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2023년 세계보건기구 결핵 보고서에 의하면, coronavirus disease 2019 시기를 지난 현재 결핵이 단일 감염원으로는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2번째 높은 사망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1]. 결핵이 가장 흔하게 침범하는 장기는 폐이지만, 결핵이 중추신경계로 파급된 결핵성 수막뇌염은 발생 빈도는 낮아도 진단과 치료가 어려워서 사망과 심한 장애를 유발할 수 있고 예후가 매우 나쁜 감염성 질환이다[
2,
3]. 중추신경계에서도 다양한 부위에 결핵이 발생할 수 있지만, 결핵성 수막염은 치명적이고 많은 연구가 진행된 질환이다[
4]. 전통적인 발생기전으로는 결핵균이 혈행성으로 파급되어 척수 또는 대뇌 실질에 수년간 국소적인 병소로 존재하다가 결국 파열되고 지주막하 공간으로 파급되어 결핵성 수막염을 일으키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4]. 한편, 원발성으로 두개골에 결핵이 발생한 경우는 매우 드물고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20예가 보고되어 있으며 대부분 영상의학적으로 진단된 예이다[
5-
10]. 또한 결핵성 수막뇌염이 두개골에 파급된 예는 2예가 보고되어 있으나[
11,
12], 결핵성 수막뇌염이 두개골 천공 및 두피 염증까지 일으킨 예는 없었다. 이에 저자들은 결핵성 수막뇌염이 두개골을 침범하여 천공을 유발하고 두피에 외상으로 오인될 만한 개방성 상처를 동반하며 사망한 변사자에서 부검을 통해 법의학적인 혼선을 야기할 수 있는 결핵성 수막뇌염 예를 경험하였기에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증례 보고
변사자는 45세 여자로 약 20년 전부터 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우울증으로 남편과 이혼하였고 정신질환이 심해져 약 6년 전부터 변사자 부모의 집에서 동거중이었다. 최근 7일 전부터 음식섭취를 하지 않아 몸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고 방에서 누운 상태로 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사망 당일 변사자의 동생이 물을 전달해 주기 위해 변사자의 방에 들어갔는데, 변사자가 눈을 뜬채 입술이 파랗고 숨을 쉬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하였고 응급조치를 하며 주변 의료원 응급실로 후송하였으나 결국 사망하였다.
사망 2일 후 부검이 시행되었다. 키는 약 153 cm, 체중은 약 50 kg이었고 시반은 선홍색으로 인체의 배면에 중등도로 발현되었으며 시강은 전체 관절에서 확인되었다. 후두부 왼쪽에서 치유되지 않은 약 2×1 cm 크기의 개방된 출혈성 상처가 확인되었다(
Fig. 1A). 경부 왼쪽에서 치유중인 최대 3.5×1.5 cm 크기의 여러 개의 상처가 있었다(
Fig. 1B). 두피 절개 후, 후두골 왼쪽에서 창연이 불규칙한 약 1.5×1 cm 크기의 천공이 확인되었다(
Fig. 1C). 두개골 개방 후, 뇌에서 심한 뇌부종이 확인되었고(
Fig. 2A), 두개골 내부의 유착된 뇌경막에서 다발성의 화농성 염증 소견이 확인되었다(
Fig. 2B). 또한 터키안 안장(sella turcica) 오른쪽과 오른쪽 두정골에서 화농성 염증으로 두개골 일부가 변형된 소견이 관찰되었다. 뇌의 절단면에서 수두증이 동반되어 있었으며 오른쪽 기저핵 상부에서 괴사가 동반된 소견이 확인되었다. 경부 피부 및 근육 아래, 경부 장기 및 연골에서 사망과 연관될 만한 특별한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응급치료에 의한 손상이 가슴부위에서 확인되었으며 가슴이 함몰되어 있었고 왼쪽 서혜부에서 여러 군데의 생채기가 관찰되었으며 천골부에서 치유중인 욕창의 소견도 확인되었다. 피부 절개 후, 심폐소생술에 의한 소견으로 추정되는 다발성 양쪽 늑골골절 및 흉골골절이 확인되었고 복강에서는 사망과 연관될 만한 특별한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심낭에 소량의 혈성액이 저류되어 있었으며 심장은 중량 264 g이고 심장 관상동맥에서 부분적인 동맥경화증 소견이 확인되었다. 그밖에 심장 판막 및 심근에서 특별한 소견은 없었다. 왼쪽 폐 상엽에서 흉막이 내부로 함몰된 소견과 함께 폐 실질에서 경계가 비교적 명확한 약 2.5×2 cm 크기의 연황색 폐 종괴 소견이 확인되었고 종양 내부에 화농성 괴사가 관찰되었다(
Fig. 2C). 그밖에 폐 실질에서 울혈이 관찰되는 외, 특별한 소견은 없었다. 간, 신장, 췌장 및 비장에서 사망과 연관될 만한 특별한 소견은 없었다.
Fig. 1.
(A) An open hemorrhagic wound with an irregular, congested, and raised margin on the left side of the occiput. (B) Multiple healing wounds on the left side of the neck, characterized by hemorrhage, dryness, and perforation. (C) A skull perforation with irregular borders.
Fig. 2.
(A) Severe cerebral edema. (B) Adhesion between the skull and dura, accompanied by purulent exudate and necrosis. (C) A relatively well-defined necrotic yellow-white mass in the left upper lobe of the lung.
팔과 다리의 외표검사에서 오른쪽 손등, 오른쪽 아래팔, 왼쪽 윗팔, 아래팔 및 손목 여러 곳에서 오래된 멍과 찰과상이 확인되었고 양쪽 무릎과 정강이에서 오래된 멍이 확인되었다.
병리조직검사 결과, 뇌경막에서 다발성 화농성 및 만성육아종성 염증이 확인되었고 항산 염색(Ziehl-Neelsen stain)에서 다수의 항산균(acid-fast bacilli)이 확인되었다(
Fig. 3A). 심근에서는 울혈의 소견이 관찰되었다. 왼쪽 폐 종괴에서 샘편평상피암종(adenosquamous carcinoma)에 합당한 소견이 확인되었다(
Fig. 3B). 간, 비장, 및 신장에서 울혈의 소견 외, 특별한 소견은 없었다. 혈액 및 위 내용물에서 특별한 약독물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고 혈액에서 에틸 알코올 농도는 0.010% 미만으로 검출되었다.
Fig. 3.
(A) Indistinct geographic granulomatous inflammation with central necrosis (H&E, ×200) with a few acid-fast bacilli (inset, yellow arrows; Ziehl-Neelsen stain, ×1,000). (B) Irregular proliferation of atypical glandular cells (adenocarcinoma component, left) and atypical squamoid cells (squamous cell carcinoma component, right) (H&E, ×200).
고 찰
폐 결핵에 비해 결핵성 수막염은 드물지만 진단과 치료가 매우 어려우며 치료가 지연되면 사망률이 높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2,
3]. 결핵성 수막뇌염은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type 1 (HIV-1) 감염환자에서 발생이 높다고 알려져 있고 HIV-1와 동시 감염된 경우는 더욱 나쁜 예후를 보인다고 한다[
13]. 하지만, 본 변사자에서 부검 당시 HIV-1에 대한 혈청검사를 진행하지 못하여 HIV-1 감염과의 상관성은 확인하지 못했다. 인종과 종양의 종류에 따라서 다르지만, 악성 종양 환자에서 결핵의 발생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14,
15]. 변사자의 폐에서 악성 종양이 확인되었지만, 종양의 크기가 작고 좌측 폐 상엽에 국한되어 있어 악성 종양으로 전신 면역 저하에 의하여 발병한 수막뇌염으로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결핵의 진행에 따라 두개골의 천공 및 두피 염증을 유발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러한 진행된 결핵성 수뇌막염, 그리고 동반된 심한 뇌부종 및 수두증에 의해 사망에 이르게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폐암 주변의 폐 실질에서는 울혈의 소견만 확인되었고 폐 결핵의 증거는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부검 당시 종양 주변 폐 실질에 대한 광범위한 병리학적 검사가 시행되지 않아서 폐 결핵의 가능성이 간과되었을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되며 본 증례 보고의 한계라고 생각된다.
변사자의 경부 왼쪽 피부에서 여러 개의 개방성 상처가 확인되어 외표검사에서는 외상의 가능성을 고려하였다. 경부의 피부와 근육 아래 출혈 등에서 외력에 의한 손상이 없는 것은 확인하였지만, 추가적인 피부와 연부 조직에 대한 병리학적 검사를 진행하지 못하여 결핵에 의한 염증성 변화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특히 근육 아래 경부 림프절 결핵이 피부를 침범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였다. 팔과 다리에서 여러 군데의 시일이 다양한 멍과 찰과상이 확인되었으나, 그 손상 정도를 고려하면 치명적인 외력에 의한 사망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있었다.
결핵은 주로 폐에 발생하며 폐의 결핵균이 혈행성으로 뇌수막에 침투하는 경로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고[
4], 폐 결핵이 없는 상태에서 결핵성 수막뇌염이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병리학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경부 왼쪽의 상처를 고려하면 두경부 림프절에서 발생한 결핵이 폐 결핵과 비슷한 기전을 통해 뇌수막에 파급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한편, 결핵성 수막염에 의한 삼출성 물질이 기저수조(basal cistern)로 확장되면 중뇌 주변으로 삼출물 덩어리를 형성하게 되고 상부 뇌간 주변의 뇌척수액의 순환을 방해하게 된다. 결국 제3, 4번 뇌실의 뇌수도관(cerebral aqueduct) 주변으로 삼출물이 모여서 뇌척수액의 흐름을 방해하고 결국 수두증이 발생하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16]. 본 변사자의 부검 소견에서 확인되는 수두증은 이러한 기전에 의해 발생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며 수두증으로 뇌압이 증가하여 사망의 과정에 연관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개골에서 발생한 결핵이나 뇌수막 결핵이 두개골을 침범한 경우는 매우 드물며 대부분은 영상의학적으로 증명된 예들이다[
5-
12]. 뿐만 아니라, 결핵성 수막뇌염이 진행되어 두개골에 천공 및 피부 염증까지 유발한 경우는 현재까지 문헌에 보고된 바가 없다. 이에 저자들은 결핵성 수뇌막염으로 사망한 변사자의 부검을 통해 병리학적으로 사인을 증명하였고 또한 결핵에 의한 두피 및 두개골의 천공이 법의학적으로 외상과 혼선을 줄 수 있는 부검 소견을 경험하였기에 보고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러한 변사자를 검안할 때는 외표 검사만으로 사인을 유추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되며 반드시 부검을 통해서 정확한 사인을 밝혀야 한다. 또한 결핵은 담당 관청에 신고가 필요한 법정 감염병이지만, 실제 법의 실무에서는 보고와 관리가 소홀한 경우가 있으며 결핵이 의심되는 변사자를 부검하는 경우에는 감염 예방을 위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