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골화근육염(myositis ossificans, MO)은 주로 외상(trauma)에 의해 근육(muscle), 근막(fascia), 인대(ligament) 등과 같은 연조직(soft tissue)에 형성되는 골화(ossification)를 의미한다. 대게 허벅지, 엉덩이, 팔꿈치 등에 발생하며 전신에 형성될 수 있다. 이러한 골화의 원인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지만, 연조직 손상으로 인한 혈종(hematoma) 형성 및 석회화(calcification) 과정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1]. MO는 환자의 병력, 임상 증상, 영상 검사 소견, 현미경 소견 등을 종합하여 진단되며, 특히 전산화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은 일반 방사선 영상보다 골화 병변을 감지하는 데 더욱 민감하여 진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4]. 법의학 분야에서 외상에 의한 MO는 사망 전 반복적인 신체적 학대(abuse)의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으며[
5], 최근에는 사후전산화단층촬영(postmortem computed tomography, PMCT)이 사망 원인 규명에 보조적인 수단으로 도입되어 그 활용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6,
7]. 따라서, PMCT는 부검 전 MO를 포함한 연조직 병변, 출혈, 골절 등의 확인을 통해 학대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본 증례에서는 지속적인 폭행에 의해 허벅지 부위에 발생한 MO 를 부검과 PMCT를 통해 확인된 사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례 보고
변사자 A는 지적장애 3급의 20세 남성으로, 고등학교 졸업 이후 무직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A는 지적장애 3급을 가진 아버지 B와 단둘이 생활하고 있었으며, 사망 10개월 전부터 친척 C의 집을 자주 왕래해 왔다. B의 진술에 따르면, A는 사망 전날 C의 집을 방문한 후 두통과 명치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였고, 평소 특별한 지병은 없었다고 하였다. 사망 당일 오후, C는 두통을 호소한 A가 걱정되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고, 이에 B에게 연락하였다. B는 일을 하던 중 주거지로 향했으며, 도착했을 때 A는 출입문 앞에 누운 상태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사망 3일 뒤 부검이 시행되었다. 변사자의 키는 약 163 cm 이고, 몸무게는 약 48 kg이었다. 시반은 몸 뒷면에 암적색으로 관찰되었다. 양쪽 눈꺼풀 결막은 창백하며, 머리와 얼굴 부위에서 다수의 가피가 형성된 피부 까짐이 확인되었다. 입술 점막에서 시일이 경과된 찢긴 상처와 치유 중인 상태의 점막 파열이 확인되었다. 몸통의 복장 부위 왼쪽에서 다수의 작은 멍, 명치 부위에서 선 모양의 피부 까짐이 확인되었다. 양쪽 팔과 손등에서 피내 출혈, 작은 멍, 피부 까짐이 확인되었다. 왼쪽 넓적다리앞부위에서 흉터와 변색된 멍(
Fig. 1A), 오른쪽 넓적다리뒤부위에서 궤양과 사선 띠 형태의 피부 변색이 확인되었다(
Fig. 1B).
Fig. 1.
External examination findings. Contusion and scars were observed on the left anterior thigh (A). Ulcer and skin discoloration with oblique band-shaped patterns were noted (B).
내부 소견으로는 머리와 얼굴 부위의 피부밑연조직에서 시일이 경과된 출혈이 확인되었다. 몸통의 명치와 배꼽 부위 배벽에서 근육 출혈과 배 안에서 약 1,670 mL의 혈성액, 위(stomach)와 샘창자 주변의 그물막에서 출혈, 창자간막의 파열과 주변 연조직의 염증이 확인되었다. 양쪽 팔의 피부밑연조직, 근육층 및 뼈대에서 특별한 외상은 없었다. 양쪽 넓적다리앞부위와 무릎앞부위에서 피부밑연조직의 점출혈과 함께 광범위한 섬유화가 확인되었다. 오른쪽 넙다리곧은근의 부분적인 파열과 양쪽 넓적다리부위 근육층의 출혈, 섬유화, 골화 등 광범위한 변성이 확인되었다(
Fig. 2A). 오른쪽 넓적다리뒤부위에서 피부밑연조직의 출혈과 양쪽 넓적다리뒤부위 피부밑연조직의 광범위한 섬유화가 확인되었다(
Fig. 2B). 내부장기에서 허파, 간, 콩팥, 비장의 실질은 창백하고, 이자 실질의 파열 및 출혈이 확인되었다.
Fig. 2.
Internal examination findings. Extensive fibrosis, hemorrhage, and ossification were confirmed in the anterior and posterior thigh muscles bilaterally (A, B).
병리소견상 다리 피부에서 피부밑연조직의 광범위한 섬유화 및 섬유모세포 증식, 출혈, 다리 근육에서 근육 파괴, 섬유화, 출혈 및 광범위한 골화가 확인되었다(
Fig. 3). 콩팥에서 급성요세관 괴사, 이자에서 출혈 및 급성염증세포 침윤, 샘창자의 장막에서 광범위한 출혈 및 급성염증세포 침윤이 확인되었다.
Fig. 3.
Microscopic findings of the thigh muscles. Fibrosis, hemorrhage, inflammation, osteoblasts (arrows), and bone formation (star) were observed (H&E, ×100).
부검 전 시행한 PMCT 영상에서 양쪽 넙다리네갈래근에 종창 및 저신호 강도가 관찰되었으며, 근막을 따라 석회화 침착이 보였다. 특히 우측에서는 근육 내 고신호 강도의 석회화가 동반된 전형적인 MO 소견이 확인되었다(
Fig. 4A,
B).
Fig. 4.
Postmortem computed tomography findings of myositis ossificans. Axial image (A) and coronal image (B) show necrosis and swelling in both quadriceps. (A) Calcific infiltrations (arrows) in the shape of concentric circles along the muscle fascia with internal low density (arrowheads). (B) Geographic calcifications were evident in the longitudinal axis of the right quadriceps femoris (star).
부검에서 채취한 혈액과 위 내용물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이 검출되었다. 혈중 에틸알코올 농도는 0.010% 미만, 혈중 케톤체류 농도는 정상 범위로 확인되었다. 사후 눈유리체액 임상화학검사에서 특이점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혈액에서 C-반응단백질 농도는 3.04 mg/dL (참고치 1.0 mg/dL 미만), 프로칼시토닌(procalcitonin) 농도는 0.374 ng/mL (참고치 0.50 ng/mL 미만)로 확인되었다. 사인은 다발성 손상(이자, 샘창자 및 창자간막 파열과 혈복강, 다리 근육 출혈 등)으로 판단되었다.
고 찰
MO라는 표현은 1868년 Dusch 등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으며, 일반적으로 피하지방(subcutaneous fat), 힘줄(tendon), 신경(nerve) 등 모든 연조직에 발생할 수 있는 양성 골화 병변으로 정의된다. 주로 골격근(skeletal muscle) 내에서 관찰되며, MO의 발생 기전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8]. 1924년 Noble 등은 MO를 (1) 진행성 골화근육염(MO progressiva), (2) 외상성 골화근육염(traumatic MO), (3) 비외상성 골화근육염(non-traumatic MO)으로 세 가지 하위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진행성 MO는 진행성 골화성 섬유이형성증(fibrodysplasia ossificans progressiva)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전적 요인에 의해 근육에 골화가 나타나는 형태이다. 반면, 외상성 MO는 외상에 의해 국소적으로 발생하며, 비외상성 MO는 외상 없이 발생하는 경우로 구분된다[
9]. 외상에 의한 골화의 발생 원인에는 여러가지 가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물리적 손상에 의해 섬유아세포(fibroblast)가 비정상적으로 골화를 형성할 수 있으며, 드물게 화상, 감염 또는 불법 약물 남용으로 인해 골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MO는 전신에 발생할 수 있으며, 주로 허벅지, 엉덩이, 팔꿈치의 연조직에 발생한다[
1,
3,
10].
MO의 조직학적 소견으로는 초기에 근육 내 섬유아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과 함께 섬유화 및 염증세포가 관찰되며, 이후에는 미성숙한(immature) 연골과 뼈조직으로 분화하고, 최종적으로 섬유화된 근육 내에서 성숙한(mature) 뼈가 형성되는 형태로 나타난다[
11]. CT 영상에서 MO는 연조직 또는 근육 내에서 경계가 뚜렷한 고밀도 병변으로 나타나며, 내부는 비교적 저밀도인 연조직이나 미성숙한 뼈조직으로 구성되고, 외부는 고밀도의 성숙한 뼈조직으로 형성된 특징을 보인다[
12].
Takahashi 등[
13]은 내부 장기나 혈관에 치명적인 손상이 없는 저혈량성 쇼크(shock)로 사망한 사례에서 양쪽 허벅지에 뚜렷한 MO 소견을 확인하고, 반복적인 신체적 폭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Shinkawa 등[
5]은 15조각으로 절단된(dismembered) 성인의 시체에서 부검과 PMCT를 통해 양쪽 위팔과 허벅지 부위에서 전형적인 MO 소견을 확인하고, 비록 사인이 불명확하더라도 생전 반복적인 신체적 학대의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Sferopoulos 등[
14]은 어린 아이에게서 관찰된 MO 소견이 아동학대 사례에서 주로 발생하며, 지속적인 외상과 관련이 있을 수 있으므로, 매맞는 아이 증후군(battered child syndrome)을 평가해야 한다고 보고하였다.
본 사례에서 변사자의 사망 원인은 폭행에 의한 다발성 손상으로 추정된다. 사망 원인과 별개로, 허벅지 부위에서 관찰되는 흉터와 멍 등의 외표 손상 및 MO 소견은 지속적인 폭행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부검 전 수사기관과의 면담에서는 학대 가능성이 크게 고려되지 않았으나, 부검 후 이러한 소견을 통해 학대의 가능성을 제시하게 되었다. 이후 수사기관의 추가 수사를 통해 변사자가 사망 약 10개월 전부터 친척에 의한 지속적인 학대를 받아 왔음이 밝혀졌다. 추가 수사에 따르면, 변사자는 사망 시점까지 친척으로부터 집안일(청소, 빨래, 설거지 등)과 심부름을 강요 받았으며,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사망 당일에는 집안일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목검 등으로 약 7시간 동안 폭행하여 다발성 손상으로 변사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으며, 최종적으로 살인과 상습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8년이 선고되었다. 따라서, 본 사례에서 허벅지 부위의 외표 손상 및 MO 소견은 사인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진 않지만, 지적장애가 있는 변사자에게 지속적인 신체적 학대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본 사례는 국내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신체적 폭행에 의해 허벅지 부위에 MO 소견이 발생한 첫 부검 사례로, PMCT 영상에서도 전형적인 MO 소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지적장애 성인은 낮은 지적 수준과 사회적 지원의 부족으로 인해 폭행과 학대에 노출될 위험이 있으며, 이러한 지적장애 성인에게서 발생한 MO는 반복적인 신체적 학대의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법의학 실무에서 이러한 부검 소견은 생전 지속적인 신체적 폭행과 학대의 가능성을 고려하는 중요한 자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Acknowledgments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National Forensic Service (NFS2024MED01), Ministry of the Interior and Safety, Republic of Korea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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