이 필요해지는 상황에서는 법원의 영장을 통한 강제처분으로서의 부검, 즉 사법부검이 유일한 수단으로 남는다. 사법부검은 범죄혐의를 중심으로 한 사인규명제도로서, 우리 사회가 사인규명의 수단으로 여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여러 부작용을 가져온다. 그것이 시체의 압수를 통한 강제수사의 일부임에도, 사법부검의 대상임을 판단할 구체적인 법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 및 유족의 권리가 충실히 보장받지 못한 채, 애매한 법적 근거에 의해 혹은 판례의 명시적 내용에 반하여 강제처분의 허가장인 압수수색검증영장이 청구되고, 발부되고 있음은 죽음의 조사에 대한 우리 법령의 한계를 드러낸다. 따라서 이러한 법규정의 미비점을 검토하여 향후 필요한 검시법 내용의 근간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1. 사망진단서(시체검안서) 관련 법령

사인을 입증하는 의료문서에는 사망진단서와 시체검안서가 있다. 이에 관한 의료법 규정은 제17조(진단서 등)이고, 거기에는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아니면 진단서·검안서·증명서를 작성, 교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사망진단서는 여러 진단서 중의 하나로 취급된다. 이는 의료법시행규칙 제10조(사망진단서 등)로 연결되면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발급하는 사망진단서(시체검안서)는 별지 제6호서식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망진단’과 ‘시체검안’이라는 내용적으로 매우 다른 업무를 같은 한 장의 문서에 기재하도록 하면서, 그 기재사항에 대한 특별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은 채 별지 서식을 채 우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실무상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두 문서가 사망을 증명하는 문서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사망진단서는 치료 중인 환자가 사망한 경우에 진료담당의사에 의해 발급되고, 검안서는 사망한 채 발견된 시체에 대해서 발급되는 것으로 지역병원 응급실이나 경찰공의로 지정된 개원임상의사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3]. 또한 사망진단서는 사망의 사실과 함께 사인이 중심내용이 되지만, 시체검안서는 사인보다는 사망의 사실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적인 차이가 분명하여, 이들 두 상황에서의 사인 판단은 본질적 차이를 인정하고 문서의 양식부터 구별해야 한다[3,4].

의료법시행규칙 제10조 별지 제6호서식의 기재사항은 인구동향조사규칙(제4조, 조사항목)에 근거한다. 거기에 사망자의 인적사항과 사망일시, 사망장소, 사망종류, 사망원인, 신체상황, 발병부터 사망까지의 기간, 의사명, 수술 및 해부소견, 병원명, 병원주소, 병록번호를, 외인사인 경우에는 사고종류, 의도성 여부, 사고일시, 사고지역, 사고장소 등을 조사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그 내용이 그대로 우리의 현행 사망진단서(시체검안서) 양식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정작 의료법시행규칙(제10조)에는 사망진단서의 구체적인 기재사항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이, 인구동향조사규칙(제4조)의 내용을 담아 별지의 빈칸을 채우는 형식으로 기재하도록 하고 있어, 그것을 작성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기재해야 하는지 파악하기 어렵고, 이는 곧 사망진단서와 시체검안서의 기재내용의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3,58].

구 의료법 제17조는 ‘진단서 등’이라는 조항에 진단서·검안서·증명서·처방전을 함께 규정하고 있었으나, 최근의 개정(2019. 8. 27.)에서 처방전 항목이 제17조의2로 분리되었다. 이처럼 의료법의 사망진단서 조항도 진단서·증명서 조항으로부터 분리시키고, 일반진단서나 상해진단서에 대해 의료법시행규칙 제9조(진단서의 기재사항)에서 요구하는 것처럼 그 기재사항을 법에 명시해야 하며, 사인 판단에 대한 의학적 근거를 설명하게 해야 한다. 사망증명서의 발급 목적은 개인의 사인증명을 넘어 국가 통계자료의 원천으로도 사용되므로, 문서에 담기는 내용은 적어도 한 국가 안에서는 모든 의료인과 의료기관을 통해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4].

여러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검안의 자격도 혼란스럽다. 의료법 제17조가 진단서·검안서·증명서를 함께 규정하고 있다 보니, 거기에 의사와 함께 치과의사, 한의사가 포함되어야 하는 구조이고, 진단서와 증명서에 대해서는 치과의사와 한의사도 의료법상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관련성이 인정된다 할 것이나, 그것이 검안서로 가면 검안의 자격에 대한 법해석에 있어서 치과의사와 한의사에게도 당연히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혼선을 야기한다. 의료법 제17조를 문자대로 해석하면 모든 의사는 물론, 치과의사, 한의사도 검안의 자격을 갖는 것으로 유추되나, 행정검시규칙(제3조)과 범죄수사규칙(제34조)에서는 의사의 검안이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여러 법령에서 정하는 검시의 자격에 대한 혼란이 불가피해진다[9].

의료법과 시체해부법 외에도 검안에 대한 규정은 여러 법령과 관련된다. 감염병의 예방조치로서(감염병예방법 제49조), 식중독 환자나 식중독이 의심되는 환자의 사체(식품위생법 제86조), 결핵환자의 사체(결핵예방법 제8조), 에이즈 감염인의 사체(에이즈예방법 제5조), 업무상 사망의 인정에 관하여 이의가 있을 때 심사나 중재를 위하여(근로기준법 제88조), 선원의 직무상 사망의 인정을 위해 필요한 경우(선원법 제104조),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급여를 받는 수급자가 사망한 경우(기초생활보장법 제14조), 자동차 보험진료수가의 심사청구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자동차손배법 제22조)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검안만으로는 감염병이나 식중독, 업무상 사망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들 규정은 매우 형식적인 선언에 머물고 만다[1].

검안은 사법기관에 의한 검시에서도 요구되고, 매우 중요한 공적 기능을 담당한다.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52조(검시의 주의사항)에서, 의사의 사체검안서를 요하고, 범죄수사규칙 제34조(검시의 요령과 주의사항)에서도 의사를 통한 검안서 작성을 규정하고 있다. 이때의 검안은 사법부검의 전단계로서 변사 여부의 판단과 부검의 필요성이 결정되어야 하므로 상당한 전문성을 요하는 업무일 것이나, 그에 관한 구체적인 자격기준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1]. 이러한 사정은 의료법 제17조(진단서 등)에서 사망진단서·검안서 항목을 독립시키고, 사망진단서와 시체검안서의 문서양식과 내용을 분리하며, 두 문서의 발급 자격을 달리해야 할 필요성을 재차 강조해준다.

사인입증제도와 관련된 또 하나의 허점은 부검감정서의 법적 지위이다. ‘변사’라고 지칭되는 죽음에 있어서는 상당수가 부검이 이루어질 것이고, 사망진단서나 시체검안서보다는 부검감정서가 사인입증의 관점에서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데, 우리 현행법은 부검감정서를 사인입증문서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다만, 감염병예방법시행규칙 제47조(보상의 신청 등)에서 ‘부검소견서’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학교안전법시행규칙 제2조의3(공제급여의 지급제한 등)에서 ‘부검결과’라는 명칭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앞서 지적한 바, 시체검안서의 내용적 충실성이나 의학적 신뢰성은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6,7], 현행법상 사망의 신고는 사망진단서나 시체검안서를 통하도록 하고 있다. 검안만으로는 사인을 밝히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또한 검안에서는 사망자의 병력과 사망의 정황에 대해 가족의 진술에 주로 의존하므로, 추후 장례절차에 대한 유족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유족과 주변인의 입장이 크게 반영될 여지가 높다. 특히 시체검안서에 는 의학적 판단 근거가 취약하거나 모호한 사인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검안의 실무적 한계를 인정하고, 검안을 통해 합리적 사인규명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부검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하며, 그에 더하여 사인입증의 문서로 ‘부검감정서’를 법에 명시해야 한다. 부검이 시행된 죽음에 대해서는 부검감정서로써 이미 발급된 사망진단서, 시체검안서를 갈음하게 하고, 부검을 집도한 법의의사에게 부검감정서와 함께 사망진단서를 발급하게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사망진단서를 통한 사인규명이 불가능한 죽음, 즉 사인불명의 모든 죽음에 대해서, 법의의사에 의한 전문적 검시가 이루어지게 하고, 그 검시를 통해서 독물학적 검사와 부검 등 사인규명의 구체적 수단과 절차가 결정되게 해야 한다.

사망진단서의 문서로서의 형식에도 문제가 있다. 현행 사망진단서는 World Health Organization이 정한 국제표준양식을 근간으로 번역되어 사용되고 있으나, 그 과정에서 주요 부분의 변형 혹은 누락이 발생하였다[10]. 사인의 기재란 중, I부와 II부의 구별이 대표적이다. 국제표준양식은 I부에 ‘직접사인’을 기재하고, II부에 직접사인과의 의학적 인과관계는 성립되지 않지만 사망에 관여한 사인, 즉 ‘기여사인’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으나, 우리 법은 몇 차례의 개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그러한 구별이 사라진 채, ‘직접사인과 관계없는 그밖의 신체상황’이라고 표현되면서, 실제 문서를 작성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그 취지를 파악하기 곤란하게 되었고, 이는 사인통계에 대한 국제적 비교를 위해서도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2. 검안, 해부(부검) 관련 법령

검안과 해부(부검) 관련해서도 여러 법령들이 유사 규정들을 갖고 있고, 먼저 검안 관련 규정을 살펴본다.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52조(검시의 주의사항)에는 변사자의 위치, 상태 등 현장 보존, 의사를 통한 사체검안서 작성 등을 규정하고 있다. 범죄수사규칙 제32조(검시의 대행)는 사법경찰관은 검시를 함에 있어 의사를 참여시켜야 하고 의사의 검안서를 검시조서에 첨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6조(검시에 연속된 수사)는 검시의 결과 범죄에 기인한 사망으로 인정될 때에는 수사를 개시하여야 하고,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아 검증을 하되 의사에게 시체의 해부를 위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감염병이나 식중독과 관련해서도 검안이 규정되어 있다. 감염병예방법 제11조(의사 등의 신고)는 감염병환자의 사체를 검안한 경우와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자의 사체를 검안한 경우에 보건소장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규정이 결핵예방법 제8조, 에이즈예방법 제5조, 식품위생법 제 86조(식중독에 관한 조사 보고)에도 있다. 결핵과 관련해서는 의사 및 의료기관 종사자가 결핵환자의 사체를 검안한 경우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고, 에이즈와 관련해서는 감염인의 사체를 검안한 의사 또는 의료기관은 신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식품위생법은 식중독이 의심되는 사체를 검안한 의사 또는 한의사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입법의 목적에 따라 법령마다 검안의 자격에도 차이가 보인다. 의료법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에게 검안의 자격 혹은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다른 법령에서는 필요에 따라 의사, 의사 또는 한의사라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환자의 사망을 진단한 경우와 시체를 검안한 경우를 같은 맥락에 두고 있음에서 드러난다. 진단된 식중독 환자의 사망에 있어서의 사인 판단과 이미 사망한 시체에서의 식중독의 진단은 전혀 다른 업무가 될 것임에도, 법규정이 이런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는 입법상의 편의가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망진단서와 시체검안서를 구별하지 않는 의료법의 상황과도 맥락이 닿는다.

해부와 관련된 법규정으로는 시체해부법 제2조(시체의 해부), 시체해부법 제9조(연구를 위한 해부), 감염병예방법 제20조(해부명령), 검역법 제15조(검역조치), 형사소송법 제222조(변사자의 검시), 제140조(검증과 필요한 처분), 제173조(감정), 그리고 제139조(검증, 법원의 검증) 등이 있다. 그러나 해부의 대상과 목적, 명령권자, 해부집도의 자격 등을 살펴보면 그 기준이 매끄럽지 못하거나, 관련 사항을 전혀 담고 있지 못한 경우가 있다.

시체해부법(제1조, 목적)은 사인의 조사와 병리학적·해부학적 연구를 적정하게 함으로써 국민 보건을 향상시키고 의학(치과의학과 한의학 포함)의 교육 및 연구에 기여하기 위하여 시체의 해부 및 보존에 관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면서, 제2조(시체의 해부)에서는 사법부검과 행정부검을 포함시키고 있고, 이는 제1조 전단의 ‘사인의 조사’와 관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시체해부법 제2조(시체의 해부)와 동법 시행령 제2조(시체해부자의 자격)에는 시체해부가 필요한 경우 또는 허용되는 경우를 정하고 있고, 그에 관한 해부집도자의 자격을 규정하고 있다. 해부의 자격으로는, (1) 시체의 해부에 관하여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의사(치과의사 포함), (2) 의과대학(치과대학, 한의과대학 포함)의 해부학·병리학 또는 법의학을 전공한 교수·부교수 또는 조교수와 그 지도를 받는 학생 등이 있다. 그에 더하여 해부를 할 수 있는 경우로는, (3) 시체해부명령에 의한 해부, (4) 형사소송법에 따른 해부, (5) 검역조치로서의 해부 등이 있다. 그러나 시체해부법은, 시체의 해부에 관하여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의사(치과의사 포함)로서, 종합병원의 전속전문의로서 5년 이상 재직하였어야 하며, 의과대학(치과대학 포함) 또는 종합병원에 재직하고 있어야 하 고, 소속기관에 설치된 시체해부심의회에서 진료과목별 특성에 따른 해부시행의 적정성에 관한 심의를 거치도록 정하고 있어, 해부의 자격과 요건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필요 이상으로 기준이 높다는 지적[1]이 있는 반면, 형사소송법에 따른 해부나 검역조치로서의 해부에 대해서는 전혀 자격기준을 갖고 있지 않다.

해부의 자격에 대한 규정은 감염병예방법에도 있다. 감염병예방법 제20조(해부명령)에, 질병관리본부장은 국민 건강에 중대한 위협을 미칠 우려가 있는 감염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의심이 되어 필요한 경우 시체의 해부를 명할 수 있고, 이때 감염병 전문의, 해부학, 병리학 또는 법의학을 전공한 사람을 해부를 위해 지정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검역법 제15조(검역조치)에 의해서도 해부명령이 내려질 수 있으나, 해부의사의 자격에 관한 사항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1]. 결국 감염병이나 검역감염병으로 인한 사망에 대하여는 감염병예방법 또는 시체해부법에서 정하는 해부의 자격을 준용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체해부법의 자격기준은 의학교육 및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규정이다.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죽음과 국가적으로 중대한 위협이 될 우려가 있는 감염병에 대한 사회 안전장치로서의 해부명령을 수행할 전문가에 대한 구체적인 자격기준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해부의 자격기준에 대한 입법 미비는 사법부검의 영역에서 더욱 심각해진다. 변사자 및 변사의 의심이 있는 시체에 대하여는 지방검찰청 검사가 검시하여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규정(제222조)에 따라 ‘검증과 필요한 처분’(제140조), 그리고 ‘감정’(제173조)의 형태로서도 시체해부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경우의 해부는 훨씬 더 엄격한 자격기준이 요구되어야 할 것이나, 우리 검시제도의 주요 축을 이루는 사법부검에 대한 자격이 없다. 시체해부법에서 형사소송법에 따른 해부를 규정하고 있음에 기대어, 시체해부법이 정하는 해부의 자격을 준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해석된다. 시체해부법이 그 목적에 따른 해부의 자격을 규정하고 있음과 같이, 형사소송법도 그 목적에 따른 해부의 자격을 규정하거나 아니면 어떤 근거법령에서 자격기준을 가져올 것인지 명시해야 한다. 더불어 사인불명의 변사체로 발견되어 사법부검의 절차를 따라 부검이 시행되었다가 감염병이 확인되는 경우, 혹은 에이즈 감염인이나 결핵환자로 밝혀진 경우 등, 개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신고의무와 관련한 사후 절차에 대한 종합적 고려가 필요하다[1].

3. 행정검시와 해부명령의 실태

행정검시규칙은 그 목적을 시체처리절차의 간소화와 업무처리의 신속을 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칙의 ‘행려병 사자’는 ‘변사자’라는 용어의 판박이이다. 행려병사는 변사의 일부가 될 것이나, 행려사망을 변사로부터 구별하는 기준은 없다. 행려자의 사망에는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 알코올 등 약물 남용관련 사망, 기아사, 저체온사 등이 포함될 것인데, 이렇게 여러 가능성이 있는 죽음을 의미나 범위가 불명확한 용어 하나만으로 규정하여 처리하고 있음도 문제이다. 행정검시규칙의 목적에 비추어, 행정검시란 사법검시에 편중되는 업무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로 이해된다. 이는 범죄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사망에 대하여 경찰서장이 권한을 갖고, 내용적으로는 의사의 검안을 거쳐 행정검시조서를 작성하는 것인데, 검시전문가라 하더라도 시체의 외표검사(검안)만으로 범죄혐의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9].

행정검시에 있어서도 검시를 행할 자의 자격 기준은 드러나지 않는다. 이 규칙에서의 검시는 의사의 검안을 거쳐 지구대장이 행정검시조서를 작성(제3조)하는 것이고, 그 결과 범죄가 의심되면 즉시 사법검시로 이관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검시의 결과 범죄의 혐의는 발견되지 않으나, 사인을 알 수 없는 경우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9]. 검안서의 발급실태에 비추어 짐작컨대, 범죄혐의가 없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므로, 검시업무의 간소화와 신속이라는 행정검시의 목적에 봉사하여 의학적 근거가 없는 사인이 오직 추정만으로 검안서에 담길 여지가 높다.

해부명령에 있어서도 해부의 자격에 관한 규정은 부실하다. 현행법상 해부의 자격은 시체해부법(제2조 시체해부)과 감염병예방법(제20조 해부명령)에 있다. 두 법에 따르면 치과의사를 포함한 의사, 한의과대학을 포함한 의과대학 교수, 감염병 전문의, 해부학, 병리학 또는 법의학을 전공한 사람이 해부의 자격을 갖는다. 그러나 시체해부법에서의 해부자격은 해부를 맡을 수 있는 전문가로서의 적극적 자격인정이라기 보다는, 해부를 해도 법이 간섭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자격인정으로 해석된다. 시체해부법은 위와 같은 해부자격에 대한 일반적인 기준 말고는, 시체해부법 제6조의 내용인 시체해부명령에 대해서도 해부의 자격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감염병예방법은 감염병 전문의, 해부학, 병리학 또는 법의학을 전공한 사람을 해부를 담당하는 의사로 지정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동법 시행규칙(제17조, 해부시설 기준 등)에서는 지정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누락하고 있고, 검역법 제15조(검역조치)에도 검역감염병 관련 해부에 대한 자격 규정을 갖고 있지 않다.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시체해부법(제2조)와 감염병예방법(제20조)이 규정한, 시체의 해부에 관하여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의사(치과의사 포함)와 의과대학(치과대학과 한의과대학 포함)의 해부학·병리학 또는 법의학을 전공한 사람(또는 교수), 그리고 감염병 전문의가 행정부검에서의 시체해부에 대한 자격을 갖는 것으로 유추될 수 있을 따름이다[9]. 여러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검안 및 해부 의 자격은 Table 1과 같다.

Legal codes for qualification of PM inspection and examination

현행법상 보건복지부장관,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해부명령을 통해 부검을 실시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갖지만, 현실에서는 이들 죽음이 변사라는 명칭 아래 경찰에 신고되므로, 경찰은 행정검시와 사법검시를 가를 기준조차 없이 죽음에 대한 조사를 담당하고 있다[11]. 그러나 경찰은 사법적 기능뿐만 아니라 사회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행정적 기능을 담당하며, 범죄 관련 죽음에 대한 사법검시는 물론 사인 불명의 죽음에 대한 사인규명 절차로서의 행정검시도 경찰의 업무에 속한다. 이를 좀 더 적극적으로 행정경찰의 업무로 규정하고, 기존의 행정검시와 행정부검을 연계하여, 영장을 통하지 않는 사인규명 절차로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4]. 또한 사법기관의 검시업무에 범죄혐의의 규명을 넘어, 사인규명 자체가 검시조사의 목적에 포함됨을 명시해야 한다.

4. 부검을 위한 영장제도의 실태 및 개선 방향

우리 헌법 제12조(신체의 자유) 제3항과 제16조(주거의 자유)에 규정된 영장주의는 법관이 필요성을 심사하여 강제처분을 허가함으로써 실체적 진실발견과 인권보장의 2대 요구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대상자의 불응으로 임의수사가 불가능할 때 강제수사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되며, 대상자에게 이를 제시함으로써 강제처분의 범위를 명확히 할 수 있게 한다[12]. 이와 같은 헌법 규정에 따라 수사기관의 검증에는 원칙적으로 영장을 필요로 하고, 검증에는 사체의 해부, 분묘의 발굴 이 포함된다. 일반영장의 금지가 원칙이므로, 압수·수색·검증영장에는 피의자의 성명·죄명,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신체·물건을 특정하여야 하고, 영장의 집행에 있어서는 처분을 받는 자에게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13]. 영장처분의 대상을 특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압수수색의 대상이 특정되지 않으면 강체처분의 남용 우려로 인해 영장이 기각될 수 있고, 영장이 발부되어 압수수색을 실시하더라도 절차적 위법성으로 인하여 압수물의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압수물의 특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1) 범죄사실과의 관련성 소명, (2) 압수할 물건의 명칭·수량·형상 등의 구체적, 개별적 기재, (3) 압수하고자 하는 물건의 객관적 특정 등이다[14].

변사체의 부검을 위해서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영장을 필요로 하고, 범죄수사규칙 제36조(검시에 연속된 수사)에서는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범죄와의 관련성이 있는 죽음에만 해당하는 강제처분임에도 불구하고, 자살이나 사인 불명의 시체 등, 판례가 범죄로 인정하지 않는 죽음에도 영장이 집행되고 있고, 범죄와의 관련성을 확인할 수 없어 부검이라는 강제처분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4]. 이렇듯 부검을 위한 영장의 집행에 있어서는 구조적 모순이 드러난다. 범죄의 피해자로서 사망자(변사자)는 영장상에 특정된 죄명에 대한 강제처분의 당사자가 아니고, 영장을 제시받을 수 없는 본질적 불능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15]. 범죄의 피해자가 그 범죄와 관련한 강제처분의 당사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체포나 구속 등 다른 영장처분의 경우와는 전혀 다른 상황을 초래한다. 예컨대 뺑소니 교통사고에 희생된 피해자가 사건의 증거채증과 범죄혐의 입증을 위해 강제처분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한다. 가해차량은 소유자로부터 임의제출을 받으면서, 피해자의 시체는 압수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정교한 입법이 필요하다. 범죄의 혐의가 없는 죽음의 경우, 즉 사인규명만을 목적으로 하는 부검에 대해서는 영장을 통한 강제수사가 아닌, 유족의 동의에 의한 사인규명이 이루어져야 하며, 유족이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만 영장을 통한 강제처분으로서의 부검이 시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국가적 필요성에 의한 강제처분에 관한 사법기관의 책임과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에 의한 부검 거부의 권리가 충돌하는 경우, 제3자인 법관을 통해 그 이익의 비례성을 검토하여 부검의 시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4].

판례(대법원 1984. 3. 13 선고 83도3006 판결)는 범행 직후의 범죄현장에서 법관의 검증영장 없이 검증을 한 후 작성한 검증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 판사의 영장없이 검증을 실시한 후 사후 검증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경우 … 검증조서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는 2007년 개정된 형사소송법(제308조의2, 위법수집증거 배 제)에서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판례나 법규정에 비추어, 영장 없는 부검에 대한 수사기관의 거부감은 수긍이 간다. 그러나 임의제출물의 증거능력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므로, 유족이 부검을 요청하거나 동의한 경우라면 영장이 제시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부검을 통해 얻어진 자료의 증거능력은 부정되지 않는다[15]. 감염병예방조치나 검역조치로서의 부검에서처럼, 특히 범죄와 관련이 없는 죽음은 유족의 동의를 통해 부검을 실시해야 한다. 자칫 강제처분에 대한 억지를 통해 인권침해를 막겠다는 영장주의가 오용되어, 사인규명이 필요한 모든 죽음이 강제처분의 대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4]. 영장의 청구에는 보통 하루 이상이 소요되므로, 이는 부검의 지연을 초래하여 사인규명에 악영향을 끼침은 물론, 유족의 장례절차를 지연시키는 불합리한 악순환의 반복을 가져온다.

검시와 관련된 우리의 현행법에서 가장 근본적인 잘못은 소위 ‘변사’라는 용어에 있다. 그 사전적 정의는 ‘예기치 않은 사고나 재난으로 죽음’이다[16].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222조(변사자의 검시), 형법 제163조(변사체의 검시방해), 의료법 제26조(변사체 신고), 시체해부법 제7조(변사체의 검증) 등, 현행법 어디에도 변사에 대한 정의는 없다. 오직 2019년 시행된 변사사건처리규칙 제2조(정의)에서 “변사란 자연사 이외의 다음 …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망으로 그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죽음”을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 또한 변사를 ‘부자연한 사망으로서 그 사인이 분명하지 않은’ 죽음이라고 정의하는데, 현재 변사를 중심으로 한 부검은 사인이 분명하지 않아 자연스러운 사망인지 부자연스러운 사망인지를 확인하고자 경우가 많으므로 영장을 통한 부검의 절차적 정당성에 논란이 발생한다. 그 의미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변사’로 지칭되는 죽음은 의료법에 의해 경찰서장에게 신고되고, 경찰서장은 이를 형사소송법상 검시의 권한을 가진 검사에게 보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죽음의 조사를 위해 동원되어야 할 수단과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검시전문가의 의견이 개진될 절차가 전혀 없이 부검 여부가 결정되므로, 강제처분이 남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절차적 복잡성과 시간의 지연은 오히려 검시의 목적 달성을 방해하기도 한다[1].

사망진단서의 문서형식상의 문제를 지적한 것처럼, 영장의 형식과 발부실태에도 문제가 있다. 영장의 양식에는 ‘검증할 장소’와 ‘집행장소’가 구분되어 있음에도, 실무에서는 검증의 대상이 되는 장소와 검증행위, 즉 부검이 이루어지는 물리적 공간을 구별하지 못한 채, 검시기관의 부검실을 검증할 장소로 적시한 영장이 남발되고 있다. 또한 영장에 적시된 사항 중, “범죄수사에 필요하고,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으며,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으므로 압수, 수색, 검증을 한다.”는 내용은 형사소송법 제215조(압수·수색·검증)에 따른 것으로, 자살, 신원불상자의 사망, 사인 불명의 사망에 대한 부검과 충돌한다. 사인규명이나 신원확인만을 요하는 부검에 있어서, 그리고 혹시 모를 범죄와의 관련성을 확인하고자 청구하는 부검의 허가장이, 범죄수사의 필요성을 단정하고 있고, 있지도 않은 피의자의 범죄행위에 대한 의심을 승인하고 있기 때문이다[4].

5. 검시전문가의 양성 및 검시전문기관의 필요성

사인의 확인을 위한 죽음의 조사가 중요한 국가사무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업무를 수행할 충분한 자격을 갖춘 전문가를 확보하고 그들의 일터로서 전문기관을 운영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도입되어야 할 제도의 골격은 복잡하지 않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여러 전문과목(의료법 제77조,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제3조) 중의 하나로 법의전문의를 도입할 수 있다. 그와 함께 현재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같은 독립된 검시전담기관을 설립하고, 이들 검시전문가와 그 소속기관이 담당할 업무의 범위, 책임과 권한에 관한 입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저자는 근이영양증이라는 유전질환을 앓다 사망한 환자에 대해 사법부검을 집도한 경험이 있다. 그 죽음이 사법부검의 대상이 된 이유는 같은 병을 앓던 친형의 사망에 있어 친부가 인공호흡기를 불법적으로 제거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던 과거사 때문이었다. 부검결과 사인은 근이영양증으로 인한 호흡장애였다[17]. 변사자는 그가 늘 취하던, 방벽에 기대어 앉은 자세에서 평소 보다 약간 더 기울어진 체위를 취한 채 발견되었고, 부검을 통해 폐부종과 심부전의 소견이 확인됨으로써, 사인에 대한 판단이 내려질 수 있었다. 검시전문가로서도 그가 맡은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여러 정보를 필요로 하고, 그중 필수적인 것이 변사자의 ‘과거 병력’과 ‘현장 상황’이다. 그러나 현행 우리의 검시제도에서는 법의의사가 이 두 가지 주요 정보를 직접 획득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수사기관은 강제처분으로서의 부검을 의뢰함에 있어서 법의의사와의 업무상의 관점과 전문성의 차이로 인하여 서로 주목하게 되는 핵심사항에 대한 시각차가 있어, 법의의사의 입장에서 중요하게 확인되어야 할 소견의 확보가 여의치 않아 업무 효율성이 크게 저해되기도 한다. 검시에 관한 법의학의 본질적인 역할은 사인규명을 위해 어떤 정보가 확보되어야 하는지, 검안과 부검 등 어떠한 수단이 필요한지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반면, 경찰과 검찰은 수사와 기소의 이해를 갖고 있는 자로서, 범죄에 관한 선입견으로 인해 사건의 현장에서 시체를 객관적으로 관찰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므로, 공정한 제3자에 의한 죽음의 조사를 위해서는 형사소송법을 개정하거나 검시법을 제정하여 검안을 담당하는 의사의 자격을 병리전문의 또는 법의학자로 제한하고 검시의 주체를 법의전문의로 하자는 주장도 있다[18]. 죽음의 조사를 전담하는 검 시전문기관의 설치 필요성은 명백하다. 검시전담기관의 직접 조사를 통해 서류조사만으로 사인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와, 검안만으로 사인이 입증되는 죽음, 부검을 거쳐야만 사인 판단이 가능한 사건의 분류를 담당하게 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강제처분으로서의 영장을 통해 부검이 집행되게 함으로써 검시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찰, 검찰, 법원의 업무분담도 합리적으로 조정해 나갈 수 있다[17].

사법검시 위주의 우리나라에서, 검시에 관한 현행 제도는 불비한 법령으로 인해 필요한 부검이 누락되기도 하고, 복잡한 절차로 인해 부검이 지연됨으로써, 오히려 검시의 본질적 목적 달성에 방해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검사, 경찰, 판사, 의사 등 여러 사람에게 책임이 분산됨으로써 검시의 신속성은 물론 그 정확성마저도 위협받고 만다. 검안과 부검을 포함하는 검시가 절차적으로 수사에 종속된 듯 운용되고 있어 초동수사에서 범죄임이 밝혀지거나 범죄와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된 시체에 대하여만 검시가 이루어짐으로써, 전염병의 역학조사, 직업병이나 재해로 인한 사망 등에 대한 검시의 공익적 기능은 간과되고 있다[19].

검시제도는 급속한 고령화와 관련한 사회적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고령자들은 여러 지병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평소 별다른 증상 없이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다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경우에 사인 판단은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일선에서 사망진단서 또는 시체검안서를 작성하는 많은 의사들이 실제로 고민하는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노쇠’라는 사인의 진단이 가능하지만, 이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따르면 기전이 불명확한 사인에 해당하여 이러한 사망통계가 많아지는 것은 국가 사인통계의 품질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또한 고령자들의 요양병원 입원이 급증하고 있고[20], 입원 중의 사망과 관련하여 사인 판단에 다양한 상황이 개입되기도 한다. 입원 중의 흡인성 질식, 침상 낙상으로 인한 두부손상, 골절 등으로 인한 합병증의 발병과 관련한 사망에 있어서는 사인 판단 및 사망 종류의 결정에 대하여 전문적인 의견이 필요해진다. 그러나 현행법대로라면 이들 사망은 소위 변사의 범위에 해당될 수밖에 없어 경찰에 신고되어야 한다[9]. 이러한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발급된 사망증명서를 내용적으로 검토하여, 사인과 사망 종류의 판단의 적절성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수정의견을 통해 보다 정확한 의학적 판단이 내려질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춘 검시전담인력을 두고, 검시전담기관을 운영해야 한다[17]. 저자가 연수과정에서 직접 경험한 캐나다 마니토바주의 검시법은 이러한 시설내 사망을 수석법의관사무소에 통보하도록 하고, 진료기록 및 사망진단서를 검토하여 수석법의관이 추가 조사의 필요성 여부를 판단하고 결정하고 있다.

고 찰

대법원은 사람이 자신의 신체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는 인격권적인 성질의 것으로서, 자신의 유체에 대한 사후처리에 관한 한, ‘사후적 인격보호’의 한 내용으로서 법적 효력을 가지며, 인간의 존엄은 그의 사망에 의하여 완전한 무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고, 살아있는 사람에 대한 인격 보호의 필요는 사망으로 인하여 완전히 소멸하지 않으므로,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는 사후에도 계속 존재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 또한, 생명권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례(헌재 1996. 11. 28. 95헌바1 결정)는 이를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권리로서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라고 하였다. 따라서 죽음을 조사한다는 것은, 개인의 생명권의 침해여부를 가리려는 국가적 노력임과 동시에, 그 침해가 범죄에 의한 것은 아닌지의 확인과 함께, 죽음과 관련된 여러 사회제도적 관계, 감염병 차단 등에서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며 여러 지역에서 감염과 사망을 양산하고 있는 감염병(코로나19)이 창궐하고 있는 요즘, 어느 지역에서 시체가 발견되면, 그 조사의 권한은 현행법상 질병관리본부장(감염병예방법 제20조), 지방자치단체장(감염병예방법 제49조), 보건복지부장관(시체해부법 제6조)에게 있거나, 사인 불명의 시체로서 변사로 경찰에 신고되어 형사소송법(제222조)에 따라 검사에게 검시의 권한이 돌아간다. 그러나 죽음의 조사에 관한 현행법에서는 사건의 관할을 가를 주체에 대한 규정이 없다. 해외여행경력이 있거나 이상증상이 있다는 신고가 있으면 질병관리본부가, 변사로 신고되면 경찰이 맡게 되겠지만, 이는 사인의 규명과 감염병의 차단이라는 검시의 본질적 목적에 비추어, 매우 허술한 법규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시체해부법 제11조(이상 발견시의 조치)에 따르면, 시체를 해부하면서 범죄와 관련이 있다고 인정되는 이상을 발견하였을 때는 경찰서장에게,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지방자치단체장 등에게 그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고 정하여 부검과 관련된 사후조치가 규정되어 있으나, 변사체에 대한 사법부검의 결과 사인이 ‘감염병’으로 확인된다면 어떤 사후절차가 요구되는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1]. 또한 감염병예방법 제20조의2(시신의 장사방법 등)에 따라, 감염병 환자 등이 사망한 경우(사망 후 감염병병원체를 보유하였던 것으로 확인된 사람을 포함) 감염병의 차단과 확산 방지 등을 위하여 시신의 장사방법 등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감염병예방법시행규칙 제17조의2(시신의 장사방법 제한 대상 등)에 의해 ‘화장이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가 아니면 화장으로만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앞선 사례처럼 감염에 대한 정보도 없고 사인도 불분명하거나, 감염 이 확인되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한 사망임을 확신하기 어려운 경우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 다중의 위협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소수의 권리가 지나치게 침해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2]. 우리 사회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며 유사한 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 감염병 환자의 시신에 대한 방역 조치로서의 화장은 유족의 입장에서는 장례 방법에 대한 권리의 침해가 되므로 정확한 사인의 규명이 중요해진다. 최근 메르스 관련 소송에서 어떤 유가족은 “정부가 법률적 근거 없이 메르스 환자 시체의 부검을 금지하고 시체를 화장 처리한 것은 망인과 유족의 시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구체적 법률 근거 없이 시신을 화장 처분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정부가 망인의 시체를 화장으로 처분한 것은 감염병의 차단과 확산을 방지해 유족과 일반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정당하다”고 판시하였고, 유가족의 동의를 받았을 가능성도 높다고 추정했다[2]. 이 사건에서 보듯, 치명적인 감염병의 확산을 차단하려는 국가적 노력과 자신의 생명과 신체, 그리고 장례의 방법에 관한 개인 및 가족의 권리가 충돌하는 상황을 포함하여 검시관련법은 정교해야 한다.

현행법상 행정검시는 경찰서장이, 행정부검은 보건복지부장관, 질병관리본부장, 지자체장, 검역소장이, 사법부검은 검사와 판사가 각각 권한을 갖는 구조인데, 행정검시, 행정부검, 사법부검이 이루어져야 하는 사망의 종류 및 범위, 검시전문가의 자격 등이 각각의 법령 내에서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못하다[1]. 또한, 검시에 관한 형사사법적인 절차, 보건정책상의 절차, 행정상의 절차 등이 각각 따로 규정되어 있어 검시 전반의 절차적 통일성이 미비하므로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검시체계의 확립을 위한 검시법의 마련이 필요하다[21]. ‘변사’로 지칭되는 죽음은 부검 등 법의학적 조사를 요한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일 뿐, 처음부터 행정검시와 사법검시가 구분되는 것이 아니므로, 임상의학적 판단을 통한 사망진단서로서 사인이 확인된 병사(내인사)를 제외한 모든 죽음에 대해 법절차에 따른 죽음의 조사가 이루어지게 하고, 그 종류를 법률에 명시하여야 한다[22]. 나아가 사인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독립전담기관을 설립하여 검시를 수사로부터 일정 부분 분리함으로써, 사인조사업무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개선해야 한다[11]. 국민의 죽음에 대한 국가의 관심은 결코 범죄 관련 사망에만 국한될 수는 없으며, 부검을 포함한 사인확인제도는 사법작용에만 해당하는 사항도 아니다. 바람직한 검시제도는 사회적, 행정적 기능으로서 국가보건정책 수립을 위한 신뢰성 높은 사인통계의 확보, 범죄의 수사, 사고나 재해로 인한 사망의 민사책임 보상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정확한 사인규명과 합리적인 죽음의 조사’를 총괄하는 단독 검시법의 입법과 검시전문가의 양성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사망진단’과 ‘시체검안’이라는 매우 다른 성격의 업무를 동일한 양식의 문서에 기재하도록 하면서, 그 기재사항에 대한 특별한 설명도 없이 별지 서식을 채우도록 하는 사망진단서 관련 의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처방전의 경우처럼, 검안서 조항을 다른 진단서, 증명서 조항으로부터 분리독립시키고, 사망진단서와 시체검안서의 양식을 구별해야 한다[3]. 치료 중의 환자가 사망한 경우와 사망한 채 발견된 죽음의 사인증명은 본질적 차이가 있으므로, 그에 관한 문서도 차별화해야 하고, 사인 불명이나, 외인사, 특히 타살로 판단되는 죽음에 대해서는 임상의사에게 사망진단 혹은 시체검안을 거부할 수 있게 하며, 그 죽음을 경찰에 신고하게 하고[4], 결국 검안은 법의의사만이 담당하게 하여 사인 및 사망 종류의 판단과 함께 부검의 결정을 위한 절차로 삼아야 한다[3].

한 국가 내에서 죽음의 조사에 대한 법규정은 명확하고 구체적이며 일관되어야 한다. 범죄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사망에 대하여는 경찰서장이 행정검시를 명할 수 있고, 그 내용은 의사의 검안을 거쳐 행정검시 조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때 범죄와의 관련성이 없음은 알 수 있으나 그 사인을 밝힐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추가 규정이 필요하고, 그것은 행정부검과의 연계이다. 인구동향조사 규칙에 따라 사망을 조사함에 있어, 죽음의 조사에 관여하는 모든 기관으로 하여금 소관 사무를 관리하는 기관에 해당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상호 연계하고, 정확한 사인규명 자체가 사법기관의 업무에 포함됨을 명시해야 한다[1].

행정검시는 범위가 모호하고 그 내용이 피상적이어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고, 행정부검은 감염병의 유행과 같은 제한적 상황에서만 기능하기 때문에, 우리의 현행법상의 검시는 다양한 상황에서의 사인을 밝혀야 하는 본연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거나, 사법부검에 과도한 업무편중을 초래하고, 이는 국가 강제력의 불필요한 남용으로 이어진다. 행정검시와 해부명령, 사법부검을 망라하여 모든 죽음에 대한 조사와 범위, 각각의 업무수행을 위한 절차와 담당자의 자격요건을 아우르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단일법을 제정하여야 한다. 여기에는 사망자의 과거 병력과 진료기록에 대한 조사, 관련 자료의 확보를 위한 절차와 권한까지를 포함시켜, 죽음에 대한 사법적, 행정적 조사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그것이 범죄수사와 감염병 관리 등 국가기능의 극대화로 이어져야 한다[9].

형사소송법과 의료법 등에서 사법검시의 대상이 되는 죽음을 소위 ‘변사’라는 명칭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변사를 정의하는 법조항은 없다. 후진적인 검시제도의 극단적 단면이다. 2018년 대한법의학회가 변사를 정의하였고, 2019년 경찰청이 ‘변사사건처리규칙(경찰청훈령 제921호)’에 변사의 정의와 함께 7가지 유형의 사망을 규정하였다. 그 규칙에 사인불명의 죽음이 포함됨으로써, 범죄혐의가 없이 오직 사인규명만을 위한 부검 건수의 가파른 증가를 불러왔다. 그러나 이러 한 상황은 현재의 검시전문가의 인력을 고려할 때, 감당할 수 있는 업무량을 초과하게 하며, 또한 이들 죽음의 부검에 요구되는 영장은 수사기관과 법원에도 업무상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강제처분으로서의 부검이므로 법관의 통제를 받음이 당연하지만, 이는 영장주의의 원칙과 충돌하고 만다. 부검에 관한 한, 과연 누구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영장제도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검시법에 부검을 요하는 죽음, 혹은 사인규명을 요하는 사망의 경우나 이유를 명시하여 해당되는 죽음에 대해서는 유족의 동의를 확보한 후 다른 강제적 법절차 없이 부검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유족의 명시적 반대가 있는 경우에만 영장을 발부받게 하고, 강제처분으로서의 사인규명에 대한 유족의 반대의견을 법원이 심의하여 강제처분으로서의 부검을 법원이 차단하는 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 또한 ‘변사’로 지칭되었던 죽음들을 ‘법의검시 대상 사망’으로 규정하고 그 대상과 범위를 법에 명시한 후, 법의전문가에 의한 검시 결과에 따라 향후 추가되어야 할 조치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4]. 이러한 제도라야 경찰, 검찰 및 법원의 업무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검시기능의 효율성도 극대화할 수 있다. 행정검시의 결과 범죄혐의가 의심되면 사법부검으로 전환되듯, 행정검시의 결과 범죄혐의는 없으나 사인이 불명인 경우 행정부검을 통해 사인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죽음의 문제는 개인의 생명권 보장을 넘어 사인에 따라서는 사회적 안녕과도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이다. 현재 진행되는 바이러스 감염병이 그 단적이 예가 될 것이다. 그러한 극단적인 상황까지를 가정한 정교한 검시제도의 도입과 그 제도를 뒷받침할 검시법의 입법이 절실하다. 거기에는 검안 및 부검 자격, 검시전담인력의 직제 및 업무, 검시전담기관의 설립 등이 담겨야 한다. 아울러 그 법에 따라 사인이 조사되어야 할 죽음의 급격한 증가에 대비하여, 지역별 검시의 거점시설로서 시체공시소(morgue)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사망진단서를 통해 의학적으로 사인이 입증된 죽음에 대해서는 통상의 장례절차를 따를 수 있게 하고, 검안을 통해 외인사로 확인된 죽음, 사인 불명, 신원 불상의 죽음 등 법에 명시된 죽음은 시체공시소에 안치한 후 사인규명을 위해 필요한 조사가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이것이 현재 진행중인 감염병의 대유행 사태와 관련해서도 매우 효율적인 사회적 대응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조사와 전문가의 검시를 통해 추가 조치의 내용과 범위를 결정함으로써 행정검시, 행정부검, 사법부검을 연계하고, 궁극적으로 검시업무의 통합운용이 가능해야 한다.

검시제도는 우리 법체계에 부합하며 재정적 부담과 국민적 요구, 업무효율성을 감안하여 합리적이고 실현가능한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법의학은 인권을 보호하는 의학의 특수분야로서, 전문적 훈련 없이 일반의사가 담당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므로, 모든 외인사와 사인 불명의 죽음에 대하여 충분 한 법의학지식과 자격을 갖춘 법의의사에 의하여 시체의 의학적 검사가 이루어지게 하며, 법률로서 전담검시기관의 독립된 지위와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23]. 현행 우리의 사인확인과 검시에 관한 법제도와 인적시스템의 허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단일 검시법의 입법이 시급하다. 이를 위한 몇 가지 사항을 결론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1) 검시대상 사망의 정의 및 범위를 법에 규정해야 한다. ‘변사’라는 용어를 버리고, ‘법의검시대상 사망’ 조항을 두어 필요한 죽음에 대한 사인의 조사가 명시적 절차에 따라 수행되어야 한다.

(2) 사인규명을 위한 부검에 있어 강제처분은 지양되어야 한다. 영장을 발부받는 과정에서의 필연적인 시간의 지체는 시체의 부패를 가져오고, 장례절차에 대한 유족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유족의 동의를 통한 부검이 우선되어야 하고, 법에 규정된 죽음에 대해서는 전문가에 의한 검안 및 부검을 당연한 전제로 하되 유족의 동의를 확보할 수 없거나,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경우에 한하여 압수, 검증의 강제처분을 시행해야 한다.

(3) 검안과 부검의 자격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 지금처럼 개별법마다에 그 자격을 규정하는 것은 죽음의 조사라는 종합적인 기능 수행에 한계를 드러낸다. 치과의사와 한의사의 자격 인정 여부와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4) 진료 중이던 환자의 사망에 대한 사망진단과 사망 후 발견 등에 대한 검안을 구별해야 한다. 사인 불명, 외인사, 타살로 판단되는 죽음에 대해서는 임상의사에게 사망진단 혹은 시체검안을 거부할 수 있게 하고, 그 죽음을 경찰에 신고하게 하며 검안은 법의의사만 담당하게 해야 한다.

(5) 부검감정서의 법적 지위를 명시해야 한다. 부검감정서를 사망증명서의 하나로 인정하여 이미 발급된 사망진단서나 시체검안서를 갈음할 수 있게 하거나, 법의의사에게 부검감정서와 함께 사망진단서를 발급하게 해야 한다.

(6) 법치의학적 감정, 법의인류학적 감정 등에 대한 명시된 규정이 필요하다. 검시실무상, 백골화 시체, 부분 시체의 검사도 드물지 않게 경험한다. 이러한 경우에도 검시는 필요하나 그것을 부검이라고 불러야 할 이유는 없다.

(7) 검시의 목적이 범죄혐의의 확인이 아닌, 사인의 조사라면, 검시의 권한에 관한 현행법도 검토되어야 한다. 현행 겸임겸시제도는 근본적 한계상 범죄혐의에만 치중할 수밖에 없고, 범죄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면 그 사인이 무엇이든 별 관심을 두지 않게 된다. 시체에 대한 전문성이 없이 사인규명에 관한 권한을 갖는 것은 시대적 요청에 부합되지 않는다.

(8) 검시전문가에게 죽음의 조사를 위해 필요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현장의 조사, 병력 및 진료기록 확인, 관계자 진술 확보, 보험관계 조사,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급여기록 제출요구 등에 관한 권한 등이다. 직접 조사할 권한을 줄 수 없다 면 이러한 자료의 확보를 위한 수사시관의 협조의무를 명시해야 한다. 또한 이미 발급된 사망증명서를 내용적으로 검토하여, 사망원인과 사망종류 판단의 적절성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수정의견을 통해 보다 정확한 의학적 판단이 내려지게 해야 한다.

(9) 죽음의 조사에 관한 사건의 관할을 가를 주체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 현장 소견과 검안만으로는 사인을 적절히 규명하고 죽음의 진실을 파악했다고 믿을 수 없다. 행정목적의 검시와 사법목적의 검시를 분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10) 사법기관의 검시 목적에, 범죄혐의의 규명만이 아닌, 정확한 사인규명을 그 업무로 명시해야 한다. 국가가 죽음을 조사하고 사인을 밝혀야 하는 이유는 단지 범죄의 의심 때문일 수만은 없다.

(11) 유족의 요청에 따른 검시와 부검, 재부검에 관한 규정도 필요하다. 교통사고, 보험관련 사고, 업무상 재해 등 유족의 입장에서도 정확한 사인을 알아야 할 이유가 많아지고 있다. 이것이 진정한 인권보장의 수단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12) 검시전담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 이를 ‘국립검시원’으로 하고, 그 구성과 직제, 업무 범위, 검시전담전문가의 자격, 책임과 권한 등을 규정해야 한다.

(13) 법의전문의제를 도입해야 한다. 효율적인 검시제도의 도입을 위해서는 충분한 훈련과 자격을 갖춘 검시전문가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14) 검시업무의 효율성을 위한 시체공시소의 운용이 필요하다. 이를 검시에 관한 지역 거점시설로 운용하면서, 법에 따라 사인의 조사가 필요한 죽음은 공시소로 운구, 보관하고, 상주 전문가가 신원확인 등 필요한 조치를 하게 해야 한다. 경찰의 조사와 전문가의 검시를 통해 추가 조사의 내용과 범위를 결정함으로써 행정검시, 행정부검, 사법부검을 연계하고, 궁극적으로 검시업무의 통합운용이 추구되어야 한다.

(15) 죽음의 조사에 관련된 여러 기관 간의 유기적 협조체계를 법에 담아야 한다. 법의검시대상 사망의 신고 및 접수, 현장 보존, 전문가의 검시를 통한 행정검시 혹은 사법검시의 관할 판단 등, 의료기관, 경찰, 통계청,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검역소, 지방자치단체가 유기적으로 협조하며, 범죄관련 사망에 대한 사법적 대응, 감염병 사망에 대한 방역조치, 질병과 사인의 통계수집 등 죽음의 조사와 사인의 규명에 관한 모든 국가·사회적 기능이 통합되어야 한다.

Notes

Conflicts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s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Acknowledgments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Basic Science Research Program through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NRF) funded by the Ministry of Education (No. 2017R1D1A3B03031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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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information Continued

Table 1.

Legal codes for qualification of PM inspection and examination

Title of law Legal code for qualification
PM inspection PM examination
1. Medical Service Act MD, DDS, KMD
2. Act on Dissection & Preservation of Corpses MD, DDS, Professor for Anatomy, Hospital Pathology or Forensic Pathology
3. Infectious Disease Control & Prevention Act MD, DDS, KMD Specialist for Inf. Dis., Anatomist, Hospital Pathologist, Forensic Pathologist
4. Quarantine Act
5. Tuberculosis Prevention Act MD
6. AIDS Prevention Act MD
7. Food Sanitation Act MD, KMD
8. Criminal Procedure Act

PM, postmortem; MD, Medical Doctor; DDS, Doctor of Dental Surgery; KMD, Korean Medicine Doctor; Inf. Dis., Infectious Disease; 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