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한 이산화탄소 자살 3증례
Three Cases of Suicide Using Dry 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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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Dry ice is a solid form of carbon dioxide and is commonly used in everyday life to keep food or medicine cold. In South Korea, there have been rare cases of carbon dioxide asphyxiation and poisoning from dry ice, though there have been no reports of its use in suicide. In the first case, a man was found lying down dead and left a large amount of dry ice in his room. In the second case, a man died by tying a belt around his neck after placing a plastic bag filled with dry ice over his head. The third death was by placing a large amount of dry ice in a large rubber basin in his room and filling it with water. Dry ice itself is mostly harmless, but if it is not handled carefully in a confined space, it can cause accidents due to accidental oxygen deprivation. Its easy availability in everyday life also means it is likely to be misused for suicidal purposes. Investigators should consider the potential for asphyxiation or poisoning incidents if they discover dry ice or its packaging at the forensic scene.
서 론
드라이아이스(dry ice)는 이산화탄소(carbon dioxide)의 고체 형태이다. 이산화탄소는 지구 대기에서 네 번째로 다량 존재하는 기체로 대기의 0.04%를 차지한다. 산업에서 생산된 이산화탄소는 약 70%가 식품산업에서 탄산음료의 제조와 식품 보존에 주로 사용되고[1], 그 외에 안개와 같은 시각적 연출, 소화 설비 등에서도 사용된다. 이산화탄소가 공기의 정상적인 구성 요소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위험성이 큰 물질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이산화탄소가 급격히 증가하여 산소를 대체하거나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실신이나 사망과 같은 심각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2-4]. 국내에서는 드라이아이스에 의한 사고 사례[5]가 보고된 적이 있지만, 자살에 이용된 사례는 지금까지 보고된 바 없다. 밀폐된 공간에서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한 사망은 산소결핍성질식과 산소가 충분한 경우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로 인한 중독을 고려해 볼 수 있고, 부검이나 다른 검사에서 특별한 소견이 없기 때문에 배제적 진단으로서 사건 상황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저자들은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한 자살 3예에서 현장 상황과 특징들을 살펴보고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1. 증례 1
변사자는 40세 남성으로, 출근하지 않은 것을 이상히 여긴 직장동료가 119와 함께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가 사망해 있는 변사자를 발견하였다. 방 안의 보일러가 작동 중인 상태에서 변사자는 전기장판 위에 이불을 덮고 반듯이 누운 자세였다. 대량의 드라이아이스가 바닥에 울타리 모양으로 쌓여 머리 위와 이불 주변에 둘러져 있었다(Fig. 1). 외표 검사에서 얼굴과 목 부위의 울혈, 양쪽 눈꺼풀 이음막에 소수의 점출혈, 입안에 다량의 포말이 관찰되었다. 전신에서 특별한 외상은 없었다. 부검에서는 다른 사인이 될 만한 손상이나 질병이 확인되지 않아 해부병리학적으로는 사인을 알 수 없었다. 따라서 산소결핍성질식이나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사인을 불명으로 판단했지만, 산소결핍성질식 또는 고농도 이산화탄소에 의한 독성 작용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수사 결과 변사자는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 CCTV에 드라이아이스 16박스를 집으로 옮기는 영상이 확인되었다. 경찰은 현장 상황과 주변인 진술 및 부검의 의견을 바탕으로, 투자 실패와 생활고 등으로 인한 자살로 사건을 종결하였다.
2. 증례 2
변사자는 29세 남성이다. 집주인은 변사자와 계약일이 지나도 연락이 되지 않자 거주지를 직접 방문하여 화장실에서 사망해 있는 변사자를 발견하였다. 변사자가 머리에 덮어쓰고 있던 비닐봉지 안에는 개별 포장된 드라이아이스 봉지 5개가 들어 있었고 목 부위를 벨트로 묶은 상태였다(Fig. 2A). 드라이아이스가 배송된 택배 박스가 있었다(Fig. 2B). 외표 검사에서 전신에 걸쳐 부패 변색, 부패망 형성, 피부가 쉽게 벗겨지는 현상, 건조 등의 부패성 변화가 관찰되었다. 눈꺼풀 이음막의 점출혈은 없었다. 비닐봉지 안에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부검에서는 해부병리학적으로 사인을 판단할만한 내부 손상이나 질병은 없었다. 부패로 인해 사인을 알 수 없다고(불명) 하였지만 현장 상황과 수사 기록 등을 종합하여 드라이아이스에 의한 산소결핍성질식이나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수사 결과 타살 혐의점은 없었고, 확인된 사항을 종합해 자살로 종결하였다.
3. 증례 3
변사자는 29세의 무직 남성으로, 변사자로부터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를 받은 아버지가 지인에게 확인을 부탁하여 지인이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가 변사자가 사망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변사자는 좌식 테이블에 턱의 오른쪽을 걸치고 오른쪽 측면으로 누운 자세였다. 방바닥에 드라이아이스가 가득 담긴 대형 고무 대야가 있었다. 2개의 30 kg 드라이아이스 포장 박스 중 하나는 비어 있었다. 포장을 뜯지 않은 박스 위에 가위, 그리고 드라이아이스를 옮길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장갑이 좌식 테이블 위에 있었다(Fig. 3A). 포장된 박스 안에는 드라이아이스가 가득 들어 있었다. 좌식 테이블과 노트북 컴퓨터에는 변사자의 호흡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호기 혈흔이 관찰되었다(Fig. 3B). 외표 검사에서 입 주변에 포말과 오른쪽 눈꺼풀 이음막에 소수의 점출혈이 관찰되었다. 전신에서 특별한 외상은 없었다. 사고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되었다. 현장 검안에서 사인을 상세 불명의 중독사로 추정하였다. 부검은 시행되지 않았으나, 심장 혈액과 위 내용물 등의 약독물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드라이아이스에 의한 산소결핍성질식이나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있었고, 경찰은 자살로 사건을 종결하였다.
고 찰
우리나라의 산소 치환 방식 자살 현장에서 주로 관찰되는 형태는 비닐봉지를 덮어쓰고 목 부위를 조이거나, 그 안으로 가스 튜브를 넣고 목 부위를 조인 상태에서 질소(nitrogen)나 헬륨(helium)가스를 주입하여 산소를 대체하는 방법이 점점 더 많이 사용되어 지고 관찰된다[6]. 이산화탄소도 산소를 대체할 수 있지만, 질소나 헬륨에 비해 매우 드물게 관찰되고 자해나 자살에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7]. 산소결핍은 공기 중 산소 농도가 18% 미만인 상태를 뜻하고, 환기가 되지 않거나 산소가 부족한 환경, 다른 가스가 산소를 치환하여 정상적 호흡이 불가능하여 질식으로 사망하게 되는 경우를 산소결핍질식사로 진단한다[8]. 질소나 헬륨, 수소 등은 단순 질식제로 원래 가스 자체는 독작용이 없으나 공기 중에 많이 존재하면 산소분압이 낮아져 조직에 산소 공급의 부족을 초래하여 질식을 일으킬 수 있다. 이산화탄소는 분자량이 44로 공기보다 1.5배 무겁다(1.98 kg/m3 vs. 1.29 kg/m3) [7,9]. 일반적으로 열린 공간에서의 자연적인 이산화탄소의 발생은 공기 중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농도가 낮고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구덩이, 광산, 지하 저장고, 냉동고, 발효조, 광산, 방, 같이 밀폐된 공간이나, 공기 흐름이 없고, 환기가 되지 않는 장소에서 바닥에 가라앉고 축적되며[9,10], 특히 좁은 공간의 경우 급속도로 산소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11].
이산화탄소는 고농도(5% 이상)에서 과이산화탄소혈증과 호흡성 산증을 유발하는 등 독성을 나타내며[9], 정상적인 산소 농도에서도 사망할 수 있다[12]. 이산화탄소의 독성은 호흡 중추에 미치는 영향과 산소 대체로 인해 발생하는데, 저농도부터 호흡 중추를 자극해 고농도에서 호흡 억제와 무호흡까지 유발하여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 있다[1,2]. 공기 중 이산화탄소 비중이 1%-3%일 때 경미한 호흡기 증상, 심박수 증가, 빈호흡이 나타난다. 4% 이상일 때 뇌의 혈액 순환 장애, 현기증, 메스꺼움 등으로 건강이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고[2,10], 8%-10% 이상일 때는 몇 분 내 의식 상실하거나 사망이 가능하며, 30% 이상일 때 몇 초 만에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를 수 있어[1,2,9] 저산소증으로 질식하기 전에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할 수 있다.
사례들은 모두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 산소를 치환하여 저산소 또는 고농도의 이산화탄소 환경에 노출시키는 방법으로 자살에 이용하였으나 그 방법은 조금씩 달랐다. 문헌에 보고된 드라이아이스 자살 사례들은 저자들의 사례와 유사한 점이 많았다. 첫 번째 사례는 대량의 드라이아이스를 자신이 누울 자리 주변에 울타리 모양으로 둘러쌓은 상태에서 이불을 덮고 바닥에 누운 자세로 얼굴이 바닥과 가깝게 유지된 상태이었다. 방안의 보일러가 작동되고 있었던 점으로 볼 때 드라이아이스의 승화를 촉진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결국 이산화탄소가 바닥에 고농도로 축적되면서 사망하였다. 유사한 사례로 53세[7]와 25세[13]의 남성이 욕실 내 모든 환기구를 밀봉하고 그 안에서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한 사례, 밀폐된 공간이지만 좀 더 협소한 장소인 차량 내에 50 kg의 드라이아이스를 두고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14]. 두 번째 사례는 비닐봉지를 덮어쓰고 목 부위를 허리띠로 조이는 방법만으로도 충분히 산소결핍 질식으로 사망할 수 있지만, 비닐봉지 안에 개별 포장된 드라이아이스 5봉지를 넣어 고농도의 이산화탄소 흡입 및 산소 치환, 산소결핍으로 사망하였다. 유사한 사례로 비닐봉지 내 두 개의 유리컵에 구연산과 베이킹소다의 혼합물을 넣는 방법으로 이산화탄소 가스를 생성시키고, 비닐봉지를 덮어쓴 후 목 부위를 고무줄로 조여 사망한 사례[15]가 있었다. 세 번째 사례는 대형고무대야에 물을 담고 대량의 드라이아이스를 침수시키는 방법으로 승화를 촉진시킨 것으로 추정하였다. 공기 중에 드라이아이스가 노출되었을 때 주변의 공기가 물보다 쉽게 냉각되어 승화율이 떨어진다. 물은 비열이 공기보다 월등히 커 물속에 드라이아이스가 있을 때 주변 물 온도의 저하가 늦기 때문에 승화 속도가 공기보다 훨씬 빠르다.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 대량의 드라이아이스를 세탁 바구니에 담아 물이 담긴 욕조에 침수시켜 승화를 촉진하는 방법으로 사망한 사례[16]가 있었다. 현장에서 관찰된 호기 혈흔의 경우 저산소증에 의한 폐부종과 혈관의 수축 등으로 과호흡 상태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17]. 드라이아이스를 직접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산화탄소 가스를 이용한 타살은 극히 드물었다[18]. 남편은 수족관 식물에 비료로 쓰이는 이산화탄소 500 g의 일회용 실린더와 흡입용 마스크 등을 이용해 잠든 아내와 두 아들을 사망케 한 후 자살했다. 순수한 이산화탄소를 흡입하면 과이산화탄소혈증과 심각한 무산소증으로 빠르게 의식을 잃는다. 이산화탄소 농도의 급속한 증가는 피해자를 무력하게 만들고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방어할 수 없게 한다. 흡입용 마스크에서 가족 4명의 DNA가 모두 검출되었다.
산소결핍질식과 이산화탄소 중독의 사인 결정에 있어서 사건 상황과 현장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장에서 대기 가스를 채취하거나 가스 측정기로 특정 가스의 농도나 산소 가스의 농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저자들의 사례에서 시행하지 못한 것은 제한점이지만, 119의 현장 진입과 구급활동으로 환기와 함께 현장이 훼손되어 실무적으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능하다면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시행할 필요성이 있고, 만약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사건 현장의 재구성을 통해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실험 측정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12,19]. 현장 조사 시 드라이아이스의 양, 공간의 크기, 변사자의 자세와 위치, 현장의 온도, 승화 촉진 방법의 사용 여부 등을 포함해 자세히 살피고, 이산화탄소 가스의 산소치환에 의한 산소결핍성질식과 더불어 이산화탄소 중독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산소결핍성 질식으로도 사망할 수 있지만 정상적인 산소농도가 유지 되더라도 이산화탄소가 고농도로 증가하면 중독으로 사망할 수 있다[12]. 드라이아이스로 사망한 사례를 현장과 동일한 조건으로 실험한 문헌들[12,14,19]과 이산화탄소 중독에 관한 문헌[1,2,9]을 살펴보면, 사례들의 현장 상황과 비교해 볼 때 이산화탄소 중독사도 충분히 고려될 만하다. 산소결핍질식과 이산화탄소 중독에서 대기 성분에 포함되어 있고 정상적인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가스는 중독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독성학적 분석에서 이산화탄소 농도의 탐지는 가능하다. 다만 사망 직후 부패로 인해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급격히 증가하므로 검출 시 부패로 인해 발생한 양과 구분해 판단하기 어려워 일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거나 쉽게 해석할 수 없다. 부검에서도 이산화탄소 중독과 연관하여 특별한 소견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낮은 승화점을 가진 드라이아이스에 피부가 직접 접촉할 경우 영하 78℃의 고체라 열을 빼앗는 속도가 빠르고 피부에 붙으면 잘 떨어지지도 않으며, 시간 경과에 따라 화상과 증상이 비슷한 동상인 냉온 화상(ice burn)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16]에서 유용한 단서가 될 수는 있다.
부검에서 볼 수 있는 이산화탄소 중독의 특징적인 병리학적 소견이 없더라도 부검을 통해 확인 가능한 다른 원인이나, 자연적 질병 및 외상 등 사망 원인의 배제적 진단을 위해 약독물 검사를 포함한 완전한 부검을 시행할 필요가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수많은 자살 관련 정보처럼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드라이아이스도 풍선 가게의 헬륨 가스나 산업 현장의 용접용 질소 가스처럼 오용될 위험성이 있다. 산소 치환 방식의 자살 현장에서는 머리에 비닐봉지를 덮어쓰고 목 부위를 조이거나 그 안으로 가스 튜브를 넣는 형태가 많다. 이때 사용된 가스는 가스통에 담겨져 있고, 압력 조정기와 튜브, 혹은 튜브를 사용하게 됨으로 누구나 현장을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한 산소결핍성질식이나 이산화탄소 중독사의 현장에서는 이러한 물건들이 관찰되지 않을 수 있고, 드라이아이스가 모두 승화한 경우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수사관들이 간과한다면 사망의 종류가 달라질 수도 있다. 현장에서 드라이아이스와 관련된 포장지나 구매 내역 등이 관찰될 경우 현장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여 산소결핍성질식이나 이산화탄소 중독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Notes
Conflicts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