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가발린과 연관된 약물중독 사망
Drug Intoxication Associated with Pregabalin: An Autopsy 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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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Pregabalin is a gamma-aminobutyric acid analogue; it has been used clinically as an anticonvulsant and analgesic agent. Few documented reports exist of deaths resulting from pregabalin overdose. This report discusses a case of pregabalin intoxication in a 27-year-old male, who was found unconscious in a prison and later pronounced dead at a local hospital. An autopsy and toxicological analysis revealed the presence of pregabalin, alprazolam, diazepam, escitalopram, fluoxetine, lorazepam, bromazepam, flunitrazepam, zolpidem, and piroxicam. The concentrations of pregabalin and alprazolam were 10.3 mg/L and 0.10 mg/L in heart blood, and 11.4 mg/L and 0.08 mg/L in femoral blood, respectively. The other detected drugs were within therapeutic concentrations. Ethyl alcohol was not detected in the blood. Although the pregabalin concentration was within the therapeutic or toxic range, the concomitant use of other drugs, particularly benzodiazepines and zolpidem, likely enhanced its toxicity. Based on the autopsy findings and toxicological results, the cause of death was determined to be multidrug intoxication, including pregabalin. Although pregabalin is generally considered safe and deaths from its use alone are very rare, it can be fatal at relatively low blood concentrations when combined with opioids or other medications. The rising use of pregabalin in Korea increases the risk of overdose deaths, similar to this case. Therefore, in forensic practice, the possibility of such fatalities should be considered when pregabalin is detected.
서 론
프레가발린(pregabalin)은 가바펜틴(gabapentin)과 같은 gamma-aminobutyric acid 유사체로, 신경병증성 통증, 부분발작(partial seizure), 섬유근육통의 치료에 사용되고, 영국 등에서는 범불안장애의 치료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가바펜틴은 신경 전압 개폐성 칼슘 채널의 α2δ type 1 단백질에 결합하여 막 융합과 신경전달물질의 시냅스로의 방출에 필요한 세포 내 칼슘 가용성을 감소시켜 글루타메이트 및 모노아민 신경전달물질과 같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의 방출을 억제한다. 프레가발린도 가바펜틴과 유사한 기전으로 작용하며, 가바펜틴보다 칼슘 채널에 대하여 더 높은 결합 친화성이 있어서 더 강력한 효과를 나타낸다(Fig. 1) [1].
최근 전 세계적으로 프레가발린의 사용이 급격히 증가해 왔고, 국내에서도 사용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2]. 프레가발린은 일반적으로 독성이 적고, 부작용이 비교적 경미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부작용으로 다행감(euphoria)을 유발하여 의도적인 과다복용과 기분전환용(recreational) 사용으로 인한 중독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고, 마약성 진통제(opioids)를 비롯한 많은 약물과 함께 검출되는 사례도 흔하다. 특히 영국에서는 5년 만에 프레가발린은 350%, 가바펜틴은 150% 처방이 증가하였고, 이에 따라 두 약물과 관련된 사망도 급증하게 되어, 2019년 4월 1일부터 프레가발린과 가바펜틴을 Class C 규제약물(controlled substance)로 재분류하였는데, 기존의 Class C 규제약물에는 아나볼릭스테로이드, 신경안정제, gamma-hydroxybutyrate, 까트(Khat) 등이 있고, 이들 약물을 공급/생산/운반하는 경우 최대 징역 14년 및/또는 무제한의 벌금, 처방을 받지 않고 소지하는 경우 최대 징역 2년 및/또는 무제한의 벌금에 처해지나, 이런 재분류가 이들 약물의 처방과 약물과 관련된 사망의 감소에는 큰 영향을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3,4].
저자들은 프레가발린이 연관된 사망 부검 사례를 경험하고, 법의실무에서의 의의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증례 보고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로 교도소에 수용 중인 A(남자/27세)가 교도소 내 수용거실에서 움직임이 없이 누운 자세로 상태로 근무자에게 발견되어,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며 지역의 병원 응급실로 후송하여 치료하였으나 소생하지 못하고 사망하였다.
A는 사건 발생 10개월 전에 입소하였고, 입소 전에 불안장애, 불면증 등으로 약물치료를 받았다고 하며, 입소 후에도 트라조돈(trazodone), 발프로산(valproate acid) 등을 계속 복용 중이었다. 사건 발생 5개월 전에 같은 수용거실에 이송되어 들어온 B(남자/30세)도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로 수용 중이었고, 불안 및 우울장애, 활동성 및 주의력 장애, 공황장애, 불면증 등의 진단으로 로라제팜(lorazepam), 디아제팜(diazepam), 알프라졸람(alprazolam), 졸피뎀(zolpidem), 플루니트라제팜(flunitrazepam), 트라조돈(trazodone), 클로리딘(clonidine), 브로마제팜(bromazepam), 플루옥세틴(fluoxetine) 등의 정신과 약물을 복용 중이었으며, 프레가발린을 하루 600 mg 복용 중이었으나, 이들 약물을 지급받은 후에 복용하지 않은 정신과 약물과 임의로 보관하고 있던 차입약인 프레가발린 등을 모아두었다가 A에게 약을 줘서 먹게 하곤 했다.
다른 수용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사건 발생 전날 14:00경 B가 A에게 입을 벌리게 한 후 정신과 약물과 프레가발린을 포함한 약물을 한 줌 먹였고, 이후 A는 약에 취해서 상태가 안 좋아진 후 잠이 들었으며, 같은 날 18:50경 B는 A의 입안에 알약(프레가발린)을 하나 더 넣었다고 하였다. 사망 1일 후에 부검이 시행되었다.
변사자의 키는 약 173 cm이었고, 몸무게는 약 80 kg이었다. 얼굴과 양쪽 눈꺼풀결막에서 울혈, 왼쪽 손, 양쪽 넓적다리와 왼쪽 무릎에서 여러 곳의 멍(좌상) 외에 특별한 외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내부장기에서 양쪽 허파의 부종과 울혈, 고도의 지방간이 확인되었다. 독성학적 검사에서 디아제팜, 에스시탈로프람, 플루옥세틴, 로라제팜, 브로마제팜, 알프라졸람, 플루니트라제팜, 졸피뎀, 피록시캄(piroxicam), 클로니딘 등이 혈액과 위 내용물에서 검출되었고, 이들은 대부분 B 가 복용 중인 약물과 일치하였다. 대부분의 약물은 치료농도 범위에 해당하였으나, 프레가발린이 심장혈액에서 10.3 mg/L, 넙다리정맥혈액에서 11.4 mg/L로 치료 및 독성농도 범위, 알프라졸람이 각각 0.10 mg/L과 0.08 mg/L로 치료 및 독성농도 범위로 검출되었다(Table 1). 혈중 에틸알코올농도는 0.010% 미만(음성)이었고, 혈중 케톤체류의 농도는 정상 범위에 해당하였으며, 눈유리체액의 임상화학검사에서 특이 소견이 확인되지 않았다.
비록 대부분의 약물이 치료농도 범위이고, 프레가발린과 알프라졸람의 농도가 치료 및 독성농도 범위에 해당되긴 하나. 프레가발린을 디아제팜, 알프라졸람, 로라제팜, 브로마제팜, 플루니트라제팜 등과 병용 투여할 경우에 약동학적 효과가 증가하여 중추신경계 억제작용으로 인한 치명적인 호흡 억제 작용이 유발될 수 있는 점에서 이들 치료약물에 의한 급성중독을 사인으로 추정하였다.
고 찰
프레가발린은 리리카(Lyrica, Pfizer, New York, NY, USA) 등의 상품명으로, 25-300 mg 용량 캡슐의 형태로 판매되고 있고, 성인에서 권장 용량은 하루 3회 50-200 mg 범위로, 최대 600 mg이다. 부작용으로 무력증, 구강건조, 변비, 말초부종, 어지럼증, 졸림, 실조(ataxia), 혼돈, 흐린 시력 등이 있고, 투여량에 따른 증상 발현은 사람마다 다양하지만, 권장 용량을 훨씬 상회하는 1회 투여량에서도 특별한 부작용이 없었던 경우도 보고되어 있다[5]. Rietjen 등[6]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높은 프레가발린 투여량에서 심한 중독이 나타났고, 20 mg/kg 미만의 투여량에서는 대부분(83%)이 경미한 중독을 나타냈다. Isoardi 등[7]은 일반적으로 프레가발린을 단독으로 사용하였을 때에는 드물게 간질이 생기는 것 외엔 심한 독성을 나타내지는 않았고, 다른 진정제와 함께 사용하였을 때 혼수(coma)가 흔했다고 보고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프레가발린의 혈중 치사농도 범위는 36-207 mg/L (치료농도 1.4-14 mg/L, 독성농도 7.7-112 mg/L)로, 사망 예는 모두 다른 약물에 의한 중독상태였거나, 중대한 질병이 있는 경우였다[8]. Elliott 등[9]은 프레가발린이 사인이거나 사망에 기여한 9건의 사례에서, 프레가발린 혈중 농도는 28-182 mg/L이었고, 대부분 알코올이나 다른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고 보고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25 mg/L의 혈중 농도가 독성학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제안했다. Kalk 등[10]에 따르면, 프레가발린이 검출된 사망 사례에서 마약성 진통제나 다른 약물을 동반하지 않은 프레가발린 단독 사용으로 인한 사망 사례는 매우 드물었고(0.1%), 대다수(92.8%)가 마약성 진통제를 포함한 다른 약물와 함께 사용했던 사례였다. Eastwood와 Davison [11]에 따르면, 프레가발린이 검출된 70건의 부검 사례에서 프레가발린의 혈중 농도는 0.05-226 mg/L였고, 이들 중 1건이 프레가발린 중독으로 생각되었는데, 혈중 농도는 76 mg/L이었다. Kriikku와 Ojanpera [12]는 프레가발린이 검출된 3년간의 부검 사례에서 반 정도가 치료농도를 상회하는 수준이었고, 35%가 다른 약물이나 알코올이 검출되지 않은 사례라고 언급했다. 프레가발린이 사인과 관련된 사례 중, 마약성 진통제나 치사농도의 다른 약물이 검출되지 않은 사례에서 프레가발린의 사후 혈중 농도는 평균 38 (11-230 범위) mg/L이었고, 대부분 사고사였다. 이들 7예 중 3예는 혈중 농도가 11-12 mg/L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치료농도(또는 독성농도) 범위에 해당되었고, 알코올이나 진정제 등의 약물이 함께 검출되었던 사례였다.
본 변사자에서도 프레가발린의 혈중 농도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치료농도(또는 독성농도)에 해당하였다. 벤조디아제핀류(diazepam, lorazepam, bromazepam, alprazolam, flunitrazepam)와 같은 진정제과 프레가발린을 병용 투여 시 중추신경계 억제 효과가 강화되어 치명적인 호흡 억제 작용 등의 기전(mechanism)이 발생할 위험성이 증가한다[13]. 또한 항전간제를 항우울제(citalopram, escitalopram, trazodone, fluoxetine)와 병용 투여 시 serotonin syndrome이나[14] 드물지만 급성심장사와 관련된 Brugada syndrome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15]. 따라서 본 건은 다약제 복용으로 인한 약물 상호작용에 의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프레가발린이 직접적인 사인 또는 사망에 기여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본 사례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처음 보고된 프레가발린과 연관된 사망 부검 사례로, 특히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로 교도소 수용 중 발생한 사망이라는 것이 다른 많은 증례보고들과 구분되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의사의 처방만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지정되어 있는 프레가발린은 교도소 같은 폐쇄된 공간에서조차 접근이 어렵지 않아서 오남용의 위험성이 높다. 최근 프레가발린 처방이 매년 점차로 증가하고 있고, 영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처럼 의도적인 과다복용과 기분전환용(recreational) 사용으로 인한 중독 사례 역시 같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한 국가적인 감시체계를 정비하고 법적 제재를 강화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사항의 하나지만, 법의실무에서는 프레가발린이 통상적인 치료농도 범위로 검출된 사례에서도 특히 알코올, 마약성진통제, 진정제, 항우울제 등의 약물과 함께 사용되었다면 사인과 사망의 종류를 결정하는 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요약하면, 비록 프레가발린이 비교적 안전한 약으로 알려져 있고, 단독 사용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매우 드물긴 하나, 마약성 진통제 및 다른 다수의 약물과 병용할 경우 비교적 낮은 혈중 농도에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프레가발린의 처방이 증가하고 있고, 본 사례에서와 같은 중독사망 사례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바, 법의실무에서 프레가발린이 확인되는 경우 이런 사망의 가능성에 대해 고려해야 할 것이다.
Notes
Conflicts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