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ussion
저자들은 대동맥판막 협착증(aortic valve stenosis)이 사망원인이었던 부검에서 발견된 대동맥판막석회화증(calcific aortic valve disease [CAVD])에 대해 보고하고자 한다. 변사자는 마른 체격의 26세 남자 군인으로, 방 의자에 앉은 채 몸이 왼쪽으로 기울어져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키는 172 cm, 체중은 55 kg, 체질량지수는 18.4였다. 2년 전부터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의심 소견이 있었으나, 별도로 치료받거나 약을 복용한 적은 없다. 당뇨, 신장질환 등의 다른 병을 앓은 과거력은 없고, 심장 및 혈관질환으로 사망한 가족력은 없다.
심장 무게는 467 g이었고, 심비대가 있었다. 관상동맥의 주행경로에 이상은 없었고, 관상동맥 주요 분지에 죽상경화 및 내강 협착은 없었다. 심장근육의 두께는 좌심실 전벽 1.7 cm, 측벽 1.8 cm, 후벽 1.7 cm, 우심실 0.6 cm, 심실중격 1.9 cm 로 좌심실의 근육이 동심성(concentric)으로 약간 두꺼워져 있었다. 심장근육에서 좌심실 후벽에 점상(pin-point)으로 다발적인 섬유화 반흔이 있었고, 섬유화 반흔의 최대 크기는 0.2×0.1 cm였다. 이외의 심장근육은 갈색의 균일한 실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심장 내막에서 병적 이상은 없었다. 대동맥판막은 세 개의 반달첨판(semilunar cusp)으로 이루어져 있고, 첨판의 표면에 결절이 다발적으로 있으며, 두께가 두꺼워져 있었다. 반달첨판연결부위(commissure of semilunar valve cusps)는 서로 경미하게 붙어 있었다(
Fig. 1). 승모판의 앞첨판(anterior cusp)에서 풍선변성(ballooning degeneration)이 있었고, 힘줄끝(chordae tendineae)과 유두근(papillary muscle)의 이상은 없었다. 폐동맥판막과 삼첨판은 이상이 없었다. 현미경 소견에서 대동맥판막의 섬유층(fibrosa layer)에 성숙된 섬유화가 있었다. 신생혈관증식이 동반되어 있었고, 석회화나 염증세포 침윤은 없었다(
Fig. 2). 승모판에서는 섬유화와 유리질화가 있었다. 좌심실후벽에서 심근세포의 비후와 사이질섬유화가 있었다. 이외 다른 장기에는 이상소견이 없었다. 전신 혈관에 죽상경화증은 관찰되지 않았고, 사후검사에서 약독물이나 알코올은 검출되지 않았다. 사인은 CAVD의 초기 단계로 인한 대동맥판막 협착증으로 판단하였다.
Fig. 1.
(A) Hard nodules are observed on the aortic side of the cusps. (B) Commissure of semilunar valve cusp (arrow) is attached each other.
Fig. 2.
Microscopic examination shows mature thick fibrotic nodule with neovascularization in the fibrosa layer of the aortic valve (H&E, ×25).
CAVD는 판막첨판 내의 세포외기질이 증식되고 섬유화가 일어남에 따라, 판막첨판이 두꺼워지고 칼슘이 침착되는 판막질환이며[
1], 후진국보단 선진국에서, 젊은 층보단 70세 이상의 고령에서 많이 발생한다[
2]. CAVD가 발병할 수 있는 위험요인은 노령, 남성, 흡연,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신장질환 등이 있다[
3]. CAVD는 기존에는 퇴행성 질환으로 분류되어 노인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연구에 의하면 혈액의 흐름으로 인한 자극에 의한 혈관내피세포의 손상, 지질 침착에 의한 만성 염증, 활성 산소로 인한 세포 손상 등 여러가지 기전이 밝혀졌다[
4]. 또한, 선천적으로 이엽성 대동맥판막이 있거나[
5],
NOTCH1 변이, 에스트로겐 수용체, 비타민 D 수용체, 아포지방단백질 E4 (apolipoprotein E4), 인터루킨 10 (interleukin 10) 등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
6] 등에 의해 젊은 층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AVD로 인한 대동맥판막 협착증으로 사망한 경우, 대동맥판막 반달첨판의 대동맥 방향에 석회화 결절이 관찰되고, 반달첨판연결부위는 합쳐지지 않거나 경미하게 합쳐진 소견을 보인다. 현미경 소견에서는 반달첨판의 섬유층에서 발생한 섬유화 내에 석회화결절이 관찰되며, 골형성세포(osteoblast)가 관찰되기도 하지만, 병의 초기에는 석회화결절이 관찰되지 않고 섬유화만 관찰되는 경우도 있다[
1]. 또한, 대식구(macrophage), 형질세포(plasma cell), 림프구(lymphocyte)로 이루어진 경미한 만성염증이나, 신생혈관이 관찰되기도 한다[
7].
대동맥판막 협착증으로 인한 사망을 일으킬 수 있는 또 다른 병으로는 류마티스 판막질환이 있다. 류마티스 판막질환은 A군 연쇄구균(group A streptococcus)에 감염된 후 약 1-3주 후에 발생하며, 기전은 명확히 밝혀져 있진 않으나, 자가면역반응으로 인해 판막의 손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류마티스 판막질환은 대개 젊은 성인에게서 호발하며, 주로 승모판을 침범하나, 대동맥판막을 침범하는 경우도 있다[
8]. 류마티스 판막질환이 대동맥 판막을 침범하였을 경우, 반달첨판 연결부위가 심하게 합쳐진 모습을 보이는 생선입모양(fish-mouth appearance)을 보이고, 현미경 소견에서는 판막의 전층에 섬유화와 만성염증을 보이고, 두꺼운 혈관벽을 가진 신생혈관이 관찰된다. 변사자의 경우 반달첨판 연결부위가 합쳐져 있었으나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았으며, 현미경 소견에서 만성염증 소견도 확인할 수 없었고, 신생혈관의 벽은 얇았기 때문에 류마티스 판막질환을 배제하였다.
대동맥판막에 CAVD가 발병하게 되면, 좌심실이 수축할 때 대동맥 판막이 잘 열리지 않아 혈액이 온몸으로 이동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이를 보상하기 위해 심장은 더 강하게 수축하게 되며 좌심실 비대와 고혈압이 발생하게 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비대해진 심장으로 인해 심장의 산소요구량은 늘어나지만, 관상동맥을 통해 심장에 공급되는 산소의 양은 그대로이므로, 상대적으로 심장에 공급되는 산소의 양이 줄어들게 된다. 이로 인해 심근세포의 괴사가 일어나게 되고, 사이질섬유화가 진행되며, 결과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9].
본 증례는 젊은 남자에게서 발생한 CAVD에 대해 소개하였다. CAVD는 나이가 많을수록 발병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CAVD로 인한 사망 또한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서 흔하고, 젊은 사람에게서 CAVD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이엽성 대동맥판막 같은 선천적인 요인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5]. 또한, 젊은 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류마티스 판막질환이 CAVD와 비슷한 형태로 대동맥판막 협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사망원인을 잘못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본 증례의 변사자는 심장판막에 선천적인 기형이 확인되지 않았고, 가족 중에 급사하거나 심장 및 혈관질환을 앓는 사람도 없었다. 대동맥 판막의 선천적 변이가 없는 젊은 사람에게서 CAVD가 발생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급성 심장사의 경우 심장판막에 대한 검사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