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 니코틴 섭취의 법의학적 함의 평가: 부검 사례 및 동물 실험 연구
Evaluating the Forensic Inferences of Oral Nicotine Ingestion: Autopsy Case Review, Animal Experimentation, and Legal Impl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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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Nicotine, a highly lipophilic alkaloid derived from Nicotiana tabacum and Nicotiana rustica, can be lethal even in small doses when ingested in concentrated forms like e-cigarette liquids. This study examined a murder case in South Korea where a 52-year-old man was allegedly killed by oral administration of nicotine. Despite the absence of typical signs, such as chemical burns or vomiting, the case posed questions about the lethal concentration of nicotine and the presence of gastrointestinal symptoms in nicotine poisoning. Through literature review, autopsy analysis, and animal experiments, this study evaluated the forensic evidence presented in court. The results indicated that lethal nicotine levels could be lower than established previously, and death could occur without gastrointestinal injury or vomiting. Our findings supported the court's conviction decision, emphasizing the variability of symptoms in nicotine toxicity and the importance of scientific evidence in legal proceedings. The results of this study highlight the role of forensic medicine in clarifying scientific uncertainties in judicial contexts, particularly in cases involving toxic substances.
서 론
니코틴(nicotine)은 니코티아나 타바쿰(Nicotiana tabacum)과 니코티아나 루스티카(Nicotiana rustica)의 건조한 잎과 줄기에서 얻어지는 천연의 알칼로이드 성분이다[1]. 전자담배 리필 및 살충제에 사용되는 고농축 니코틴 용액은 강한 독성 물질로 소량만 섭취하여도 심각한 독성을 일으키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2,3].
2003년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액상 담배가 발명되어 특허를 획득하였고 2004년 서구 시장에 상업적으로 도입되었다[4]. 전자담배에 사용되는 니코틴 용액은 각기 다른 니코틴 농도와 다양한 향미제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전자액상 리필 카트리지가 판매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액상 담배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액상 니코틴에 의한 사고 및 자살이 증가하고 있다[5-8]. 국내에서도 액상 니코틴을 이용한 사고와 자살이 보고된 바 있다[1,9,10].
일반적으로 니코틴 경구 중독에서 대부분의 생존 환자에게는 위장관 증상이 나타나며, 이러한 증상으로는 구토가 흔하고, 메스꺼움, 침 분비 증가, 복통 등이 포함된다[2]. 이러한 위장관 증상은 니코틴이 뇌간의 연수(medulla oblongata)에 있는 화학수용기 방아쇠 구역(chemoreceptor trigger zone)을 직접 자극하거나, 식도 및 위 등의 소화기 점막 조직을 자극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11,12]. 실제 니코틴 중독으로 인한 사망 사례 보고에서는 사망자 주변에서 구토물이 확인되었으며[13], 위와 식도 점막에서 응고 괴사가 관찰되었다[1].
대한민국에서 액상 니코틴을 이용한 최초의 살인 사건은 2016년 경기도에서 발생하였는데, 피해자 부검에서 확인된 혈중 니코틴 농도가 통상적으로 알려져 있는 치사농도 보다 낮았으며 또한 액상 니코틴 원액 또는 희석액을 강제로 복용하게 되었다면 입안, 식도, 위 점막 등에 화학화상(chemical burn) 또는 응고 괴사의 흔적이 발견되어야 하며, 니코틴 중독의 경우 구토가 있어야 하나 피해자의 경우 소화기 점막에 손상 또는 괴사의 소견이나 구토 흔적이 없다는 점을 제시하며 피해자 아내에 대한 살인죄 기소의 부당함을 호소하였다[14]. 결국 본 살인 사건의 재판에서는 기존의 사례를 근거로 니코틴 경구 투여의 특성을 판단하여 니코틴이 경구로 투여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흡입 등의 다른 경로로 인한 사고사 또는 병사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살인에 대한 무죄가 주장되었다[14].
이에 저자들은 (1) 검사의 공소사실과 피고인의 항소 이유를 확인하여 피해자 부검을 통해 확인된 혈중 니코틴 농도가 실제 사망을 일으킬 수 있는 농도일 수 있는지를 검토하여 기존에 알려진 치사 농도 이하에서도 사망할 수 있는지를 문헌 고찰 형태로 분석하였고, (2) 니코틴의 경구 투여로 인한 음독 사망에서 구토 등의 소화기계 증상이 반드시 발생하는 필수적인 증상인지, (3) 니코틴 음독으로 인한 위장관 점막의 병변이 모든 니코틴 중독에서 발생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동물 실험과 저자들이 부검을 실시한 피해자 부검 사례 및 문헌을 검토하여 니코틴 살인 사건 재판에 증언으로 활용하였고, 체계적인 문헌 검토를 추가적으로 실시하여 향후 경구 니코틴 관련 사망 사건에서 법의학자의 법적 증언에 활용 가능한 과학적 자료를 확보하고자 하였다.
재료 및 방법
1. 사례 경과 및 부검
52세 남성이 자신의 주거지 내에서 잠을 자던 중 사망한 상태로 아내에 의해 발견되었고 주변 현장에서 알코올이나 약물 및 구토의 흔적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변사자는 안구 건조증 이외에 현저한 기왕의 병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최초 검안에서 손상이나 이상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적확한 사망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최초 발견 58시간 후 부검이 실시되었다.
2. 공소 사실 및 재판 경과 확인
검찰은 살인에 대해 다음과 같은 공소 사실을 적시하였다[14].
피고인은 2016. 4. 12.경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여 순도 99%인 니코틴원액 10 mL 2병을 구매한 다음, 2016. 4. 15.경 피고인 여성의 주거지를 통해 직접 배송 받아, 이를 피고인 여성에게 건네 주었다. 이어서 피고인 여성은 2016. 4. 22. 19:35경부터 23:25경까지 사이에 피해자의 주거지에서, 피해자에게 다량의 졸피뎀과 니코틴원액을 불상의 방법으로 음용케 하여, 즉석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니코틴 중독 등으로 인하여 사망하게 하였다.
피고인들은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이후의 항소심에서 니코틴을 이용한 살인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항소 이유를 제시하였다[14].
이 사건 살인죄에 관한 공소사실은 ‘불상의 방법으로 니코틴 원액을 음용케 하여(예비적으로 이를 투여하여) 피해자를 니코틴 중독 등으로 인하여 사망하게 하였다’는 것이어서 그 표현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살해에 사용된 도구가 니코틴 원액인지 니코틴 원액을 희석한 용액인지도 불확실하며, 졸피뎀과 니코틴 원액이 투여된 시간적 간격, 투여의 방식 등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개괄적이어서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공소기각 판결을 하지 않고 실체 판단을 하여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피고인 여성은 피고인 내연남이 보관하고 있던 것이 전자담배와 관련된 것으로만 알고 있었고 피고인 내연남으로부터 니코틴 원액을 건네 받은 사실이 없으며, 피해자의 부탁으로 수면제 2알을 주었을 뿐 피해자에게 니코틴을 투여한 사실이 없다. 피고인 여성은 피해자의 사망 직후 경황이 없어 상조회사에 연락하게 된 것이고,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행위를 한 바가 없다.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피해자가 자연사하거나 자살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음에도 원심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3. 후향적 부검 사례 분석 및 동물 실험
공소 사실 및 재판 경과를 확인 후 저자들이 직접 부검한 사례를 검토하여 니코틴 경구 투여 사망자 2예를 대상으로 현장 상황과 부검 소견을 후향적으로 검토하였다. 또한 실제 니코틴 함량의 경구 투여에 따른 반응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동물 실험을 실시하였다. 동물 실험의 연구 절차는 서울대학교병원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승인(승인번호: 16-0242-S1A0)을 받았으며, 서울대학교 실험동물자원관리원의 지침에 부합하여 서울대학교병원 전임상실험부(Biomedical Research Institute, Seoul National University Hospital)에서 실험이 진행되었다. 검찰을 통해 범행에 사용된 것과 같은 순도 99%인 니코틴원액 10 mL (Fig. 1)을 조달 받았다. 실험 동물은 체중 12.70 kg 및 12.25 kg의 수컷 잡종견 2마리를 대상으로 하였다. 동물에서의 니코틴 반수치사량(median lethal dose; LD 50)을 문헌에서 확인할 수 없어 인체 니코틴 독성 농도의 보고[15]에 따라 반수치사량을 13 mg/kg로 설정하였다.
실험 첫날 첫 번째 동물(체중 12.70 kg)에 대해 위 내 삽관에 의한 경구로 액상 니코틴을 반수치사량에 해당하는 13 mg/kg를 투여하였고 상태를 확인하였다. 두 번째 동물(체중 12.25 kg)에서는 니코틴 원액 2병에 해당하는 250 mg/kg가 투여되었고 이후 사망까지 상태를 확인하였다. 둘째 날에는 첫날 실험에서 생존한 첫 번째 동물(체중 12.70 kg)에 대하여 경구로 니코틴 원액 1병에 해당하는 125 mg/kg가 투여되었고 이후 사망까지 상태를 확인하였다. 사망한 실험 동물에 대해 부검을 실시하여 구강 점막, 식도 및 위 내부를 관찰하였다.
4. 부검 사례 문헌 고찰
문헌에 대한 고찰은 온라인을 통해 PubMed, Embase, KoreaMed database를 검색하였다. 주요 검색 단어는 다음과 같다: e-juice, e-liquid, e-cigarette liquid, electronic cigarette, electronic nicotine delivery system, nicotine refill liquid, refill solution, and forensic. 검색 기간은 2004년 1월부터 2024년 7월까지였다. 선택 기준은 검색된 문헌 중에서 액상 니코틴 용액에 의한 사망자 부검을 실시한 연구로 정하였다. 문헌은 먼저 제목과 초록을 보고 액상 니코틴과 관련된 것인지 확인한 다음, 전문을 검토하여 부검을 통한 법의학적 분석이 시행되었는지를 확인하였고 사망자의 혈액의 니코틴 농도를 확인하였다. 제외 기준은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을 하였으나 부검이 실시되지 않은 사례와 경구 투여가 아닌 패치나 주사를 통한 니코틴 주입한 사례, 다른 독극물과 함께 검출되어 사망한 사례로 하였다.
결 과
1. 부검
본 살인 사건 재판[14]의 피해자는 52세 남성으로 신장은 177 cm, 체중은 66 kg으로 측정되었으며 외표 검사에서는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을만한 현저한 손상 등의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내부 검사에서도 머리, 목, 가슴 및 배의 연부 조직에서 손상 등의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심장의 무게는 440 g으로 심비대 소견이 보였으며 왼쪽 심장동맥에 고도의 죽상동맥경화 소견이 관찰되었으나 심장 근육에 섬유화나 경색은 보이지 않았다. 위 내부에는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확인되었으며 위 점막 등에 현저한 병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Fig. 2). 혈액과 위 내용물 검사에서 졸피뎀이 모두 양성으로 혈액에서 0.41 mg/L로 치료 농도를 상회하는 정도로 확인되었으며 니코틴은 혈액과 위 내용물에서 모두 양성으로 말초 혈액에서의 농도는 1.95 mg/L로 검출되었다. 이를 통해 사망원인을 니코틴 중독으로 판단하였다.
2. 동물 실험
첫 번째 동물에게 반수치사량(13 mg/kg)을 경구 투여하였을 때 투여 25분, 30분, 31분, 33분, 36분 및 40분 후 여섯 차례 구토를 하였으며 이후 상태가 양호해지면서 회복되었다. 두 번째 동물(체중 12.25 kg)에서는 니코틴 원액 2병에 해당하는 250 mg/kg가 투여된 직후 기력 소실과 함께 옆으로 누우면서 소변과 심한 경련이 관찰되었고 투여 3분 후 경련이 중지되면서 무호흡이 발생하였으며, 투여 5분 후 동공이 확장되며 심정지가 최종 확인되었다. 둘째 날 첫날 실험에서 생존한 첫 번째 동물(체중 12.70 kg)에 대하여 경구로 니코틴 125 mg/ kg 투여 직후 기력 소실과 함께 경련이 관찰되었고 5분 후에 사망하였다. 사망한 실험 동물의 부검의 맨눈 소견에서 위와 소장 점막의 현저한 미란이나 궤양은 관찰되지 않았다(Fig. 3).
3. 기존의 니코틴 경구 투여로 인한 사망 사례 분석
실제 저자들이 실시한 기존의 부검을 통해 니코틴 원액을 자살 목적으로 경구로 음용하고 사망한 두 사례를 확인하였다.
(1) 사례 1
40세 남성이 주거지 내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당시 현장에서 니코틴 원액이 확인되었다. 사망자의 신장은 173 cm, 체중은 83 kg으로 측정되었으며 외표 검사에서는 손상 등의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내부 검사에서도 머리, 목, 가슴 및 배의 연부 조직에서 손상 등의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심장의 무게는 480 g으로 심비대 소견이 보였으나 심장 동맥에 폐색은 보이지 않았고 심장 근육에서도 섬유화나 경색은 보이지 않았다. 위 내부에는 담갈색의 액상 내용물이 확인되었으며 구강, 식도 및 위 점막 등에 현저한 병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Fig. 4). 혈액과 위 내용물 검사에서 니코틴이 양성으로 검출되었고 말초 혈액에서의 니코틴 농도는 11.17 mg/L로 검출되었고 사망원인을 니코틴 중독으로 판단하였다.
(2) 사례 2
57세 남성이 주거지 방 안에서 잠을 자다가 사망한 상태를 아내가 발견하여 119에 신고하였다. 당시 현장에서 니코틴 원액이 확인되었고 구토의 흔적은 관찰되지 않았다. 외표 검사에서 이상 소견은 보이지 않았으며 내부 검사에서 머리, 목, 가슴 및 배의 연부 조직에서 손상 등의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심장의 무게는 470 g으로 심비대 소견이 보이며 왼쪽 심장동맥에 내경의 50%-75%를 폐색하는 중등도의 죽상동맥경화 소견이 확인되었고 간에서는 간경변 소견이 관찰되었다. 위 내부에는 액상 내용물이 확인되었으며 구강, 식도 및 위 점막 등에 현저한 병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혈액과 위 내용물에서 니코틴이 양성으로 확인되었고 말초 혈액에서의 니코틴 농도는 3.56 mg/L로 검출되어 사망원인을 니코틴 중독으로 진단하였다.
4. 동물 실험과 부검 사례에 근거한 법의학적 증언과 관련한 재판부의 판단[14]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졸피뎀을 복용하고 의식이 혼미한 상태에서 니코틴 원액 또는 희석액을 강제로 복용하였다면 입안, 식도, 위 점막 등에 화학화상의 흔적이 발견되었거나 구토 흔적이 있어야 하나 피해자에서는 그러한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살해되었다기보다는 자살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법정에서 직접 실시한 부검 사례 및 동물실험을 근거로 증언하였고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주장과 법의학 전문가의 증언을 청취 후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부검의는 원심 법정에서 자신의 부검경험을 토대로 상당히 높은 농도의 니코틴이 검출되는 경우에도 입 주변에 케미컬 번을 보지 못한 경우도 있어 반드시 니코틴을 음용했다고 해서 케미컬 번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진술하였다. 또한 법의학 교수도 원심 법정에서, 니코틴 원액을 흡입하여 위에 응고 괴사가 일어난 사례들이 보고된 바 있으나 니코틴을 자살 목적으로 음용하고 사망한 사건에서 입가에 아무것도 없고 식도도 괜찮고 위 점막도 괜찮았던 사례도 두 건 있었다고 증언하였다. 아울러 법의학 교수는 감정서에서, 문헌에 따르면 니코틴 흡수에 의한 구토는 니코틴이 직접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 니코틴 음용 사망사례에서 보면 니코틴에 의한 구토는 위장점막의 자극에 의해 유발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또한 법의학 교수는 저농도의 니코틴 용액을 음용할 때는 음용 후 일정시간(음용 후 흡수되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때까지의 시간)이 지나고 구토가 일어나는데, 원액에 가까운 870 mg/mL 농도의 니코틴을 마시고 사망한 사례에서는 니코틴 음용 후 1 내지 2분이 지나 토하고 사망하였으며, 개에게 250 mg/mL 농도의 니코틴을 경구 투여한 경우에는 니코틴 자체에 의한 구토가 일어나기 전에 사망하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경구 투여 사망의 경우 구토가 일어나기까지는 경과시간이 필요한데, 경구 투여 후 구토가 일어나기 전에 체내로 흡수된 니코틴에 의해 사망이 초래될 수 있다고 한다. 위와 같은 의견들을 종합하여 보면, 니코틴 원액이나 희석액을 복용한 경우 반드시 케미컬 번이나 구토가 반드시 수반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므로, 피해자의 경우 케미컬 번이나 구토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니코틴 투여로 인해 사망한 것이 아니라고 보기는 어렵다.
항소심에서는 법의학자가 실제 실시한 부검 사례 분석과 동물실험에 근거한 증언의 인정과 함께 범행을 추단할 수 있는 사정(범행의 동기, 니코틴구입 정황, 피해자 사망 후 피고인들의 행태 등)을 함께 고려하여 1심 선고인 무기징역을 그대로 유지하였으며 형량은 대법원에서도 확정되었다.
5. 니코틴 경구 투여로 인한 중독 사망에 대한 문헌 고찰 분석
문헌 검색을 통해 PubMed 285건, Embase 172건, KoreaMed 16건의 문헌을 검색하였다. 이 중 중복된 문헌을 제거하고 148건의 문헌을 검토하였고 부검이 실시되지 않은 문헌을 제외하여 총 7예의 조건에 맞는 논문을 분석하였다. 7례 모두 자살 사례로 구토가 기재된 사례는 총 3예이며, 식도 또는 위에 응고 괴사 등의 손상이 서술된 사례는 총 1예이며, 말초 혈액의 혈중 니코틴 농도는 0.96-58 mg/L로 보고되었고 심장 혈액의 니코틴 농도는 2건에서는 보고되지 않았고 5건에서 범위는 2.01-136 mg/L로 확인되었다[1,6,9,14,16-18]. 각 증례들을 Table 1에 요약하였다.
고 찰
본 연구는 재판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니코틴 경구 투여로 인한 피해자에서 측정된 혈중 니코틴 농도가 치사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는 주장, 구토 및 위장관 내 점막 손상이 존재하지 않는 사실의 대해 부검 사례 분석, 문헌 고찰 및 동물 실험을 통해 경구 투여로 인한 니코틴 사망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우선 부검에서 확인된 말초혈액에서의 니코틴 농도는 1.95 mg/L로 검출되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약독물 보고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치사 농도는 3.7-5,800 mg/L였으며, 이를 고려한다면 피해자에서의 혈중 니코틴 농도가 치사 농도에 미치지 못하여 다른 사망원인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니코틴 경구 투여에 의한 사망자 부검 사례 문헌을 살피면 말초 혈액의 혈중 니코틴 농도는 0.96-58 mg/L로 넓게 분포되어 있고, 2014년도에서 2021년도까지 경구를 포함한 모든 니코틴 중독 사망자에서의 농도에 대한 논문[19]에서는 말초 혈액에서의 평균 니코틴 농도는 18 mg/L이나 그 범위가 0.33–130 mg/L로 보고되었다는 점에서 본 사건의 피해자의 혈중 니코틴 농도를 치사 농도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치사 농도의 넓은 범위는 유전적 다형성과 기타 개인 간 차이로 인해 니코틴 대사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20], 또는 혈중 니코틴 농도가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의 사후 재분포에 의한 가능성도 추정할 수 있다. Sanchez 등의 보고[21]에 의하면 가슴에 니코틴 패치를 붙였던 32세 남자가 이웃에게 어지럽다고 연락을 한 후 의식을 잃고 쓰러졌는데, 사망 11시간이 경과된 때의 니코틴 혈중 농도가 3.7 mg/L이었고, 57시간 후의 혈중 농도가 1.2 mg/L으로 측정되었고 실제 다른 보고[22]에서도 니코틴의 사후 재분포를 확인하였다. 실제 재판에서는 니코틴의 재분포로 인한 혈중 니코틴 농도의 저하 가능성을 인정하였는데[14], 본 사건의 피해자에서도 사망 확인 58시간 후 부검이 실시되었고 당시 측정된 혈중 니코틴 농도가 1.95 mg/L로 사망에 이를 치사 농도이지만 사후 재분포를 통해 최초 니코틴이 투여되었을 때의 혈중 농도보다 낮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받아들여졌다. 다만 말초 및 심장혈액에서의 니코틴 농도의 차이를 분석한 보고[23]에서는 사후 재분포가 니코틴에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반론이 있는 만큼 다른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피해자에서 심비대에 동반된 왼쪽 심장동맥에 고도의 죽상동맥경화 소견이 관찰되는 것을 기반으로 혈중 니코틴 농도가 상승하는 시점에서 기존의 심장동맥병이 합병하면서 사망했을 가능성을 추정해 볼 수 있다.
한편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현장에서 구토의 흔적이 관찰되지 않아 실제 경구 투여를 했는지가 논란이 되었다. 실제 사건에서 구토가 있었는데 이를 치워 은닉할 가능성도 있지만 수사를 통해 이에 대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으며 부검에서도 입 안, 기도 및 식도 등에 구토의 흔적이 관찰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들은 구토가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근거로 니코틴이 다른 경로로 투여될 가능성을 제시하며 무죄를 주장하였다[14]. 실제 니코틴 중독 사망자에 대해 살인으로 기소된 사례에서도 투여 경로가 적확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된 경우[24]도 있으므로 형사재판에서는 의혹에 대한 과학적 설명에 대한 근거가 필요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동물실험에서 반수치사량을 경구 투여하였을 때 첫번째 구토까지 25분이 소요되었으나 범행에 사용된 순도 99%인 니코틴원액 10 mL 또는 20 mL (2병)를 투여한 경우에 5분 후 구토 없이 사망하였다. 따라서 니코틴의 경구 투여 사망의 경우에는 구토가 일어나기까지는 일정 경과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경구 투여 후 니코틴이 뇌의 연수에 영향을 미쳐 구토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농도 음용의 니코틴 사망에서는 구토가 일어나기 전 체내로 흡수된 니코틴에 의해 사망이 초래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재판에서도 이러한 동물 실험의 결과가 받아들여져 구토가 없다고 경구 투여가 되지 않았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14]. 일반적인 니코틴 중독에 의한 주요 사망 기전이 말초 근육 신경 저해로 인한 심정지 및 호흡 부전으로 알려져 있는데[19], 소량의 니코틴을 음독할 경우 시간이 소요되면서 구토 등의 소화기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나 과량을 음독한 사망자에서는 중추신경계 자극으로 인한 구토가 발생하기 전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동물실험을 통해 증명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본 사건에서의 피해자의 말초혈액 니코틴 농도가 치사량이나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앞서 기술한대로 니코틴의 체내 분포 전 기존의 심장동맥병에 합병 가능성 또는 사망 후 재분포를 추정해 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추가적으로 니코틴 경구 투여 사망자 부검 사례에서의 구토와 위장관 점막 손상이 있는지를 문헌을 통해 분석하였고 총 7건의 부검 사례 분석 중 이에 대해 구토가 기술된 사례는 총 3건이었으며 구강, 식도 및 위 점막의 화학화상 또는 응고 괴사의 손상이 관찰된 사례는 1건이었다(Table 1), 실제 저자들이 재판[14]에서 인용한 사례는 저자들이 직접 부검을 통한 니코틴 원액을 자살 목적으로 음용하고 사망한 40세 및 57세 남성 사망자였다. 당시 두 사망자에서는 말초혈액의 니코틴 농도가 각각 11.17 mg/L 및 3.56 mg/L로 확인되었으며, 두 사례에서 모두 구강 점막과 식도 및 위 점막 등에서 손상이 관찰되지 않은 사례를 확인하였다. 또한 본 연구에서 니코틴 투여 실험동물의 위장관 점막에서도 손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은 점을 종합한다면 실제 임상에서 생존한 환자에서 관찰되는 위장관 점막 손상과는 달리 과량의 니코틴 용액의 경구 복용으로 사망하였을 때는 응고 괴사를 포함하는 점막 손상이 반드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에서 실시한 동물실험은 재판[14]과 관련된 니코틴 중독의 증상과 병리 소견을 확인하려는 이유로 윤리적 측면을 고려하여 최소한의 동물을 사용하였으며, 해당 동물에서의 니코틴 반수치사량에 대한 적확한 수치를 확인할 수 없어 인간에서 추정되는 반수치사량 및 당시 기소된 니코틴 용량을 투여하였다는 점에서 실험적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당시 부검 사례 분석과 함께 동물 실험의 결과를 토대로 니코틴 경구 투여로 인한 사망에서 혈중 니코틴 농도, 구토 여부 및 구강, 식도와 위 등의 소화기 점막의 손상 등에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법적 판단에 활용되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본다.
법의학은 법률상 문제가 되는 의학적 사항을 연구하고 감정하여 이를 해결함으로써 정의실현과 인권옹호에 이바지하는 학문으로 실행한 부검 결과의 설명의 대상은 같은 동료일 때도 있으나 대부분은 사법 체계 내의 사법경찰관, 검찰 및 재판부이다. 특히 대한민국 사법 체계의 재판 과정에서 기존 데이터와 다른 정보에 대한 과학적 근거의 요청을 받을 때가 있으며 이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위해 실험을 실시해야 하나 법의학의 특성 상 제한된 범위 내에서 실시하게 될 경우도 있다. 본 연구는 니코틴을 이용한 살인 재판에서 실제 쟁점이 된 사항에 대해 부검 사례 분석과 동물 실험을 통해 피고인들이 제시한 의혹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여 사법체계의 정의를 실현하였다는 점에서 법의학의 본질적인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향후에도 독극물을 이용한 사건의 법적 쟁점에서 실험 데이터와 문헌의 고찰을 통한 법의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하나의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Notes
Conflicts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