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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Leg Med > Volume 45(2); 2021 > Article
판례를 통한 정신질환 관련 범죄행위의 내용과 특징 분석

Abstract

Among the various crimes, the ones committed by the mentally ill provoke more serious public concern, which is probably caused by such characteristics such as unpredictability, brutality, unknown motives, or random targeting of victims.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analyze the characteristics of crimes committed by the mentally ill, to investigate the type of mental disorders and assaulting weapons, and to examine the correlation between the type of mental disorders and their criminal behavior patterns. Through the combination of the forensic and psychological approach, the authors examined the psychological and behavioral characteristics of mentally ill criminals to identify the criminal and behavioral characteristics of crimes committed by them. The cases for this analysis were collected through the search for precedents at National Law Information Center where 19 cases were selected. In conclusion, the diagnoses of mental disorders were schizophrenia, pedophilia, intellectual disability, personality disorder, and depressive disorder, in descending order. Among them, schizophrenia accounted for 6 cases (31.6%), where especially the paranoid type (3 cases) committed the premeditated crimes. Mental handicap was recognized in 9 cases and was rejected in 4 cases. However, in 6 cases, it was not mentioned by court. Further, the judgment of being mental handicapped was made without reference of mental appraisal in 3 out of 19 cases, and so its credibility might be argued. The number of defendants who had past criminal histories was 7 (33.3%) out of 21 defendants, which may illustrate the rate of recidivism of mental disorder criminals.

서론

다양성이 주요 가치의 하나로 인식되는 현대사회에서는 범죄 의 원인과 종류는 물론 정신질환 또는 심리장애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이들 장애 중의 일부는 높은 공격성 혹은 충동성으로 인하여 범죄성과 관련하여 특별한 사회적 주목이 필요하 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는 대중의 많은 우려를 야기하지만, 실제 발생하는 범죄 중 정신질환자에 의한 비율은 비정신질환자에 의한 그것보다 낮고, 또한 일반 대중이 막연히 짐작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낮다[1]. 그러나 용의자가 정신질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다른 범죄에 비해 대중의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는데, 이렇듯 정신질환자의 범죄가 더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살인, 강간, 방화 등 대인범죄가 많고, 다중 살인, 시체손괴, 아동 대상 성폭력 등 엽기적이거나 잔혹한 경우가 많다는 점, 동기가 불분명하거나, 또는 범행 대상이 불특정 다수이거나 무작위적이라는 점 등 때문이다. 이러한 사건의 예로는 2012년 나주 여아 성폭행 사건, 2016년 수락산 살인사건, 2017년 인천 초등생 유기 살해 사건, 2019년 진주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살해 사건을 들 수 있다. 이들 사건이 보여준 잔혹성과 무작위성으로 인해, 정신질환 관련 범죄에 대해 일반 대중의 과도한 두려움이 강화되고, 이는 정신질환자 전체에 대한 편견을 불러와, 사회 안전을 명분으로 강제입원 등 정신질환자 관리에 관한 법규정의 강화 요구로 이어진다. 그러나 사회안전망의 강화와 정신질환자의 인권 보장은 양날의 칼 같은 것으로서, 결코 일시적 분위기만을 좇아서 달성될 수 없는 것으로 첨예한 갈등 상황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일반인에 의한 범죄와 비교하여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의 비율이 매우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해마다 그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임에도 주목해야 한다[1]. 정신질환 관련 범죄에 대한 사회적 안전장치가 마련되고 강화되어야 할 필요성이 분명한 만큼, 정신질환자의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관련 범죄에 관한 실증적 연구가 시급해지지만, 정신질환 관련 범죄행위의 내용적 특성을 분석한 연구는 많지 않다. 선행연구들로는 정신의학 및 법학적 관점에서의 정신장애자의 형사책임능력 기준[2], 조현병 환자에 의한 범행의 특성과 피해자 위험도 분석[3], 정신질환의 유형별 특정 범죄현장 행동 특징의 예측[4] 등이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참고하여, 살인, 방화, 성폭력, 상해 등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의 내용적 특징에 있어 정신질환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여 실제 범죄행위의 내용을 재현성 있게 설명할 수 있다면, 인권과 안전이라는 양날의 칼과 같은 첨예한 이해충돌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본 연구는 정신질환 관련 범죄의 판례를 검토하여, 정신질환의 진단명 또는 임상적 특징, 범행 도구 또는 가해 흉기, 범행동기, 범죄 현장에서의 행동적 특징 등을 조사하고, 이러한 요인들과 정신질환의 유형 간의 상관관계 등을 조사하였다. 법의학적·심리학적 관점에서 범죄자의 행동적 특성과 정신병리를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정신질환 유형에 따른 범죄 양상을 파악하며, 나아가 용의자 특정을 위한 수사는 물론, 범죄 자의 행위능력 여부에 관한 사법적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료를 축적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는, 범죄행위의 내용과 특징을 재현성 있게 설명하여 정신질환 범죄에 대한 법원의 사법적 판단을 돕고, 사회 안전 강화를 위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며, 정신질환 범죄에 대한 과도한 사회적 우려를 차단함은 물론, 국민의 안전과 정신질환자의 인권 보호라는 결코 타협되거나 양보될 수 없는 두 가지 중대한 가치가 조화롭게 실현될 수 있는 법 규정 및 제도의 정비를 위한 자료를 정립하고자 한다.

재료및 방법

본 연구를 위한 판례는 법제처의 국가법령정보센터(National Law Information Center)를 통해 검색했고, 형사사건을 중심으로 ‘정신병’을 키워드로 했을 때, 65건의 판례가 검색되었다. 이 중 살인, 강간 등의 강력범죄나 대인 범죄가 아닌 17건과 피해자가 정신질환자인 6건을 제외하고, 피고측이 정신질환을 주장하지만 증거가 없는 판례, 범행의 내용보다는 정신질환 피고인의 처우를 다툰 판례, 범행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한 판례 등 연구의 목적과 거리가 있는 판례를 제외한 후 12건의 판례를 확보하였다. 이어서 키워드를 ‘정신질환’, ‘조울증’, ‘조현병’으로 변경하여 검색하였고, 얻어진 판례를 다시 같은 방법으로 분류하여, 25건의 판례를 추가로 확보하였다. 이들 37건 중 동일 사건의 상·하급심 판례 중복을 정리하여, 최종적으로 19건을 선정하였다. 여기에 대법원의 종합법률정보 사이트와 법원의 인터넷 판결서 열람 제도를 활용하여, 사건 관련 내용과 자료를 보충하였고, 연구 목적과 관련된 주요 정보가 누락되어 있는 경우에는 언론보도 자료를 통해 일부 보충하였다. 이렇게 확보된 19건의 판결문을 심층 검토하여 진단명, 죄목, 범행도구 및 가해흉기, 선고형량, 가해자-피해자 관계, 정신감정 또는 심리검사 실시 여부, 심신장애의 인정 여부 및 인정 근거 등을 분석하였다.

결과

1. 조현병 및 충동조절장애와 고의 차량 충돌에 의한 살인미수(서울고법 2016. 3. 4. 선고 2015노3544 판결, 의정부지법 2015. 11. 18. 2015고합331 판결)

A는 운전 중에 다른 운전자(B)와 시비를 벌이다 화가 나서 B 의 차량 바퀴를 발로 차고, 자기 차(카렌스)로 돌아갔다. 이에 B가 차량을 정차시키고, 자신을 향해 걸어오자 가속페달을 밟아 B를 충격하였고, 이후 A는 119에 전화하여 구조 조치를 하였으나, B는 전치 8주의 대퇴골 골절상을 입었다.
1심법원은, 상당히 빠른 속력으로 들이받는 장면이 담긴 블 랙박스 영상, 검찰 조사에서의 A의 진술 내용(욱하는 마음에 급발진하였다. 급발진하여 사람을 충격하면 사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B의 부상 정도 등에 비추어, A가 사망이라는 결과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고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였다. 다만, 조현병 및 분노조절장애가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고, 전과가 없으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합의)을 고려하여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보호관찰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A는, 조현병으로 인해 순간의 분노로 범행한 것이고, 즉시 구조 조치를 시도한 점을 들어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며 항소하였다.
고등법원은, 원심이 살인의 미필적 고의의 근거로 인정한 증거들을 받아들여 살인미수를 인정하면서, 119에 전화하여 구호 요청을 한 것은 범행 이후의 정황으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 유무에 영향을 미치는 사정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운전 문제로 다투던 중 우발적으로 범행하였고, 조현병 및 충동조절장애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며, 범행이 미수에 그치고, 즉각 구호 조치를 취한 점을 참작한다 하더라도, 원심의 판결이 부당하지 않다고 판시하며, 항소를 기각하였다.

2. 긴장형 조현병과 존속상해(대법원 1998. 4. 10. 선고 98도549 판결)

긴장형 조현병을 앓고 있는 A는 두통으로 괴로워하던 중 어머니가 사다 준 약을 먹었고, 그럼에도 두통이 더 심해졌다며 주먹으로 어머니의 머리를 2회 때리고, 팔목을 잡아 비틀어 넘어뜨려 전치 8주의 척골 골절상을 입혔다. 5년 전에도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상실 상태에서 어머니와 함께 거주하던 집에 방화하여 재판을 받기도 했다. 당시 재범의 위험성이 높다고 평가되어 치료감호를 선고받고 치료감호소에 수용, 약 2년간의 치료 후에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되어 출소하였으나, 이후에도 환청, 충동적 행동 등 증상이 지속되었으며, 형편이 어려워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치료감호소에서 받은 약물만을 복용하다 증세가 악화되었다.
대법원은, A가 치료감호소에서나마 치료를 받은 점, 형편이 어려워 더 이상의 치료를 받지 못해 증상이 악화되어 온 점, 긴장형 조현병이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 당시 심신장애의 정도(심신미약인지, 심신상실인지)가 불분명한 점을 근거로 정신감정의 미흡과 법리 오해를 인정하면서, 원심판결(징역 8월)을 파기·환송하였다.

3. 편집형 조현병과 모친 살해(대전고법 1995. 4. 18. 선고 94노751 판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던 A는 약 7년 전, 가해자 와 가해 이유를 알 수 없는 폭행을 당한 이후 편집형 조현병 증세가 나타났다. 범행 2년 전, A의 자취방 주인은 A의 형에게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며 밖에 나오지 않는 등 A가 이상행동을 보인다고 연락한 적도 있다. 이후에도 다양한 피해망상(정부기관이 나와 가족을 죽이려고 한다, 어머니가 나를 죽이려고 한다.) 증세를 보였고, 범행 약 7개월 전에는, 여러 기관이 자신을 괴롭혀 불면증에 시달려 화가 난다며 주차된 차량 14대를 파손하기도 했다. 범행 당일, 어머니가 자신을 바보 취급하고 구박하며 결혼을 방해한다는 망상에 빠져, 어머니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멱살을 잡아 담벼락에 머리를 찧어 쓰러뜨린 후 발로 얼굴을 밟고, ‘왜 결혼을 방해하느냐?’고 물었고, 어머니가 ‘일찍 죽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자 양손으로 목을 조르다가 이불보 끈으로 목을 졸라 살해하였다.
2명의 정신감정인은, 피해망상이 2, 3년 전부터 시작되어 치료 없이 방치되어 온 상태에서 점차 의식 속에서 굳어지고 체계화되어 왔으며, 이번 범행도 심한 편집형 조현병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저지른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면담장면에서는, 어머니가 사람을 시켜 자신의 처를 성폭행하는 등 결혼생활을 방해하고,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자신을 죽이려 한다면서, 어머니를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범행 후의 진술에서 A는, 모친을 살해한 행위에 대하여 애도하거나 죄책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고등법원은, A의 범행이 심신상실자의 행위라고 판시하면서,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고, 심신상실 상태에서 어머니를 살해한 것에 대해 재범의 위험성을 인정하며, 치료감호를 선고하였다.

4. 편집형 조현병과 비면식 60대 여성 살해(대법원 2017. 4. 28. 선고 2017도2188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7. 1. 24. 선고 2016노3301 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선고 2016. 10. 7. 2016고합296 판결)

고령자를 칼로 수차례 찔러 살해(강도살인)하여 징역 15년을 선고(심신미약 인정)받고 복역 후 출소한 A (남, 60대 초반)는 일정한 거처나 직업 없이 친누나의 집에서 생활하였다. 기초생활수급과 출소자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하였으나 서류 미비로 지원금을 받지 못하여,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었다. 오랜 수감생활로 인해 아내와 자식과도 관계가 끊어진 상황에서, 출소 4개월 만에 삶을 비관하며 살인을 결심(2명을 살해하고 삶을 마감하겠다)하고, 칼을 구입하였다. 어느 날 산에 올라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가 이른 새벽 홀로 등산하던 여성(64세)을 발견하고 목과 복부를 10회 이상 찔러 살해하고 주머니를 뒤져 금품을 훔치려 하였으나, 지갑에 돈이 없어 미수에 그쳤다. 그러나 A는 범행 후 곧바로 자수하였고, 일관되게 범행을 인정하였다. 자수한 이유에 대해 “여성인 피해자를 살해한 후 영 기분이 이상했고 그로 인하여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고 진술하였다. 범행 보름 전쯤, 편집형 조현병으로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고, 약 2주간의 투약을 받은 적이 있었다.
고등법원에서 치료감호소의 감정의는, 비기질성 정신병과 알코올 남용 등의 정신질환이 의심되나, 그 질병이 이 범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고, 범행 당시에는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비교적 건재하였다고 추정하였다.
고등법원은, 살인의 전과가 있음에도 칼을 이용하여 다시 범행을 저질렀고, 살인의 동기를 납득할 수 없으며(2명을 살해하고 삶을 마감하겠다), 미리 칼을 구입하여 범행을 계획하고, 목과 복부를 10회 이상 찌르는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한 사실과 심리검사를 위한 면담 중의 진술내용(이전 강도 살인사건은 귀신이 이끄는 대로 범행을 했던 것 같은데, 이 사건은 처음부터 자신이 범행을 결심한 것이며 두 사건은 완전히 다르다)에 비추어, 편집 조현병 증세가 아주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 심신미약 상태로 판단되지는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심신미약이 인정될 정도는 아니지만, 편집 조현병이 있었고, 정신질환이 범행의 원인 중 하나로 보이며, 범행 당일 자수한 점을 고려,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다. 피고측과 검사는 각각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고등법원과 같은 이유를 들어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

5. 편집형 조현병과 방화·흉기난동·살인(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20도9430 판결, 부산고법 2020. 6. 24. 선고(창원)2019노344 판결, 창원지방법원 2019. 11. 27. 선고 2019고합153, 2019고합154(병합), 2019고합155(병합) 판결)

같은 아파트 주민들이 가난한 자신을 험담하고, 집에 벌레를 뿌려 괴롭힌다고 생각한 A (남, 42세)는, 윗집이 선동의 주범이라고 생각, 그 집 현관문과 창문에 오물을 뿌리고, 그 가족들에게 계란을 던지며 뒤쫓는 등 행패를 부렸다. 오물로 피해를 본 또 다른 주민이 A에게 항의하자, 그 사람도 자신을 무시하고 괴롭힌다고 생각하며 앙심을 품었고, 자기 친형과 절친한 주민마저도 자신을 무시하며 따돌리고, 친형에게 자신을 험담한다며 앙심을 품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경찰관과 관리사무소로부터 주의를 받자, 이웃 주민들에 대한 악감정은 극렬한 분노로 발전했고, 결국 자기 집에 불을 질러, 대피하는 주민들을 칼로 찔러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범행 한 달전, 휘발유를 담아두기 위해 기름통을 주워와 보관했고, 보름 전에는 칼 두 자루를 구입하였다. 범행 당일, 새벽 1시경 주유소를 방문해 휘발유를 구입한 후, 주민들이 깊 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새벽 4시경 자기 집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후, 2층 비상계단으로 이동하여 대기하다, 대피해 오는 주민들을 두 칼을 번갈아 가며 얼굴, 목, 가슴 부위를 찌르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친 아파트 관리직원과 주민에게도 칼을 휘둘렀다. 출동한 경찰관이 공포탄을 쏘며 저지하였지만, ‘공포탄인 거 다 안다’며 투항하지 않았고, 실탄을 발사하자, 칼을 버리고 투항, 체포되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여성과 노약자였으며, 5명이 살해되고, 4명이 중상, 2명이 상해, 11명이 연기흡입과 화상의 상해를 입었다. 대검찰청 심리분석관의 임상심리평가서와 치료감호소의 정신감정서는, 인지능력, 기억력, 의사표현능력에는 문제가 없으나, 망상 등에 지배되어 판단력과 사고능력이 손상되어 있고, 그것이 범행동기가 되었다고 기술하였다.
과거력상, 11년 전 공장에서 근무하다 허리를 다쳤으나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보상을 받지 못하였고, 이후 관련 기관들을 방문하며 산재 인정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 무렵 회사 관계자들이 자신을 쫓아다니며 감시하고 대인관계를 방해하는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가족과도 불화가 생겨, 모친 및 친형과 함께 생활하던 집에 들어가지 않고 승합차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 후(범행 9년 전), 회사에서 자신을 감시하라고 보낸 것이라고 생각한 생면부지의 피해자에게 칼을 휘둘러 상해를 가한 사건으로 입건되어, 치료감호소에서 편집형 조현병을 진단받고,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3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보호관찰 중에도, 가족과의 불화가 계속되어, 동생의 신고로 9개월간 강제 입원되기도 했고, 범행 3년 전까지 조현병으로 한달에 한 번씩 외래 진료를 받았으나, 투약으로 인하여 몸이 망가졌다고 생각하면서, 투약과 관련한 자신의 불만 호소를 신경과민이라고 치부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외래 진료를 중단하기도 하였다.
1심법원은, 정신감정 결과에 비추어 조현병으로 인한 망상장애 등이 범행의 경위 및 동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인정되지만, 범행을 사전에 계획하여 도구를 준비하고, 다수의 사람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불을 질렀으며, 대피하는 사람들을 칼로 찌르는 등 중대한 피해를 발생시켰으므로, 책임을 경감시키는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판시하면서, 재범의 위험성이 매우 높고,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으며, 피해자와 유족들이 극도의 고통을 겪고 있음을 이유로 사형을 선고하였다.
고등법원은, 조현병의 전력, 범행의 동기와 경위, 정신감정을 위한 면담에서 보인 일관된 진술, 범행 전에 일으킨 소동(오물투척 등) 등에 비추어 피해망상과 관계망상 등 조현병이 범행의 동기로 보인다고 하면서,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피고인을 심신미약 상태로 판단함에 방해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며,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미약을 인정,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다. 이에 검사는 심신미약의 인정에 관해, 피고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

6. 급성 및 일과성 정신병 장애와 폭행 및 상해(대법원 2019. 9. 26. 선고 2019도8531 판결)

폭력범죄로 징역 5년 6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A는 출소한 지 10여일 만에, 한 식당 앞에서 “누군가 나를 죽이려 한다”며, 주차된 승용차 유리 등을 알루미늄 밀대로 내리쳐 4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냈다. 같은 날, 절에 찾아가 스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거절당하자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종각에 들어가 10여 분에 걸쳐 북을 강하게 치는 등 업무를 방해하였다. 이틀 뒤에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요양병원에 들어가 옷을 벗고, 간호사에게 성기를 내보이며 간호사를 발로 걷어차고, 병실로 뛰어들어가 또 다른 간호사에게 성기를 내보이며 가슴과 옆구리 등을 여러 차례 걷어차 전치 2주의 타박상을 입혔고, 소화기를 분사하고, 집어 던져 파손하는 등 병원의 진료업무를 방해하였다.
수감 중의 교도소내 동정관찰에 따르면, “내 몸에 폭탄이 있다, 나는 예수다, 저놈을 체포하라”는 등 횡설수설하며, 벽에 머리를 들이박는 등 자해하였고, 변기통에 팔을 집어넣어 교도관에게 오물을 뿌리는 등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정신과전문의는 환시, 피해망상, 관계망상을 보이는 ‘급성 및 일과성 정신병 장애’로 진단하고, 증상 조절을 위한 약물처방을 하면서, 경과 관찰과 지속적인 약물 조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소견을 제시하였다.
1심법원은, 폭행, 상해, 재물손괴, 공연음란, 업무방해 등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일부 범행에 대해서는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경하여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고등법원은, 심신미약을 인정하지만, A의 전과(상습절도, 성범죄 등 14회 실형), 불량한 죄질, 그리고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점을 들어, 1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0월과 함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40시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임에도, 국선 변호인도 없이 원심 재판이 진행된 것은 형사소송법에 어긋난다고 판시하면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7. 소아기호증과 아동(12명) 강간(대법원 2007. 2. 8. 선고 2006도7900 판결, 서울고법 2006. 10. 19. 선고 2006노898 판결, 수원지방법원 2006. 5. 3. 선고 2006고합50 판결)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A (30대 후반)는 출소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무렵, 약 1년에 걸쳐 초등학생 여아 12명을 강간하였다. 아이들이 혼자 있는 것을 보고 사람을 찾아 달라고 부탁하며 아파트 옥상 등 인적이 없는 곳으로 유인한 후, 아이들의 얼굴을 손으로 때리고, 문구용 칼로 위협하거나, 목을 조르며 죽일 거라고 협박하는 방법으로 아이들의 반항을 억압하고, 강간하는 등 유사한 수법으로 범행하였다. 13번째 범행을 실행하던 중, 잠복 중인 경찰에 체포되었다.
고등법원에서 시행한 정신감정에서,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에게 성적 폭행을 당한 후부터 지속적으로 나이 어린 여아에 대하여만 성욕을 느끼고, 여아와의 성행위 및 성적 공상을 탐닉하였으며, 중학생 때는 9세 여아를 강간하여 학교를 더 다니지 못했다고 진술하였다. 심리검사에서는, 자아 이미지가 매우 부정적이고 기능이 매우 손상되어 있으며, 불안정과 우울, 충동성 등 정서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고등법원은, 범행 수법이 대담하고 지능적이며, 12명의 아동을 강간한 점, 동일 범죄 전력이 있는 점을 엄벌사유로 인정하면서도, 범행 전력과 범행 내용 및 횟수, 정신감정 결과에 비추어, A가 소아기호증을 가진 것으로 판단되고, 그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하면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A가 소아기호증으로 진단되었다고는 하나 치료를 받은 적이 없고, 범행 장소를 답사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했으며, 사건 당시에도 직업 활동을 하는 등 사회적으로 지장 받고 있다고 볼만한 자료가 부족하고, 정신병적 증상이 의심되지 않는 점, 현재는 이혼했지만 결혼하여 슬하에 아들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소아기호증이 범행에 끼친 영향은 적어 보인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A의 소아기호증이 적은 부분이라도 영향이 있을 것이므로, 범행 당시 소아기호증의 정도 및 내용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심리·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심신미약을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8. 소아기호증과 6세 여아 강간(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도12301, 2013전도252, 2013치도2 판결, 광주고등법원 2013. 9. 26. 선고 2013노387, 2013전노61(병합), 2013치노3(병합) 판결, 광주지방법원 2013. 1. 31. 선고 2012고합942, 2012고합1164(병합), 2012전고26(병합), 2013치고1(병합) 판결)

여아를 대상으로 한 음란 동영상을 보며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환상을 가졌던 A (남, 23세)는, 피해 아동(B, 6세)의 부모와도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사건 당일 피시방에서 마주친 B의 어머니를 통해 B의 아버지가 술에 취하여 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에 강간할 마음으로 B의 집으로 갔다. 잠겨있지 않은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가장 바깥쪽에서 자고 있던 B를 이불 채로 감싸 안아 집을 빠져나온 뒤, 약 200 m 떨어진 대교 아래 공터로 가서, B의 옷을 벗기고, 손가락을 질에 집어넣어 아래위로 심하게 흔들고, 볼과 손목 부위를 깨물기도 하였으며, 음부에 성기를 삽입하고 강간하였다. 그 과정에서 반항을 억압하고 쾌락을 느끼기 위해 목을 조르기도 하였고, 나중에는 신고를 막기 위해 죽일 의도로 목을 10초에서 15초 정도 세게 졸랐다. B가 의식을 잃자, 죽었다고 오인한 A는 범행현장을 벗어났고, 도주 비용 마련을 위해 인근 가게에 들어가 현금 30만원과 담배를 훔쳤다. 그러나 B는 얼마 후 의식을 회복하여 벌거벗은 몸에 이불을 두른 채 다리 위로 올라가 인도에서 다시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약취된 지 약 11시간 후에 발견되었다. 이 범행으로 B는 질, 회음부, 직장 주위 근육 및 괄약근이 찢어지는 상해를 입었다. 과거력상, 2회의 절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A는 병적 도벽과 상세 불명의 인격장애로 진단받았다.
정신감정결과, A는 정서적 고립, 친밀감 형성 부족, 반복된 절도와 폭력 등 품행 문제, 논리적 판단 미숙, 무계획적이고 충동적인 범법행위 등에 비추어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아동 포르노를 즐겨 보며, 여자아이와 성관계하고 싶다는 충동을 반복적으로 느꼈고, 성인 여성에 대한 성적 충동 및 욕구를 인정하면서도 성인 여성과의 관계에서 성행위를 적절히 수행하지 못 할까봐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비폐쇄적 유형의 소아기호증을 보였고, 접근이 쉽고 무력에 의한 통제가 용이한 아동을 대상으로 성적 욕구를 충족하려는 성향을 보였다.
1심법원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피고측의 주장에 대해 두 감정인(정신과의사와 치료감호소 의사)의 정신감정서에 상세불명의 인격장애, 상세불명의 비기질적 정신병, 비폐쇄적 유형의 소아기호증 등이 기재되어 있으나, 범행 당시 정신병적 상태가 아니므로 심신장애는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감정 소견과 범행의 경위 및 수단, 범행 전후 피고인의 행동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심신장애를 부정하였다.
대법원은, 범행이 계획적이고 치밀하며,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방법으로 성욕을 표출한 점, 피해 아동이 사망에 이르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 범행이 강간살인보다 가볍게 평가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6세 여아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참혹한 피해를 당한 점, 재범의 가능성이 높은 점을 들어, 무기징역과 함께, 전자장치 부착명령 30년, 성충동 약물치료 5년을 선고하였다.

9. 소아기호증과 아동(2명) 강간(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4도6930, 2014감도25, 2014전도126, 2014치도3판결, 부산고등법원 2014. 5. 14. 선고 2013노514, 2013감노15(병합), 2013전노63(병합), 2013치노2(병합) 판결, 부산지방법원 2013. 9. 13. 선고 2013고합127, 2013감고6(병합), 2013전고4(병합), 2013치고2(병합) 판결)

A (남)는 여중생(14세)이 하교하는 것을 보고 뒤따라가 현관문을 두드리며 ‘집을 보러 왔다’며 문을 열게 한 후, 손으로 아이의 얼굴을 가리고 밀치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를 방으로 끌고 가, 넘어뜨린 후 옷장에 있던 넥타이로 양손을 뒤로 묶어 반항을 억압하고 있던 중, 피해자의 동생이 현관문을 두드리며, 피해자를 부르자, 부엌문을 통해 빠져나와 주변의 빈집으로 끌고 갔다. 거기서 신고하면 가족까지 다 죽인다고 협박한 후 강간하였다. 다시 2달쯤 후, 강간할 목적으로 또다른 아동(11세)의 집안으로 침입하여 가족이 있는지를 확인한 후 옷장에 있던 넥타이로 손과 발을 묶어 반항을 억압하고, 강간하였다. A는 9년 전에도 12세 여아에 대한 성폭력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고, 비슷한 수법으로 여아를 대상으로 5회의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징역 10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에 있었다.
정신감정 결과,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타인의 복지나 욕구에 무관심하면서, 즉각적이고 충동적인 행동 양상을 보이는 점에 있어, 반사회성 인격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이고, 나이 어린 아동 및 청소년에 대한 강한 성적 충동을 갖는 비폐쇄적 유형의 소아기호증으로 진단되었다. 또한 면담장면에서, A는 초등학교 때부터 음란물과 성매매 등에 노출되었으며, 외롭고 힘들어서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경우, 성욕을 절제하지 못하여 다루기 쉬운 아동을 상대로 강간을 저지르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1심법원은, 어린 아동을 대상으로 양손을 묶고, 식칼로 위협하는 등 범행의 죄질이 나쁜 점, 유사 범죄 전과가 있는 점을 근거로 징역 7년, 치료감호, 전자장치 부착명령 20년, 성충동 약물치료 5년을 선고하였다. A는 첫 번째 사건(14세 여중생)에서 식칼로 위협한 사실이 없고, 두 번째 사건(11세 아동)에서는 범행 현장에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첫 번째 사건에 대해 특수강간으로 유죄 판단을 내린 것은 사실오인이라며 항소하였다.
고등법원은, 첫 번째 사건의 ‘식칼의 사용 여부’에 대한 물증이 없음을 근거로 사실오인에 대한 A의 주장을 인정했으나, 두 번째 사건의 ‘범행 현장에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질내에서 A의 DNA가 검출된 점을 근거로 그 주장을 배척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6년, 치료감호, 부착명령 20년, 성충동 약물치료 5년을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약물치료형은 치료감호가 종료되는 시점에서의 재범의 위험성을 평가하여 명령해야 하는데, 고등법원이 선고한 약물치료 형은 감정 또는 조사 시점에서의 A의 재범 위험성을 평가한 것이므로, 치료감호가 종료되는 시점에서의 재범 위험성을 평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약물치료형 이후에도 ‘성폭력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하면서, 치료명령청구사건을 부분 파기·환송하였다.

10. 지적장애및음주와살인(대전고법2008.5.28.선고2008노123판결)

경도 지적장애(3급)로 별다른 직업도, 또래 친구도 없던 A와, 성격이 고약하고 술에 취하면 옷에 변을 보는 등 이웃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B (80대 초반)는 술친구가 되어 잦은 술자리를 가졌다. B는 술에 취하면 태풍 피해로 죽은 예전 주민 이야기를 반복하였고, A는 ‘똑같은 이야기 그만하라’고 매번 요구하다, 언성을 높여 싸우는 등 불만을 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이 술을 마시던 중, 또다시 태풍 피해로 죽은 주민 이야기를 듣게 된 A는 격분하여 B를 손으로 밀어 넘어뜨린 후 목을 조르고, 주방에서 과도를 가져와 상복부를 1회 찔러 복대동맥 자창에 의한 실혈로 사망하게 하였다. 정신감정결과, A는 정신지체자로서, 충동조절능력 저하, 현실판단력 장애, 병식 저하 등의 이상 증세가 있다고 평가되었다.
고등법원은, 경도 정신지체로 인하여 충동조절능력 저하와 현실판단력 장애가 있고, 정신지체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범행으로서, 재범의 위험성이 높고, 스스로 정신과적 치료를 받을 의사나 경제적 능력이 없음을 들어, 치료의 필요성 및 재범의 위험성을 모두 인정하면서 징역 6년, 치료감호를 선고하였다.

11. 지적장애 및 음주와 강간·살인(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도5109 판결)

A (남, 28세)는 만취 상태에서 성적 충동에 사로잡혀 아무 여자라도 강간할 작정으로 밤길을 헤매고 돌아다니다가, 새벽 4시경 혼자 길을 걷는 피해자를 발견하고 뒤따라가 인적이 없는 골목길 어귀에서 달려들어 쓰러뜨린 후, 손과 발로 때리고 짓밟아 얼굴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폭행하고, 전신이 피로 뒤덮인 피해자를 강간하였다. 피해자는 속발성 쇼크로 사망하였다. 이후 옷과 신발이 피투성이인 채로, 동네를 배회하다 연유를 묻는 지인에게 술을 먹다 집단구타를 당했다고 둘러대고는, 범행 중에 다친 무릎에 통증을 느껴, 같은 날 새벽 4시 40분경 직접 119 구급대를 불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남겨, 범행 하루 만에 검거되었다.
A는 두 살 무렵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함께 외할머니 집에서 살았으며, 유소년 시절 동네 불량배들과 어울려 술과 약물을 했으며, 지능이 낮고, 발음이 어눌하여 놀림을 받았다. 17세부터 서울에 올라가 공장일을 하며 지냈는데, 집안에서 유일한 남자인 A가 대를 이어야 한다며, 27살에 농아자와 결혼하고, 고향에 정착했지만, 소통 문제, 경제적 문제, 술버릇, 급한 성격 등으로 인해 가정불화가 잦아 결국 몇 달 만에 아내와 별거하게 되어, 다시 서울 친누나 집에서 기거하면서 봉제공장에서 일하였다. 범행 약 8개월 전, 관할관청에 지적장애 1급으로 등록되었다.
대법원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폭행, 살해하고 강간까지 한 잔혹한 범행이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사건 당시의 음주 정도와 성장배경, 지적장애 1급에서 추정되는 지능 및 인성을 고려할 때, A가 범행을 저지를 당시 자기 통제력이나 판단력, 사리분별력이 저하된 어떤 심신장애의 상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지능 저하라는 A의 주장에 대해, 전문가에게 정신상태를 감정시키는 등의 방법을 통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는 아니었는지를 확실히 가려 보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원심의 판단은 위법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12. 비사회적 인격장애와 강간(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6도5360 판결, 대전고법 2006. 7. 21. 2006노183 판결)

충동 조절의 장애로 인해 3년 이상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는 A (남, 21세 추정)는 19살 때 어머니를 폭행하고, 두 달 후 여동생을 2회에 걸쳐 강간하여, 지방법원에서 보호처분을 받았다. 그 기간 중 양극성 장애 증상을 보여 의료소년원에 1년 6개월 수용되었다가 만기 퇴소하였고, 수용 중에도 자신이 설정한 ‘옳고 그름’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성향과 조울증 증세를 보였었다. 출소 다음 날 자신의 동네에서, 귀가하는 여학생을 뒤따라가 소지하고 있던 칼로 위협하여 옥상으로 끌고 가려다, 택배원에게 발견되어 미수에 그쳤고, 같은 날 또 다른 여학생을 같은 방법으로 옥상으로 끌고 가 강간하였다.
1심법원에서의 정신감정 결과, 조현병이나 양극성 정동장애로 단정할 수 없다면서, 오히려 ‘사회적 의무의 무시와 충동적 폭력의 행사’를 특징으로 하는 비사회적 인격장애로 감정되었다. 감정기간 동안에도 쉽게 분노하고 짜증을 내며 다른 수감자를 구타하거나 위협하는 태도를 지속적으로 보였다. 고등법원은, 범행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기억하는 점과 정신감정서의 기재 내용 등을 종합하여, A의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죄질이 나쁘고, 의료소년원 을 퇴원한 지 하루 만에 범행을 저지른 점을 종합하여 1심 선고(장기 10년 단기 7년)를 확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1심법원에서의 정신감정 중에 A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고, 관련 신체검사(혈액검사, 심전도검사, 뇌파검사 등)를 실시하지 못하여, 그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재감정을 하지 않고 판결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A의 병력, 가족관계, 성장환경, 그동안의 전력, 범죄 횟수 및 시간적 간격, 범행 전후의 정황(체포된 직후, 범행도구의 소지 경위나 범행동기 등에 관하여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고, 약을 복용하지 않아 정신이 몽롱하다고 진술), 정신감정 결과 등에 비추어, 범행 당시 원래 의미의 정신병을 가진 사람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로 심각한 성격적 결함(충동조절장애)으로 인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1심에서의 당사자의 비협조적인 태도 아래 실시된 정신감정 결과와 범행 상황을 기억하고 있다는 점만을 참작하여 A가 범행 당시 심신장애의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원심이 단정한 것은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13. 특정불능 인격장애와 전방부대 소초내 총기 난사(대법원 2016. 2. 19. 선고 2015도12980 전원합의체 판결, 고등군사법원 2015. 8. 17. 선고 2015노84 판결, 제1야전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 2015. 2. 3. 선고 2014고10 판결)

군 복무 전부터 우울증세를 보여 입대 후 관리대상(B급)이었던 A병장은 소초원들에게 폭행과 인격 모독(별명 부르기 포함) 등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생각하던 중, 야간 보초 근무를 서다 순찰일지에 자신을 비하하는 그림이 그려진 것을 보고 격분하게 되었고, 군생활 동안의 괴롭힘뿐만 아니라 학창시절의 왕따 기억까지 떠올라 비참하고 억울한 감정에 빠져 ‘이렇게 살 바에야 다 죽이고 나도 죽어야겠다’는 생각에 범행을 결심하였다. 그간의 군생활을 통해 막사의 소초원들은 비무장 상태라는 점과 총기 난사가 발생하더라도 상급부대에서의 신속한 상황파악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이를 범행에 이용하였다. 무장한 소초원들이 있는 교통통제소를 일차 목표로 하여 수류탄을 던지고, 휴식 중인 다른 소초원들에게도 수류탄을 던지며, 생활관 쪽으로 도망가는 소초원들을 향해 K-2 소총을 난사하였다. 이로 인해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했다. 범행 후 도주 중에 수색대와 대치하였고 투항을 권유받았지만, 평생 감옥에 가기는 싫다며 왼쪽 가슴에 총을 발사하여 자살을 시도하였으나, 미수에 그치고, 체포되었다.
정신감정 결과, A병장은 친밀한 대인관계를 회피하고, 과거의 외상적 사건에 대한 계속적인 불편과 불안을 느끼며, 우울 을 신체적인 형태로 경험하고 표현하는 경향을 보였고,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대상이나 상황을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남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분노감·적개심으로 발전되는 형태를 보이며, 이는 특정불능의 인격장애에 해당한다고 평가되었다. 또한 범행과 관련하여 사고과정의 장애, 사고형태의 장애, 사고내용의 장애는 두드러지지 않고, 지각장애의 증거도 뚜렷하지 않으며, 의식이 명료하고 지남력이 건재하며 판단능력도 양호하여 현재는 물론 범행 당시에도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정상 범주 내에 있다고 평가되었다.
고등법원은,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는 A병장의 주장이 일관성이 없고, 별명으로 불리운 것은 인정되지만 이를 인격 모욕이나 정신적 괴롭힘이라고 볼 수 없으며, 후임병들과 갈등 관계도 인정되지만, 선임병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않는 태도로 인한 것이므로 후임병들로부터 무시와 따돌림을 당했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고 판시하였다. 범행 결심 후에는, 소초원들의 지원 가능성 및 대응 방식까지를 고려하여 공격 방법과 대상 및 우선순위를 정하는 치밀함을 보였고, 그 실행에 있어서 대담함과 냉철함을 보였다고 하면서, 범행에 대한 반성이나 유족에 대한 사죄의 표현도 없이, 여전히 남 탓만을 하는 점을 지적하며, 사형을 선고하였다. 대법원 또한 범행의 실행 과정 및 잔혹성, 피해 결과, 유가족의 고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

14. 우울증과 방화(자살 기도 및 살인미수)(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2도2289, 2012감도5, 2012전도51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2. 1. 19 선고 2011노2952 판결)

우울증에 시달리던 A (남, 10대 후반)는 자살을 결심하고, 우울증 치료를 받던 병원 근처의 독서실에 방화하여, 독서실 내 학생들과 함께 죽으려고 했다. ‘혼자 죽기 무섭고 외롭다’는 이유였다. 먼저 일일 회원으로 등록하여 내부를 살핀 후, 10여일 지나 정식회원으로 등록하고, 휘발유와 휴대용 점화기를 샀다. 이어 독서실 내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으나 독서실 직원이 진화하여 인명 피해 없이 1,5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내는 데 그쳤다.
1심법원은 살인미수와 방화로 장기 4년 단기 3년의 징역, 치료감호, 전자장치부착명령 10년을 선고하였으나, A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또한 부착명령에 대해서도 항소하였다. 이에 고등법원은, A가 소년이며 정신질환(우울증 등)으로 심신미약 상태에서 자살하려고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들이 모두 치료받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점을 정상 참작 사유로 인정하면서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계획적 범행이라는 점과 피해자들이 어린 학생인 점을 종합할 때, 원심의 형은 적절하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부착명령에 대해서도 계획적으로 다수의 피해자를 살해하려 한 점, 우울증과 심 리적 불안상태, 정신감정서의 내용에 비춘 재범의 가능성(중증 우울증 상태로 현실적 판단력이 크게 떨어져 있으며, 비관으로 인하여 극단적 행동을 할 수 있고, 재범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을 이유로 재범의 위험성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면서 부착명령에 관한 항소를 기각하였다. A는 고등법원이 부착명령에 관한 ‘재범의 위험성’과 치료감호에 관한 ‘재범의 위험성’을 같은 위험성으로 보고 판단한 것은 법리 오해라고 주장하며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고등법원의 부착명령 선고 이유 중 상당 부분이 치료의 필요성 및 재범의 위험성 이유와 중복되므로 법리 오해라고 판시하였다. 부착명령의 선고에 관한 사유들을 다시 판단하였을 때, 이 범행이 A에게 내재된 폭력성이나 악성이 발현된 것이라기보다는 우울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며, 그를 치료해 온 의사의 법정 진술(우울증이 치료되면 재범의 위험성이 높지 않다, 부착명령이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A씨의 우울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을 근거로, 치료감호가 종료된 후에는 우울증이 호전되어 재범의 위험성이 줄어들 것을 예상할 수 있으므로, 원심의 치료감호 종료 후 부착명령은 법리 오해 및 심리미진에 의한 것임을 인정, 부착명령사건을 부분 파기·환송하였다.

15. 음주 및 피해망상적 사고와 베트남 신부 살해(대전고법 2008. 1. 23. 선고 2007노425 판결)

A (남, 40대)는 3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홀어머니 슬하에 자랐고,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중학교 졸업 후 집안 농사일을 도왔으며, 군 복무를 마친 후 서울에서 일용직 노동과 자동차 학원 강사 등을 하며 방송통신고를 졸업하였다. 마흔이 넘어서야 결혼을 준비하게 되었고 생활정보지를 통해 알게 된 국제결혼업체에 1,000만원을 지불한 후 베트남에서 B (19세)와 결혼식을 올리고, 약 5개월 뒤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한 달쯤 후, 일을 마치고 술을 마신 후 귀가하였는데 B가 여행 가방과 여권을 챙겨 나가는 것을 보고 베트남어로 ‘캐톤’(결혼)이라고 묻자 B는 ‘아니오’라고 대답하며 집을 나서려고 하였고, 이에 사기 결혼을 당했다고 판단하고 무차별 구타(다발성 늑골 골절)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범행후 심리검사 결과, A에게 피해망상적 사고 경향,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우울 증상이 있다고 추정되었고, 범행 당일에는, 무더위와 과중한 업무로 인한 피로감, 음주 등이 복합된 상태에서, 순간적인 분노감과 사기 결혼을 당했다는 피해망상적 사고 경향으로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평가되었다. 면담장면에서는 후회하는 모습(사람으로서 왜 그런 일을 했나 내가 미친놈이다. 술에 취해서 정신이 희미해진 것 같다)을 보이기도 했다. 감정인은 A의 정신과적 증상을 의심하며 치료개입이 필요하다고 추정하면서, 음주 폭력행위로 인해 6회의 벌금형을 받은 과거 전력에 비추어, 알코올 섭취 후 공격성 조절 곤란으로 타인에게 폭력적 행위를 하는 등 대인관계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감정하였다.
고등법원은, 남편만을 의지하며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 온 19세의 베트남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것은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면서, 범행이 계획적이거나 의도되어 보이지는 않으나 그릇된 성행을 교정하기 위해서라도 상당한 기간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하였다.

16.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및 충동조절장애와 남편 살해(대전지법 2006. 10. 18 선고 2006고합102 판결)

A (여, 48세)는 B (남, 48세)와 30년간 부부생활을 해오면서, 10여년 동안 B로부터 심한 욕설과 폭행을 당해왔다. 범행 당일에도 술을 마시고 귀가한 B가 욕설을 하며 가슴을 밀치자, 안방으로 피신하였지만 계속 쫓아와 넘어뜨리고, 애완견을 얼굴에 집어 던지는 등 폭력이 계속되었다. 이를 피해 안방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자, 더 격분한 B가 화장실을 문을 치면서 모욕적인 폭언과 위협(장인 그 개자식하고 그 장모하고, 다리 한 짝 없는 오빠 그 병신새끼하고 내일 꼭 죽이겠다)을 계속하였다. 이후 집안이 조용해지자 화장실을 나온 A는 거실 소파에서 잠들어 있는 B를 보고 그간의 분노감과 적대감이 폭발하고, 친정 식구들마저 죽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소파 옆에 있던 철제 아령을 집어들어 머리를 3회 가량 내리쳤다. B는 두개골 함몰 분쇄골절로 현장에서 사망하였다. 정신감정결과는, 장기간의 폭력 및 학대로 인한 만성적인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중등도의 우울증 및 충동조절장애가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되었다.
법원은, A가 오랜 기간 학대나 폭력의 지속적인 재경험이라는 특별한 심리상태에 있었음을 수긍하더라도, 범행 당시 피고인의 법익에 대한 침해나 위난이 존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정당방위나 긴급 피난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초범이고, 10년 동안 남편으로부터의 학대와 폭력 때문에 형성된 중등도 우울증 에피소드 또는 그로 인한 충동조절장애로 말미암아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고, 재활 의지가 있으며, 치료가 병행된다면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줄어들 수 있음을 근거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였다.

17. 지적장애와 감금 및 살인(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6도734 판결)

1년간 교제해왔던 A (남, 19세)와 B (여, 22세)는 교제 중에 C (B의 여고 동창, 22세)를 알게 되어 셋이 동거하게 되었다. 그 무렵 A의 누나 집에서 현금 도난 사건이 발생하여, B가 범인으로 의심받게 되었고, 이후 A의 계부가 일할 곳을 구해준다 며 B를 다른 지역으로 데리고 간 후 소식이 끊겼다. 이에 A는 B가 자신의 계부와 성관계를 했다고 단정하고 B에 대해 앙심을 품고 있었는데, 10여일 후, 옷을 가지러 온 B와 마주쳐 말다툼을 하게 되었고, 돈을 훔친 것과 계부와 성관계를 가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자 격분하여 주먹으로 B의 얼굴과 옆구리를 수차례 때렸다. 얼굴에 구타 흔적이 생기자 신고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옷을 벗겨 B를 감금(45일간)하였고, 그 기간 동안에 도망가려는 B를 붙잡아와 주먹으로 얼굴과 옆구리 등을 때리고, 철제 빨래건조대로 허벅지를 가격하였으며, 잠을 잔다는 이유로 빈병으로 머리와 얼굴을 때려 머리가 찢어지기도 했다. 또한 드라이버로 B의 목을 그으며 머리를 잡아 벽에 부딪치게 하고, 음모와 겨드랑이털을 태웠으며, 망치로 허벅지와 음부를 때리기도 하였다. A가 주도적으로 폭행과 가혹행위를 하였고, C는 동조 또는 가담하였으며, 결국 B는 췌장파열로 사망하였다.
정신감정 결과, A는 정신지체 수준의 지능을, C는 경계선 수준의 지능을 보였고, 사회적 규범에 대한 이해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과거력상, A는 외삼촌으로부터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받은 적이 있고, 특수절도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으며, C는 아버지의 음주벽과 학생 시절의 따돌림을 겪은 적이 있었다.
1심법원은, A가 B에게 행한 감금, 폭행 및 가혹행위에 대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하였고, C에 대해서는 A와 합세하여 폭력과 가혹행위를 한 공동정범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A와 C가 유가족들에게 잘못을 빌고, 가해자와 합의한 유가족이 선처를 호소하며, A의 경우 외삼촌으로부터 학대받은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한 점, 소년보호처분(특수절도) 이외에는 범죄 전력이 없는 점, 20세 미만의 소년으로서 교화 및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이는 점을 들어, 장기 15년 단기 7년을 선고하였다. C에 대해서는 아버지의 음주벽과 심한 체벌 등 부적절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점, 다른 범죄경력이 없는 점, 아직 22세에 불과한 점 등을 근거로 징역 15년을 선고하였다. A와 C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하면서 항소하였다.
고등법원은 A와 C가 피해자를 여러 차례에 걸쳐 무자비하게 폭행한 점, 여러 도구를 사용하여 폭행과 가혹행위를 한 점, 피해자의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반복하여 가한 점 등을 근거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였다. 다만 A와 C의 과거력과 정신감정 결과, 그리고 유가족들과 합의한 점을 고려하면 원심의 양형이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단된다면서, 각각 징역 12년을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A와 C의 범행이 매우 잔인하고 엽기적이기는 하나, 재판 당시 A가 성년이 되었음을 이유로 1심보다 높은 양형을 판결한 것은 불이익 변경금지 규정에 관한 오해라고 판시하였다. C의 경우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제대로 된 보살
핌과 훈육을 받지 못한 불우한 가정환경과 학생 시절 따돌림 등으로 인해 내재된 폭력성이 범행에서 발현된 것인 점, 지능이 경계선 수준으로 사회적인 규범이나 도덕적 이해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진단된 점, 범행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근거로 양형부당을 인정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18. 연인의 부모 살해 및 그 범행 중의 연인 준강간, 성격장애(의심)(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도5785, 2015전도105 판결, 대구고법 2015. 4. 9. 선고 2014노566 판결, 대구지법 2014. 9. 18. 선고 2014고합73 판결)

대학 동아리에서 만나 두 달간 교제하던 A (남, 24세)와 B (여, 19세)는, A의 폭행으로 B가 결별을 요구하며 만나주지 않자, B의 주변을 배회하였으며, B를 자신의 자취방에 끌고 가려하다 응하지 않자 또 폭행하였다. 위 사실을 알게 된 B 의 부모가 A의 부모에게 항의하였고, A는 자신의 부모로부터 꾸중을 들었으며, 폭행 사실이 대학 내에도 알려져 맡고 있던 총동아리회장직을 물러나게 되었다. A는 이러한 일들을 따지기 위해 B를 다시 찾아갔으나 거절당했고, B의 부모가 다시 A의 부모에게 항의하여, A는 자신의 부모로부터 더욱 심한 질책을 받았다. A는 자신을 질책받게 하고, 동아리회장직에서도 물러나게 한 B의 부모를 살해하기로 결심, 배관공으로 위장하여 침입하기로 계획하고, 위장을 위한 몽키스패너, 반항을 제압하기 위한 스프레이 락카, 피해자들을 공격하기 위한 칼, 자신이 다칠 경우를 대비한 붕대, 현장의 피를 처리하기 위한 밀가루 등을 준비하였다.
범행 당일, 배관공으로 위장한 A는 1차 방문에서 집 안 내부를 살피고 밖으로 나와 생각을 정리한 후, 다시 들어가 B 의 어머니에게 화장실 수리를 도와달라며 유인, 락카를 얼굴에 분사하고 칼과 망치로 찌르고 내리쳐 살해하였다. 이를 보고 도망치는 B의 아버지를 뒤따라가 망치로 머리를 가격하고 칼로 찔러 또한 살해하였다. 이후, B의 어머니의 핸드폰 문자를 이용해 B의 귀가를 종용하였고, 귀가한 B에게 아직 부모가 살아있는 것처럼 말하며, 자기 말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부모에게 상해를 가하겠다고 협박하며, 그간의 상황에 대해 잘못을 빌도록 하였다. 결국, 어머니의 시체를 확인한 B가, 아직 아버지는 살아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절박한 심정에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어떤 것이든 하겠다”며 옷을 벗자, A는 자신의 바지를 벗기게 하고 간음하였다. 그러나 아버지마저 이미 살해당한 것을 알게 된 B는 그 충격으로 자해를 시도하였고, 베란다를 통해 아파트 4층에서 뛰어내려 탈출, 이로 인해 16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중상을 입었다. 범행 후 A는 자신의 자취방에서 술을 마신 채 잠을 자다 경찰에 체포되었다.
범행 후의 심리검사에서, A는 감정적·정서적으로 취약하 여 자신의 욕구충족과 관련한 행동 통제의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면담 중의 진술에서 ‘B가 대화에 응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 범행은 돌이킬 수 없으므로 깨끗하게 무기징역으로 죗값을 받겠다’라고 말하는 등 죄의식이 낮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
1심재판에서의 부착명령청구전조사서는, 즐거운 감정은 매우 피상적이고, 거절·비난·반대에 취약하며, 스트레스를 주는 생활사건에 직면하면 쉽게 화를 내고,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상황에 대한 판단 없이 감정에 따라 행동하고, 타인의 동기나 의도를 개의치 않고 자신의 욕구에만 초점을 맞춰 행동하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인지능력은 정상 범주에 속한다고 기재하고 있다.
대법원은, 범행이 계획적이고 실행에 대한 결의가 확고하며, 살해의 방법이 잔혹하고, 심리검사 결과에 비추어 재범의 위험성이 높으며, 피해자의 정신적·신체적 피해가 극심하고, 피해자 양친의 살해 범행 중에 그녀의 항거불능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점 등을 근거로 사형을 선고하였다.

19. 초등생 살해 및 시체손괴와 적응장애 및 정신병적 양상을 동반한 우울장애(의증)(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도7658 판결, 서울고법 2018. 4. 30. 선고 2017노2950 판결, 인천지법 2017. 9. 22. 선고 2017고합241 판결)

고등학교를 자퇴한 A (여, 18세)는 평소 인체 해부나 인육에 관심이 많았고, 가상 범죄조직의 일원으로 역할극을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조직원 캐릭터로 이입해, 사람을 죽여봤다는 상황극에 빠져있었으며, 이러한 허구적인 상황극 활동을 실제 살인으로 실행하고자 하였다. 범행 당일, 신원 확인에 혼란을 주기 위해 엄마의 옷과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또 범행 지역과 무관한 사람으로 위장하기 위해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섰다. 집 주변 초등학교 부근을 배회하며 대상을 물색하던 중, 피해 아동이 다가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야 한다’며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하자 ‘배터리가 없으니 우리 집으로 가서 전화하라’며 유인한 후, 충전기 줄로 목을 졸라 살해하였다. 이어 시체를 안방 화장실로 옮겨 주방용 칼로 먼저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절단한 다음, 상반신과 하반신을 분리-절단하고, 왼쪽 대퇴 피부를 절제하였으며, 폐의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장기는 대야에 담아두었다. 쓰레기봉투에 아이의 상반신과 하반신을 나눠 담은 후, 그 봉투를 대형 장바구니에 넣어, 자신의 집 옥상 물탱크에 버렸다.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회원이면서, 또한 범행의 실행 내내 연락을 주고받았던 B (여, 21세)에게 주기 위해, 새끼손가락, 폐, 대퇴 피부를 따로 보관해 두고, 나머지 장기는 검정색 비닐봉지에 담아 자신의 아파트 단지 음식물 쓰레기 수거통에 버렸다. 당일 저녁, 술집에서 B를 만나 조직이 담긴 종이 가방을 건넸고, B는 화 장실에서 조직을 확인했으며, 이후 카페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누던 중, A의 어머니로부터 경찰이 찾아왔다는 전화를 받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다음 날, A가 경찰의 수사를 받는 것을 알게 된 B는, 건네받은 조직(새끼손가락, 폐, 대퇴 피부)을 주방용 가위로 잘게 잘라서, 음식물 쓰레기와 섞어 공용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다. 과거력상, A는 적응장애와 정신병적 양상을 동반한 우울장애(의심) 등으로 정신과상담 및 약물치료를 받고 있었다.
1심재판에서의 정신감정인은, 아스퍼거증후군이 시사된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이 사건 당시까지는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으나 범행후의 처리과정(시체손괴 등)은 자폐적 성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바, 이는 심신미약 상태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취지의 감정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범행 당시 A에게 아스퍼거증후군이 있었다는 감정 의견에 대해, 조사과정에서 보인 언동이 A의 심신 상태를 그대로 투영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장애의 증상들이 범행 당시의 심신 상태와 직접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심신장애를 부정했다. 검찰 조사과정에서 A의 정신·심리상태를 평가를 했던 전문가 증인 역시 A의 언동이 조현병, 해리성 장애, 또는 아스퍼거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또한 A가 피해자에게 미안하다고 얘기하지만 왜 미안한지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못하는 등 죄책감이 결여되었고,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하고 냉담한 성격에 비추어 사이코패스 경향이 강하다고 진술하였다.
1심법원은, 어린아이를 유인하여 살해하고, 시체를 훼손하는 등 치밀하고 잔혹한 계획범죄라고 하면서, B가 범행의 공모는 물론 A에게 살인을 지시하고, 범행에 본질적 기여를 한 사실을 인정, A에게는 살인, 시체손괴 및 시체유기 혐의로 징역 20년 및 부착명령 30년을, B에게는 살인 방조 및 시체유기 혐의로 무기징역 및 부착명령 30년을 선고하였다.
고등법원은, 1심법원과 달리, B가 A에게 살인을 지시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B의 지시로 인한 범행이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점을 종합하여 A에게 원심과 같은 형(20년)을 선고하였다. B에 대해서는 살인을 지시하지는 않았으나, A가 허구적 상황을 넘어 실제 살인이 이뤄진다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 범행 결의를 강화하거나 유지하도록 정신적으로 도왔다고 판시하면서 살인 방조 및 시체유기 혐의로 징역 13년을 선고하였다. 이에 검사는 B에 대해서, B가 A에게 살인을 지시하였으므로, 양형이 부당하다며 상고하였고, A도 또한 자신의 심신미약을 이유로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원심과 같은 이유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고찰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는 수적으로는 많지 않지만, 범행의 내용이 잔혹하거나 기이한 경우가 많아 사회 불안을 가중시킨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 안전의 확보와 정신질환자의 인권 보호라는 두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관련 범죄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성과에 기반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목적에서 저자들은 정신질환 관련 범죄에 관한 법원의 판결 자료를 분석하여, 효율적인 대응책 마련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19건의 판례에서 정신질환의 진단명, 범죄의 종류, 범행 도구 및 가해 흉기, 가해자-피해자 관계, 선고 형량, 정신감정 여부 및 결과, 심신장애 인정 여부 및 근거 등 7개의 항목을 분석하였다. 19건의 판례중 16건에서 정신감정(심리검사 포함)을 시행했고, 그중 진단명이 명시된 경우는 13건, 명시된 진단명이 없거나 또는 감정인들의 감정의견이 엇갈린 판례는 3건이었다. 정신감정을 실시하지 않은 판례 3건은 각각 진단서(#1), 치료감호소의 치료기록(#2), 관할관청의 등록문서(#11)에 기재된 진단명을 언급하였고, 이를 근거로 법원은 피고인들의 정신질환을 인정하였다. 결국 19건 중 정신질환명이 명시된 판례는 16건이고, 나머지 3건은 진단명 없이 심리검사 결과 또는 감정의견만을 언급하고 있다. 형법 제10조[심신장애인]는 (1)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2)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19건 중 심신장애를 인정한 판례는 6건(#3, #5, #6, #10, #14, #16), 인정하지 않은 판례는 3건(#4, #8, #19), 심신장애의 여부를 언급하지 않은 판례는 6건(#1, #9, #13, #15, #17, #18)이었고, 나머지 4건에서는 심신장애에 대해 재심리를 판시하였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3건(#2, #11, #12)에서는 심신장애의 가능성이 인정된다며, 1건(#7)은 심신장애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심을 파기하였다.
진단명이 명시된 판례(16건)를 분석해보면,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 6건, 소아기호증 3건, 지적장애 2건, 성격장애 2건, 우울증 1건이었고, 복수의 진단명이 제시된 경우가 2건이었으며, 그중 조현병이 6건(31.6%)을 차지하였다. 2007-2019년 법무부의 치료감호대상자 수용현황[5]에서도 조현병이 전체 수용자의 40%-50%를 상회하고 있고, 지적장애와 조울증이 각각 10% 내외를 차지하고 있어, 본 연구결과와 크게 배치되지 않았다. 복수의 진단명이 명시된 2건을 제외한 14건을 먼저 분석하였고, 그 내용은 Table 1에 요약하였다.
Table 1.
The precedents with single specific diagnosis for mental illness (written in classification according to DSM-5)
No. Mental illness Crime type Criminal tool Victim Mental appraisal Mental handicap Sentence (original court)
1 Schizophrenia Attempted murder Car Quarrel adversary Not-performed Not-mentioned 3 yr/suspension of execution for 5 yr
2 Schizophrenia (catatonic) Injury Hand Mother Not-performed To be reassessed (for recognition) Quashed (8 mo)
3 Schizophrenia (paranoid) Murder Hand and foot, cloth string Mother Performed Recognized Innocent/treatment and custody
4 Schizophrenia (paranoid) Murder Knife At random Performed Rejected Life sentence
5 Schizophrenia (paranoid) Murder, Arson Knife, gasoline, lighter Neighbors Performed Recognized Life sentence
6 Brief psychotic disorder Injury, property crime Hand and foot, aluminum rod At random Performed Recognized Quashed (10 mo)
7 Pedophilia Rape Hand, knife At random Performed To be reassessed (for rejection) Quashed (15 yr)
8 Pedophilia Rape Hand Neighbor Performed Rejected Life sentence
9 Pedophilia Rape Hand, necktie At random Performed Not-mentioned 6 yr
10 Intellectual disability Murder Hand, knife Acquaintance Performed Recognized 6 yr/treatment and custody
11 Intellectual disability Murder, rape Hand and foot At random Not-performed To be reassessed (for recognition) Quashed
12 Antisocial PD Rape Knife At random Performed To be reassessed (for recognition) Quashed (7-10 yr)
13 Unspecified PD Murder Rifle, grenade Fellow soldiers Performed Not-mentioned Death penalty
14 Depressive disorder Arson Gasoline, ignizer At random Performed Recognized 3-4 yr/treatment and custody

PD, personality disorder.

조현병은 인지, 지각, 정동, 행동 등 다양한 정신기능에 이상을 초래하는 정신질환으로 임상경과나 예후가 다양한데, 주요 임상증상으로는 망상과 환각이 있고 자신의 병적 상태에 대한 병식이 없으며, 자아 경계의 상실과 현실검증능력의 장애를 특징으로 한다[6]. 범죄와 관련하여 조현병에서 주목할 점은 살인, 강도, 방화 등 강력범죄의 비율이 높고 피해자가 가족이나 신체적 약자인 경우가 많다는 것으로[3], 본 연 구에서도 6건의 범행이 살인(3건), 살인미수(1건), 상해(2건) 등 강력범죄가 중심이었다. 또한 피해자는 모친(2건), 다수의 이웃 주민(1건), 비면식 관계(3건)였고, 차량을 이용한 상해(살인미수)를 제외한 5건에서 가족이나 신체적 약자(노인, 여성 또는 아동)였다. 범행도구(가해흉기)는 대개 가해자의 신체와 현장의 도구였는데, 자신의 손/발과 현장의 도구(알루미늄 막대, 끈)를 사용한 사건이 2건, 자신의 손만을 사용한 경우가 1건, 운전 중이던 차량를 이용한 사건이 1건이었고, 2건에서는 미리 준비한 칼을 사용했다. 자신의 손 또는 현장의 도구를 사용한 범행은 4건으로 이에 근거하여 우발적 범행으로 분류할 수 있고, 범행도구(칼)를 준비한 계획적 범행 2건은 모두 편집형 조현병과 관련되었다. 편집형 조현병이란 피해망상, 과대망상을 지배적인 특징으로 하는 아형으로, 정동 및 언어 장애와 긴장성 증상은 없거나 미미하여[6],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조현병 환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고, 특히 언어 장애와 긴장성 증상이 없어, 정상인과 구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범죄예방의 차원에서 주목할 필요성이 크다. 조현병 관련 사건 중, 4건(#3, #4, #5, #6)에서 정신감정이 시행되었고, 그중 3건(#3/심신상실, #5#6/심신미약)에서 심신장애가 인정되었으며, 이들의 공통적 정신감정결과는 망상에 관한 것이다. 망상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감정인이 평가하고, 법원이 이를 인정할 경우, 심신장애를 인정받아 감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았다. 이와 달리, #4사건은 편집형 조현병의 과거력이 있으나, ‘범행 당시 망상 증상이 보이지 않아, 심신상실 상태로 볼 수 없다’는 정신감정결과가 반영되어, 심신장애가 부정되었다. 정신감정을 실시하지 않은 나머지 2건(#1, #2)의 경우, #1사건은 조현병(진단서 제출)이 감형 사유가 되기는 하였으나, 범행 당시 피해 결과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별도의 정신감정은 실시되지 않았고, 피고의 조현병 주장에 대하여는 그가 운전을 하는 것에 비추어 일상생활의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이고, 119에 전화를 건 구호조치에 비추어, 사건 당시의 인지기능에 어려움이 있었는지가 의심된다고 지적하면서, 심신장애의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2사건은 치료감호소에서 치료받은 전력과 함께, 질병이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하면서, 범행 당시 조현병으로 인해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원심이 피고인의 상태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정신감정의 미흡을 이유로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소아기호증이란, 사춘기 이전의 소아(대개 13세 이하)와의 성적 행위(성기 희롱, 구강성교 포함) 또는 그 환상이 성적 흥분에 되풀이 애용되거나 유일한 방법이 되는 성도착 장애이다[7]. 분석한 판례 중, 소아기호증은 3건이었고, #7사건은 초등생 여아 12명을 대상으로, #8사건은 같은 마을의 6세 여아를 대상으로 한 범죄였다. 특히 #9사건은 판례에 적시 된 피해자(11세, 14세 여아) 이외에도 비슷한 시기 5명의 피해자(13세 미만 4명, 18세 1명)가 더 있다. 범행 도구는 현장의 넥타이와 자신의 손(#9)이었거나, 현장의 커터칼과 자신의 손(#7)이었고, 나머지 1건은 자신의 손(#8)만을 사용한 범행이었다. 3건 모두 정신감정이 실시되었고, 소아기호증으로 진단되었으나, 2건(#7, #8)은 심신장애가 인정되지 않았고, 1건(#9)은 심신장애의 여부를 언급하지 않았다. #7사건에서 대법원은 소아기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면서, 피고인이 과거 소아기호증을 진단받았다고는 하나, 치료를 받은 적이 없고, 범행 장소를 답사했으며, 직업 활동을 하는 점, 그리고 정신병적 증상이 의심되지 않는다고 지적하였다. 이처럼 상·하급심의 엇갈린 의견은 소아기호증에 대한 심층적인 정신감정 및 심리분석이 필요함을 시사해 준다. 또한 3건 중 2건(#7, #9)의 피고인들이 소아를 대상으로 한 성폭행으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고, 피해자가 각각 12 명과 8명인 점을 보면, 소아기호증의 높은 재범성이 드러나고 있다. 즉 소아기호증은 그 자체로서 범죄성과 재범성을 전제하므로, 심신장애의 판단에 있어서 더 엄격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피고인들의 정신감정 결과를 검토해 보면, #8, #9 피고인은 비폐쇄형 소아기호증의 진단과 함께 반사회성 성격장애(의심)의 진단이 추가되었다. 비폐쇄형 소아기호증이란 DSM-5에 따른 분류로 아동과 성인 양쪽에 지속적 성적 관심을 갖는 유형을 말한다. Lanning의 분류[8]에서는 소아기호증을 정신성적장애 성향에 의한 것과 반사회성 성격장애 성향에 의한 것으로 구분한다. Choi와 Kwak [9]은 이 방법에 따라 한국의 성범죄자를 분류하였고, 그중 반사회성 성격장애 성향의 성범죄자를 상황적 소아기호증으로 분류하면서, 아동에 대한 확실한 ‘성적 선호도’가 없이, 아동을 상대로 성적 일탈을 실행하는 것이므로, 이들은 소아기호증이 아닌 반사회성 성격장애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그만큼 소아기호증 성범죄에 대한 사법적 접근은 더욱 정교한 심층적 분류를 통해 처벌과 예방조치를 달리할 필요성이 크다[9].
지적장애란 발달 경과 동안 지적 기능 및 적응 기능에서 개념적, 사회적, 실제적인 영역의 결함을 보이는 장애로, 낮은 지능지수 및 일상생활에서의 독립적이고 책임 있는 역할 수행의 어려움을 주요 특징으로 하며, 더불어 각종 정서 및 행동장애와 신경학적 장애를 동반할 수 있어 복합 또는 중복 장애로 분류된다[10]. 범죄와 관련하여 주목할 점은 성발달에 있어 지적장애자는 일반인과 거의 같거나 다소 늦을 뿐으로, 적절한 성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 또는 성충동 조절능력 및 판단력의 미숙으로 인하여 성적 탈선이나 성범죄율이 높다는 점이다[10]. 이에 더하여 지적장애는 충동조절장애나 기분장애를 동반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이들 동반 장애와 범죄 관련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즉, 지적장애자가 기분장애나 충동조절장애를 동반하는 경우, 그의 어떤 행위가 지적장애 자체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환경적 요인에 따른 결과적 반응인지를 구분해야 하는데, 많은 경우에 있어 중증 지적장애자는 낮은 지능 자체로 인하여 정서 및 행동장애를 동반하기 때문이다[10]. 지적장애와 관련하여 2건의 판례가 있고, 각각 ‘살인’(#10)과 ‘살인 및 강간’(#11)이며, 피해자는 각각 동네 주민과 행인이다. 범행 도구는 각각 ‘자신의 손과 현장의 칼’, ‘자신의 손과 발’이었다.
2건 모두 음주 상태에서의 범행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음주는 폭력과 살인사건의 30% 이상에서 동반되고 있는데[1], 음주는 뇌피질의 억제를 통해 도덕적 판단을 어렵게 하고, 또한 흥분, 공격성, 충동성을 높임으로써 사회적으로 통제되어왔던 일탈 행동을 조장한다[11]. 지적장애는 이미 그 자체로 충동조절능력 저하, 정서장애, 공격성 같은 위험요인을 동반하고 있는데, 여기에 일탈 행동을 조장하는 음주가 추가될 경우 이러한 위험요인들을 더 강화시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정신감정은 1건(#10)에서만 실시되었고, 지적장애로 인한 충동조절능력 저하, 현실판단력 장애가 인정되어 심신미약이 인정되었으나, 스스로 정신과적 치료를 받을 의사나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점과 치료의 필요성 및 재범의 위험성을 인정하여 징역 6년, 치료감호가 선고되었다. 정신감정이 실시되지 않은 1건(#11)은, 관할관청에 등록된 지적장애(1급) 기록이 대법원 심리 단계에서 제출되었는데, 이는 범행 8개월 전에 등록된 것이었다. 대법원은 이 증거와 만취상태, 과거력 등을 참작하여 범행 당시 피고인이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 원심을 파기하였다. 그러나 당시 피고인이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는 판시 내용과, 이에 더하여 범행 직후의 언행에서, 범행 후 마주친 지인에게 ‘집단구타를 당해서 옷이 피투성이가 된 것’이라고 꽤 합리적인 변명을 만들어 낸 점, 스스로 구급차를 불러서 자신의 부상에 대한 치료를 추구한 점에 있어, 심한 지적장애라는 주장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지적장애 1급은 지능지수 34 이하로, 정신연령이 3?6세 정도이며, 글, 수, 양, 시간 등에 대한 개념 이해가 거의 없고, 사회적 행동과 의사소통의 현저한 어려움을 보이며, 식사, 옷 입기 같은 일상생활마저도 장기간의 교육이 있어야 독립적 수행이 가능해진다[12]. 즉, 1급 지적장애라면 직업적 활동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매우 제한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관할관청에 등록된 지적장애(1급) 기록이 과연 신뢰할 만한 것이었는지 법원은 전문가를 통해 검토하게 했어야 한다. 장애인의 복지 차원에서 우호적인 또는 시혜성 장애 진단이 내려지는 경우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성격장애란 개인이 속한 문화적 기대에서 현저히 벗어난 지속적인 내적 경험과 행동양식을 보이는 것으로, 성격 특징이 광범위하게(pervasive) 경직되어 있고, 청소년기 혹은 성인기 초기에 시작되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으며, 정신병리의 핵심은 자기와 대인관계에 대한 생각과 느낌의 손상이다[13]. 성격장애에는 편집형 성격장애, 경계선 성격장애, 반사회성 성격장애 등이 있고, 그중 반사회성 성격장애는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거나 침해하는 지속적인 행동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공감능력이 결여되어 타인의 권리나 고통에 대해 냉담하고 냉소적이며, 다양한 범법 행위나 폭력적 행동을 포함하는 무책임한 행동을 하면서도, 후회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12]. 분석한 판례에서는 ‘비사회적 인격장애’(#12)와 ‘특정불능의 인격장애’(#13)를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ICD-10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10th revision)의 기준에 따른 용어로, DSM-5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th edition)는 이를 각각 ‘반사회성 성격장애’와 ‘명시되지 않는 성격장애’(unspecified personality disorder)로 분류한다[12]. ‘명시되지 않는 성격장애’란 개인의 성격 특징이 성격장애의 일반적 진단 범주를 충족하지만, 다른 유형의 성격장애의 특질이 혼재되어, 특정 성격장애의 진단 범주로 분류되지 않거나, 또는 진단 분류에는 분류 항목이 없는 성격장애를 말한다[12].
성격장애로 진단된 2건에서 피고인들이 기분장애의 과거력을 갖고 있음도 주목해야 한다. 강간 사건(#12)의 피고는 조울증 진단을 받았고, 총기난사 사건(#13)의 피고는 우울 증세를 보였다. 2건을 분석해보면, 피해자는 각각 행인(여고생)과 동료 부대원이었고, 범행도구는 각각 칼, 소총 및 수류탄이었다. 총기난사 사건의 경우 자신이 속해있던 부대 내의 사정을 알고 범행에 이용한 계획적 범행이라고 법원은 적시하였고, 강간 범행에 대해서 대법원은 강간할 의도가 있었다는 고등법원의 판시를 부정하며, 충동적 범행이라고 적시하였다. 2건 모두 정신감정을 통해 성격장애로 진단되었으나, 심리의 구체적인 결과는 차이가 크다. 총기난사 사건의 피고인은 특정 불능의 성격장애로 진단되었으나, 현재는 물론 범행 당시에도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정상 범주 내에 있었다는 감정 의견이 있을 뿐, 심신장애 여부의 언급 없이 사형이 선고되었다. 이와 달리 강간 사건의 경우는 반사회성 인격장애로 진단되었으나, 피고가 비협조적으로 심리검사에 임했고, 범행 당시 심각한 충동조절장애로 인해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해진 상태로 보인다고 하면서 대법원이 원심(장기 10년, 단기 7년)을 파기했다.
우울장애는 다양한 모습의 우울 감정, 의욕과 인지의 장애를 보이고, 신체적 문제(피곤함, 통증, 소화장애 등)를 야기하기도 하는 만성 질병으로서, 우울감,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 무가치감이나 죄의식, 사고 및 의사결정의 장애, 자살 사고, 식욕감소, 불면증 등을 보이며, 또한 충동조절장애, 불안, 약물남용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14]. 우울장애와 관련한 범행은 1건(#14)으로, 건물에 방화하여, 불특정 다수를 죽이려고 한 범행이었고, 도구(휘발유 등)를 미리 준비한 점을 들어 법원은 계획적 범행이라고 판시하였다. 정신감정이 이루어졌고, 우울증으로 진단되었으며, 심신미약이 인정되어, 감형과 함께 치료감호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정신감정의 내용을 보면, 두 감정인의 진술이 상반된다. 한 감정인(치료감호소)은 우울증으로 인해 현실적 판단력이 크게 떨어져 있어 재범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한 반면, 다른 감정인(과거 치료담당 의사)은 우울증이 치료되면 재범의 위험성이 높지 않고, 전자장치부착명령이 오히려 우울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진술하였다. 두 전문가의 증언은 일면 매우 합리적이고 타당해 보이지만, 동일 사건의 같은 피고인에 대한 전문가의 증언이 이토록 상반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진단명이 명시된 16건에서 둘 이상의 정신질환 또는 심리장애가 동반된 사례는 2건(#15, #16)으로, 모두 살인사건으로서, 부부 사이의 범행이었고, 피해자는 각각 아내와 남편이었다. 법원은 이 사건들을 우발적 범행이라고 판시하는데, #16사건은 현장의 아령을 흉기로 사용하였고, #15사건은 무차별 구타라고만 표현하며 흉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나, 가해자의 손과 발이 흉기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두 정신감정이 실시되었으나, #16사건만 심신장애로 인정되었고, 오랜 기간의 학대로 생긴 우울증과 그로 인한 충동조절장애가 영향을 미친 범행이라는 정신감정 결과가 근거가 되 었다. #15사건의 감정인은 피고인이 피해망상적 사고 경향,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우울 증상이 있고, 주취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으며, 알코올 섭취 후의 공격성 조절 곤란으로 타인에게 폭력적 행위를 한다고 감정하였고, 법원은 심신장애 여부에 대한 언급은 없이 피해망상적 사고경향 및 주취 중의 폭력습벽을 범행의 원인이라고 판시하면서 그릇된 성행을 교정하기 위한 사회로부터의 격리 필요성을 이유로 12년형을 선고하였다. 이들 사건에 대한 분석 결과는 Table 2에 요약하였다.
Table 2.
The precedents described with double or more diagnostic terms for mental illness
No. Suggested mental illness and comorbidity Crime type Criminal tool Victim Mental appraisal Mental handicap Sentence
15 Persecutory delusional ideation, PTSD, depressive symptom Murder Not-mentioned; presumably limbs Wife Performed Not-mentioned 12 yr
16 PTSD, depression, impulse control disorder Murder Dumbbell Husband Performed Recognized 3 yr/suspension of execution for 5 yr

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정신질환의 진단명 없이 심리검사 결과만 명시하고 있는 판례도 3건이 있다. 심리검사 결과와 감정인의 의견에 비추어, 추정되는 진단은 지적장애(1건)와 성격장애(2건)이다. 범행의 내용은, 각각 감금 및 살인(상해치사) (#17), 살인 및 강간(#18), 살인 및 시체손괴(#19)이며, 피해자는 각각 동거녀(#17), 헤어진 연인 및 그 양친(#18), 길에서 마주친 아동(#19)이었다. #17과 #18사건은 앙심을 품고 피해자를 특정한 범행이었으나, #19사건은 범행 의도를 갖고 대상을 탐색하던 중 마주친 여아에 대한 범행이었다. 범행 도구는 #17사건의 경우 손, 병, 철제막대, 망치, 드라이버, 라이터였고, #18사건은 스패너, 칼, 망치였으며, #19사건은 충전기 줄(교살)과 부엌칼(시체손괴)이었다. 모두 정신감정이 실시되었으나, 진단명은 명시되지 않았고, #19사건만 심신장애를 부정하는 판시 내용이 있을 뿐, 나머지 두건(#17, #18)은 그에 관한 언급이 없다. #17사건의 심리검사결과는, 피고인들이 각각 정신지체 수준과 경계선 수준의 지능이었고, 사회적 규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평가했다. 경계선 수준의 지능(IQ 70-84)이란 적응능력의 부족과 그로 인한 사회적·직업적 기능 수행의 어려움을 갖지만, 지적장애에는 해당되지 않으며[10], 지능지수 70 미만부터 지적장애로 진단되는데, 판례는 ‘정신지체 수준의 지능’이라고만 표현하고 있을 뿐, 심신장애에 관한 심층적인 검토를 보여주지 않았다. 피고인이 지적장애가 있는지, 그 정도는 어디에 해당되는지, 적응행동의 결함 또는 장애는 없는지 등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 심신장애의 여부를 평가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18사건의 심리검사 결과는, 감정적·정서적으로 취약하여 자신의 욕구충족과 관련한 행동 통제의 어려움이 있고 죄의식이 낮으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한 감정이 피상적이고 거절·비난·반대에 취약하며, 스트레스를 주는 생활사 건에 직면하면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상황에 대한 판단 없이 감정에 따라 행동하며, 타인의 동기나 의도를 개의치 않고 자신의 욕구에만 초점을 맞춰 행동하고, 다만 인지능력은 정상 범주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과거 군복무 시절, 후임병을 폭행하여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감정이 피상적이고, 타인의 동기나 의도를 개의치 않는 점,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모습, 자신의 욕구에만 초점을 맞춘 행동과 빈번한 폭력 사용의 전력,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진술 태도, 낮은 죄의식 등 심리검사 결과의 소견은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시사하는 소견이다. #19사건의 경우 적응장애와 정신병적 양상을 동반한 주요우울장애(의심)로 정신과상담과 약물치료를 받고 있었고, 1심재판에서의 정신감정인은 아스퍼거증후군이 시사된다고 하였으나, 검찰측 감정인은 조현병, 해리성 장애 혹은 아스퍼거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증언하였고, 또한 죄책감이 결여되어 있으면서,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하고 냉담한 성격을 보이고 있어 사이코패스 경향이 강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진술하였다. 이들 3건에 대한 분석내용은 Table 3에 요약하였다.
Table 3.
The precedents with description of psychological examination result, expert testimony or medical history for mental illness
No. Psychological exam result or expert testimony Crime type Criminal tool Victim Mental appraisal Mental handicap Sentence (original court)
17 A: Mental retardation C: Borderline MR Murder, confinement, cruel act Hand, steel rod, bottle, hammer, driver, lighter Live-in girlfriend Performed Not-mentioned Quashed (A, C: 12 yr)
18 No empathy, superficial emotion, etc. Murder, rape Spanner, knife, hammer, spray, etc. Ex-lover and her parents Performed Not-mentioned Death penalty
19 A: Depressive disorder Adjustment disorder Asperger syndrome Murder, mutilation Electric cord, knife At random Performed Rejected Defendant A: 20 yr B: 13 yr
  B: Not-mentioned          

MR, mental retardation.

감정인의 견해가 불일치를 보이는 판례도 2건(#14, #19)이 있다. 이러한 불일치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초래될 수 있을 것이나, 그것이 정신질환 또는 심리장애의 진단이나 재범 위험성의 판단이 쉽지 않다는 반증일 수 있다. 또한 실제 구체적 진단명 없이 심리검사 결과만을 명시한 3건의 범죄의 내용이 살인, 감금, 강간, 시체손괴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도 정신질환 관련 범죄의 특징 중의 하나로 주목할 필요성이 높다. 2017년 경찰청의 범죄통계(2013-2017년)에 따르면[15], 강력범죄자(살인, 강도, 방화, 강간 등) 중에서 전과를 가진 경우가 평균 53.5% (50%-56.3%)이고, 같은 기간에 강력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범죄자 중에서 전과를 가진 경우도 평균 52.1% (48%-56.3%)로 유사한 수치를 보였다. 본 연구에서 정신질환 관련 범죄자들의 전과를 살펴보면, 19건의 판례(피고인 21명) 중 전과를 가진 경우가 12명(57.1%)으로 경찰청 의 통계자료와 비슷한 수치를 보였으나, 그중 대인범죄(살인, 강간, 상해 등)로 인한 징역형 이상의 전과만을 살펴보면 7명(33.3%)으로서, 일반인 범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범률이 높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무기징역 또는 사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5건이었고, 이들 범죄의 주요 내용은 살인과 강간이었으며,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가 많았다. 그중 심신미약을 인정한 1건(#5)을 제외하고는 심신장애가 인정되지 않았는데, 4건 모두 언론의 집중 주목을 받았던 사건이다. 그중 2건(#4, #8)은 정신감정을 실시한 후 심신장애가 불인정되면서,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는데, 과거 병력은 인정되나, 범행 당시에는 심신장애 상태가 아니었다는 감정의견을 법원이 수용하면서 심신장애가 부정되었다. 다른 2건(#13, #18)에서도 정신감정은 실시되었으나, 심신장애 여부에 대한 법원의 언급은 없었고, 각각 사형이 선고되었다. 이는 심신장애의 판단이 정신의학 또는 심리전문가의 감정의견을 참고한다고는 하지만,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범행의 잔혹성이 부각되면, 부정적인 여론이 법적 판단에 개입하여 심신장애의 인정 및 선고 형량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정신질환은 대부분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치료 또한 단기간에 끝낼 수 없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지속적인 개입 및 관리가 필요하다. 이는 첫 범죄 이후의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한 사후적 관리만이 아니라 범죄의 발생 이전부터 사전 관리와 치료적 개입이 병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를 위한 연구의 필요성에 주목하여 정신질환 범죄의 특징을 법의학적-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고,이 결과가 관련 범죄로부터의 사회안전망 강화와 법적, 제도적 개선에 적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 19건의 판례에서 언급된 정신질환을 높은 빈도순으로 나열하면, 조현병, 소아기호증, 지적장애, 성격장애, 우울장애였다. 그중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가 31.6%(6건)를 차지하고, 편집형 조현병이 그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며, 그 3건 중 2건이 계획적 범죄였다.
2. 19건의 판례(피고인 21명) 중 대인범죄(살인, 강간, 상해 등)로 인한 징역형 이상의 전과를 가진 경우가 7명(33.3%)이었고, 그중 3명은 조현병, 2명은 소아기호증, 2명은 성격장애(추정 포함)였다.
3. 판결문을 통해 확인된 피해자 특징을 보면, 대부분이 여성(9건)과 아동(6건)이었고, 남성이 피해자인 경우는 5건 중에서 2건이 80대 노인이었다. 이는 정신질환 관련 범죄가 주로 여성, 아동, 노인 등의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임을 드러낸다.
4. 분석한 판례에서 범죄의 종류는 살인사건이 11건이었고, 그중 5건에서는 각각 방화, 강간, 감금 및 가혹행위, 시체손괴를 포함하고 있으며, 그밖에는 강간 4건, 살인미수 2건, 상해 2건이었다. 그중에는 정신감정을 시행했음에도 진단명이 확정되지 않은 판례가 3건이 있고, 그 범죄의 내용은 살인에 더하여 감금/가혹행위(#17), 강간(#18), 시체손괴(#19)를 포함하고 있어, 이는 정확히 진단되지 않는 정신질환 또는 심리장애가 더 흉악한 범죄와 연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5. 범행의 도구와 관련한 주요 특징은 주로 자신의 신체나 현장의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범행 전에 미리 도구를 준비한 사건은 5건에 그쳤다. 이는 정신질환 관련 범죄가 주로 충동적 또는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임을 시사한다.
6. 심신장애의 인정 여부를 살펴보면, 인정이 9건(인정 취지 파기 3건 포함), 불인정이 4건(불인정 취지 파기 1건 포함)이었고, 나머지 6건에서는 심신장애의 여부를 언급하지 않았다. 또 그중에는 정신감정 없이 판단이 내려지는 경우(3건)도 있어, 신뢰성 논란의 소지가 크다.
7. 감정인의 견해가 상반된 사례(#14, #19), 정신감정 미흡을 이유로 하급심 판결이 파기된 사례(#2, #11, #12), 심신미약을 인정한 원심을 대법원이 부정한 사례(#7)에서 보듯, 정신감정과 그에 따른 심신장애의 판단 및 재범 위험성의 평가는 객관적 사실의 단순 적용만으로 판단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이는 범죄의 내용, 비난성의 정도, 정신질환의 세부 유형 및 그 특성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어야 하는 매우 복잡하고 정밀한 판단 영역이므로, 그에 관한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Notes

Conflicts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s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Acknowledgments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Basic Science Research Program through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NRF) funded by the Ministry of Education (No. 2020R1I1A3060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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