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승저증(myiasis)이란 파리목 구더기가 살아있는 사람 혹은 척추동물에 기생하여 몸 안이나 피부 위에서 괴사되거나 살아있는 조직과 체액 등을 섭취하며 성장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1-
3]. 승저증은 열대 및 아열대 국가의 가축이나 야생동물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이외의 지역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에서 사람에게 승저증이 발생하고 있으며[
3], 국내에서도 이러한 증례들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4-
8]. 일반적으로 이런 사례는 시골 지역이나 비위생적인 환경, 열린 상처나 악성 종양의 관리 미흡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다.
승저증은 심각한 방임의 상황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2]. 2025년 한 육군 부사관이 건강이 좋지 않은 배우자를 방임하여 피부 괴사 부위에 승저증이 발생하였고, 뒤늦게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사망하여 부사관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된 사례가 주목되고 있다[
9]. 이 사례에서 담당 응급실 의사가 환자의 몸에서 구더기의 증식을 이상하게 여기고 신고를 하여 수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또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괴사성 욕창이 있는 82세 여성이 사망하였고 최소 사망 72시간 전에 발생한 승저증으로 확인되어, 2022년 부산지방법원에서 유기치사로 판결이 된 사례가 있었다[
10]. 위 사례들과 같이 검안 과정에서 다른 범죄와의 관련성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시체에서 발생한 구더기의 증식이 일반적인 사후변화현상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수 있다. 저자들은 동상으로 인하여 괴사가 발생한 뒤 승저증이 확인된 검안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검안 단계에서 승저증의 의미를 고찰하며 검안 실무자들이 현장에서 승저증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증례 보고
고인은 40세 남성으로 약 10년전부터 조현병 증상이 있었으나, 진단 및 치료를 받지 않았다. 별다른 직업은 없이 부모와 같이 거주하였고, 주로 집에서 생활하며 부모가 식사를 챙겨주었다. 2022년말과 2023년초 사이의 겨울에 맨발로 야외를 돌아다니다가 양쪽 발에 동상이 발생하였고, 이후에 적절한 진료와 치료를 받지 않았다. 1년 이상이 경과한 이후인 2024년 3월이 되어서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양쪽 다리에서 상당한 괴사가 진행되고 있어 양쪽 다리의 절단 수술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그 당시에 입원 치료를 권유 받았으나, 다음달에 다시 내원하기로 하고 귀가하였으며 이후에 다시 진료를 받지 않았다. 변사자는 사망 전 며칠간 말을 잘 하지 못하고 식사도 거의 하지 못하였다. 2024년 5월 말경에 변사자의 아버지가 아침에 변사자의 움직임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 신고하였다. 사망 전날 저녁까지 부모가 식사를 챙겨주었다.
신고 이후 약 1시간이 경과한 후 검안을 시행하였다. 현장 도착 당시 경찰 과학수사대의 검시가 완료되어 완전히 탈의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체격은 정상 상태이고, 시반은 몸의 뒷면에 미약하게 형성되고 이동성이었다. 시체경직은 모든 관절에서 형성되지 않았다. 전신에서 외상을 관찰할 수 없었다. 상체에서는 부패가 없었고, 양쪽 다리에서 무릎 아래쪽으로 괴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Fig. 1). 서혜부와 하지에는 부모가 평소에 뿌려준 다량의 베이비 파우더가 관찰되었다. 베이비 파우더가 뿌려진 괴사 조직 사이로 소수의 구더기가 관찰되었고, 약 10 mm 길이로 측정되었다(
Fig. 2). 변사자 주변과 침구를 확인하였을 때 섭식 활동을 종료하고 시신을 벗어나 이주한 구더기나 번데기는 관찰되지 않았고, 방 안에서는 소수의 성충만 확인되었다. 동상 이후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아 양쪽 다리를 절단하여야 했다는 부모의 증언은 변사자의 상태와 크게 배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다. 동상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아 조직 괴사로 이어졌고, 패혈증으로 진행되어 사망 전 며칠간 의식이 저하되었으며 결국 사망으로 이어졌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고인이 어제 저녁까지도 생존이 확인되었고 시반이 미약하며 시체 경직이 형성되지 않아 사후경과시간은 수시간 이내라고 생각되는 반면, 구더기는 2령 또는 3령의 크기로 추정되어 최소 하루 이상 성장하였다고 생각되므로 승저증으로 판단되었다. 봄이 되어 기온이 상승하면서 파리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동상으로 괴사된 조직에 알을 산란하였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검안 당시 구더기에 대한 적절한 채집 도구를 구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진만 촬영하였다.
Fig. 1.
Necrosis due to frostbite that formed below the knees.
Fig. 2.
Several larvae, presumably third-instar Lucilia sericata, in the necrotic tissue.
검안 당시 담당 형사와 변사 사건 처리 여부에 대하여 의논을 하였다. 현장에서 주변을 관찰하여 이주한 구더기나 번데기가 보이지 않아 파리가 산란을 한지 수일이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되었다. 그리고 고인의 부모가 계속 식사를 챙기고, 병원 진료를 받게 하고, 베이비 파우더를 뿌리는 등 고인을 지속적으로 돌보아 왔다고는 생각되었다. 고인이 조현병 증상으로 평소에 협조가 잘 되지 않았다는 점과 고인의 직접 사인이 괴사를 동반한 동상으로 생각되는 점, 괴사된 조직 안에서 소수의 구더기가 존재하여 육안적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부모가 승저증을 인지하였음에도 방치하였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이러한 이유들로 추가적인 수사는 진행하지 않기로 하였다.
이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에서 검안에서 촬영한 사진을 이용한 육안적 관찰만으로 파리의 종과 산란 시기를 추정하였다. 현장에서 확인된 구더기는 국내의 시식성 파리 출현상, 발견 현장이 5월의 실내라는 점, 구더기가 10×2 mm 정도의 비교적 얇고 길며 앞이 가늘고 뒤가 굵은 형태학적 특징 및 승저증으로 발견되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검정파리과(Calliphoridae) 금파리속 (
Lucilia)의 구리금파리(
Lucilia sericata)로 추정할 수 있었다[
11,
12]. 실제로 구리금파리는 국내외 승저증 사례에서 가장 흔하게 보고되는 종이기도 하다. 구리금파리는 몸길이가 10 mm가 되기 이전에 3령으로 탈피하기 때문에, 해당 개체의 성장 환경이 실내에서 이불에 덮여 있었던 살아있는 사람의 피부 조직이었던 점을 반영하여, 성장이 가장 빠른 온도인 34℃에서 성장한 것으로 가정하였다. 구리금파리는 34℃의 환경에서 알부터 3령 구더기까지 성장하기 위해서는 38.9시간 이상이 필요하다. 또한, 현장에는 다음 성장 단계인 후섭식기 개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구더기의 크기도 3령 초기의 개체들로 보여 약 38.9-71.7시간 이내에 발생한 승저증으로 추정된다[
13]. 사진을 통한 종 동정의 불확실성과 최대 성장 조건인 34℃로 보수적 추정한 점에서 분석 과정의 한계점이 있으나, 변사자의 생존이 확인되는 시기에 산란이 되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었다. 승저증은 감염된 부위의 괴사된 조직과 주변 정상조직에 침습하면서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과 균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되어[
14], 본 증례에서 명확한 확인은 어려우나 승저증이 간접적으로 사망에 기여하였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고 찰
승저증은 법의학 측면에서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공중 보건의 측면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문제를 보는 측면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법의학적 기준으로는 살아있는 고유 숙주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필수적 승저증(obligatory or primary myiasis)과 살아있는 척추동물을 숙주로 삼아서 얻는 이점은 없으면서 살아있는 숙주의 부패된 유기물질에서 성장하는 선택적 승저증 (facultative or secondary myiasis), 우연히 알을 섭취하여 위장관에서 성장하는 경우와 같은 우발적 승저증(accidental myiasis or pseudomyiasis)으로 분류할 수 있다[
2,
15,
16]. 임상적인 기준으로는 발생한 위치에 따라, 피부조직에 기생하는 외부 승저증과 인체 내에 기생하는 내부 승저증으로 분류할 수 있다[
6]. 제8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표에 따르면 피부구더기증(cutaneous myiasis), 상처구더기증(wound myiasis), 안구구더기증(ocular myiasis), 비인두구더기증(nasopharyngeal myiasis), 귀구더기증(aural myiasis), 비뇨생식기구더기증(genitourinary myiasis)과 장구더기증(intestinal myiasis)을 포함하는 기타 부위의 구더기증(myiasis of other sites), 상세불명의 구더기증(myiasis, unspecified)으로 분류하고, World Health Organization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11th revision (ICD-11)에서도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으나 유사하게 분류하고 있다. 열대 및 아열대 지역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사람의 온전한 피부에서도 승저증을 일으킬 수 있는 종은 보고된 바 없으며, 승저증의 증례 보고 또한 모두 선택적 승저증이었다[
4-
8]. 선택적 승저증은 주로 열린 상처나 염증 부위에서 발생하며 금파리속의 구리금파리에 의한 승저증이 가장 일반적이고, 드물게 쉬파리과(Sarcophagidae)에 의해서도 승저증이 발생할 수 있다.
부패된 시신이나 거주지의 방치된 음식물은 구더기의 좋은 먹이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검안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구더기를 보는 상황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검안 과정에서 검안 의사나 과학수사대는 이러한 구더기를 더럽고 귀찮은 존재로 인식하여 주목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승저증이 고인의 사인과 관련이 있거나, 방임과 같은 다른 범죄와 관련되어 있을 수 있기에 검안 과정에서 구더기의 성장과 부패 상태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검안 과정에서 승저증이 의심된다면, 면밀한 외표 검사와 주변인들의 진술을 통해 구더기의 먹이원이 될 수 있는 괴사된 조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원인에 대해서 확인하여야 한다. 이러한 원인들로는 열린 상처뿐만 아니라 악성 종양, 당뇨병성 족부병변 및 폐렴과 같은 다양한 급만성 질환도 가능할 수 있으므로, 병력에 대한 충분한 확인이 필요하다[
4-
8,
10].
사후시체변화라는 측면에서 시신의 부패와 구더기의 성장은 동시에 진행된다. 검안과정에서 시신의 사후변화로 추정되는 사후경과시간과 구더기의 성장 상태가 일치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방임에 의한 승저증의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의 실내 변사사건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구리금파리는, 일반적인 실온 범위(22-28℃)에서 알부터 3령까지는 2-3일, 알부터 번데기 까지는 7일 이상의 시간 소요가 필요하다[
1,
12]. 이에 따라 시신의 부패도 초기 단계를 지나 중등도 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일반적으로 승저증의 경우에는 살아있는 사람의 피부 온도 근처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3령 구더기가 출현하기까지 1.5일 이상이 소요되고, 번데기 출현까지 5일 이상이 소요된다. 검안 실무자를 위하여 승저증에서 구리금파리 성장단계별로 소요되는 평균 시간을
Table 1에 제시하였다. 시신의 부패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는데 신체의 병변이 있는 특정 부분에 국한되어 빠른 성장을 보이는 구더기가 있다면 승저증의 가능성을 고려하여야 하겠다.
Table 1.
Mean time of Lucilia sericata at each developmental stage in myiasis
|
Developmental stage |
Time (hr) |
|
31℃ |
34℃ |
|
Hatching (1st instar) |
9.9±0.2 |
10.9±0.2 |
|
1st molting (2nd instar) |
22.9±1.3 |
25.3±2.1 |
|
2nd molting (3rd instar) |
38.9±1.3 |
44.5±3.5 |
|
Postfeeding |
71.7±2.3 |
78.9±5.6 |
|
Pupariation |
142.7±13.3 |
141.3±9.2 |
|
Enclosion (adult) |
267.5±10.5 |
272.5±10.5 |
변사 현장에서 발견된 시식성 곤충은 법곤충 감정을 통해 최소 사후경과시간 추정이나 승저증 여부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은 경찰청의 과학수사대와 법곤충 감정실이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과 고신대학교 의생명과학과와 같은 유관기관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정밀한 법곤충 감정의 증거물 확보를 위해서는 적지 않은 준비가 필요하지만[
17], 저자들은 승저증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증거물 확보를 위한 법곤충학적 정보와 채집 방법을 간략히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변사현장에서 가장 오랫동안 성장한 개체를 채집해야 한다. 파리는 알, 1-3령 섭식기 구더기, 후섭식기, 번데기를 거쳐 성충으로 우화한다. 알, 1-3령 섭식기 구더기 단계에서는 시신에서 성장·섭식하며, 후섭식기, 번데기 단계에서는 안전하게 성충이 되기 위해 시신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신 주변부에서 섭식활동을 종료한 구더기, 번데기, 혹은 성충이 발생한 흔적인 번데기의 탈피각을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시신 주변부에 이러한 개체들이 없다면, 시신을 섭식하고 있는 개체 중 가장 크기가 큰 개체 위주로 채집해야 한다. 국제적인 가이드 라인에 따른 샘플 채집은, 100개체 이하에서는 가능한 많은 개체를, 1,000개체 이상일 경우, 가능한 선에서 1%-10% 이상 채집하라고 권장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가장 많이 성장한 소수의 개체에 대한 채집으로도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기에, 현장의 상황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 채집된 샘플을 80℃ 이상의 물에 30초 이상 삶은 후, 70%-95% 알코올에 고정하여 분석을 의뢰하면 된다. 샘플 채집부위, 시신내 곤충의 군집 분포, 착의 상태, 구더기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현장의 온도 조건 등도 면밀히 기록되어야 한다. 파리 유충의 성장은 온도에 많은 영향을 받기에, 데이터 로거(data logger)를 활용하여 1시간 간격으로 24시간 이상의 온도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승저증의 경우 사람의 피부에서 유충이 성장하기에, 확보된 현장의 온도가 아닌 피부 온도가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장의 상황상 채집이 불가능 할 경우, 자와 함께 가장 많이 성장한 개체를 촬영한다면, 대략적인 성장 시간 추정도 진행해 볼 수 있다.
본 증례에서는 검안 당시에는 구더기 채집을 위한 준비를 하지 못하였고, 변사 사건처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구더기의 성장단계를 확인하기 위해 법곤충학적 분석까지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로 인하여 정확한 종 동정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진으로만 종과 성장 단계를 판단하여 약 38.9-71.7시간 이내에 발생한 구리금파리에 의한 승저증으로만 추정하였기 때문에 본 증례에는 상당한 제한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검안 현장에서 승저증의 단서를 찾아 사망의 기전을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의미 있는 증례로 평가된다. 비록 전문적인 법곤충학적 지식이 없다고 하여도, 기본적인 파리의 발달과정에 대한 이해와 부패로 인한 사후 변화를 시간적 비교 분석을 할 수 있다면, 검안 과정에서도 승저증 동반 여부를 간파하여 추가적인 수사로 이어질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