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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Leg Med > Volume 45(1); 2021 > Article
진단서와 부검, 그리고 영아급사증후군에 대한 소고

Abstract

Because their contents would be utilized in many parts of society, medical diagnosis should be accurate and veracious especially for dead body. Autopsy records are one of the representative form of medical diagnosis determined by forensic pathologists, which are superior to the certificates for postmortem inspection in their completeness. But autopsy has its own limitation because of morphologic and biochemical changes in postmortem status and diagnostic criteria mainly based on clinical situations. Also, various diseases with only functional impairments or borderline/ambiguous changes make the forensic diagnosis difficult, for example, sudden infant death syndrome (SIDS). Even though numerous researchers with various backgrounds have been dedicated to clarifying the nature of SIDS, it seems too early to use this term in autopsy diagnosis in general. A thorough investigation of the death scene, the family dynamics, and the medical history should be guaranteed and the forensic pathologists should agree for the definition and diagnostic criteria of SIDS based on scientific knowledge.

진단서의의미와 역할

2015년 대한의사협회가 발간한 ‘진단서 등 작성·교부 지침’에 따르면 진단서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등이 건강 상태를 증명할 목적으로 진찰 결과나 결과를 바탕으로 한 판단을 기재하여 작성한 문서”이다[1]. 일반적인 진단서나 소견서를 비롯하여 상해진단서, 사망진단서(사체검안서), 출생증명서 등이 포함되며, 행정적인 목적에 따라 발급되는 각종 감정서도 진단서로 간주한다. 사망의 원인을 비롯하여 사망을 둘러싼 여러 상황을 증명할 목적으로 시신의 외표와 내부, 그리고 혈액 등에 대한 여러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판단을 기재한 문서인 부검감정서 역시 진단서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진단서의 본질은 정확성과 진정성이다. 진단서는 의학적사실에 근거하여 정직하게 작성되어야 한다. 환자 개인에 대한 의학적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진단서가 법적으로 중요한 증거자료로 사용되려면 이러한 정확성과 진정성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데, 실제로 이에 대한 검증도 점차 강화되는 추세이다. 따라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은 진단서는 활용성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진단서를 발행한 의사 개인과 의료인 전체의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에 대한 논란이나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과 관련된 허위진단서 사건, 상해진단서가 동원되는 각종 폭행 시비에서 볼 수 있듯이, 진단서로부터 새로운 사회적 논란이 초래되기도 한다.
진단서 중에서도 사망을 다룬 문서들은 사회적 역할이 더욱 강조되곤 한다. 개인의 사망은 의학적 상태의 종결인 동시에 사회 구성원의 손실이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사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지, 혹시 막을 수 있는 사망은 아니었는지, 다른 개인이나 사회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사망진단서(이하 시체검안서를 포함)는 그러한 여정의 첫걸음이며, 부검감정서는 갈무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사망진단서는 의학적 경과인 ‘사망의 원인’과 규범적 판단인 ‘사망의 종류’를 모두 기술해야 하므로 의학적 소양과 법적 소양이 함께 요구된다. 사망진단서의 질을 높이기 위해 법의학 전문가를 포함한 의료계가 여러 노력을 기울인 결과, 사망진단서에 대해서는 작성 권한을 가진 모든 의료인이 공유할 수 있는 형태로 기본적인 작성 원칙이 정해질 수 있었다.
반면 부검감정서는 목적이나 용도, 의의와 같은 기본적인 방향성 외에는 아직까지 작성자의 재량이 많이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감별 진단의 범위나 진단 기준, 검사 항목과 같은 내용적인 면뿐만 아니라 작성 방법이나 서식, 구성과 같은 형식적인 면에 대한 원칙도 나라와 기관마다 차이가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사망을 둘러싼 여러 제도와 문화, 환경의 차이와 변화 등을 고려하더라도 이러한 원칙을 일괄적으로 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결국 부검감정서는 다른 진단서에 비하여 작성자 개인에게 더욱 높은 책임감과 치열한 고민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겠다.

부검진단의 정확성과 한계

부검은 시신을 해부하여 내부 장기 및 조직을 절개하고 채취하여 시체를 검사하는 것을 말하며, 부검감정서는 부검을 통해 알아낸 사실들을 분석하여 그에 따른 결론을 정리한 문서를 말한다. 시신의 외표와 내부를 모두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화학적 검사와 병리학적 검사, 독성학적 검사 등을 시행하기가 용이하므로 부검은 검안에 비하여 사망의 원인과상황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당연히 사회가 부검감정서에 요구하는 진단의 수준은 사망진단서에 비하여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검을 시행하여도 알 수 없는 부분은 여전히 존재한다. 먼저 형태학적 변화를 동반하지 않는 기능적인 이상은 확인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예가 부정맥이나 변이형 협심증, 간질 등이다. 이들은 병태생리학적으로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임상 병력 없이 부검만으로 이들을 새롭게 진단하거나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는 매우 어렵다. 때로는 형태학적 변화가 충분하지 않거나 비슷한 수준의 여러 변화가 함께 발견되어 사망의 원인을 어느 하나로 단정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코입막음에 의한 질식사나 저체온사, 외상성 축삭손상은 사망 당시의 정황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한 자신있게 제시하기 어려운 진단들이다. 심지어 뚜렷한 외상이 확인되었는데도 그 외상만으로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사망에 이르는 기전은 무엇인지 논란이 되기도 한다. 사후에 일어나는 다양한 생물학적, 화학적 현상들이 부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의학적 변화의 범위를 제한할 수도 있다.
형태학적 변화를 동반하는 질병도 부검으로 진단하기가 언제나 수월한 것은 아니다. 의학계에서 기준으로 삼고 있는 질병의 정의는 대부분 살아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정해진 것이어서 사망한 시신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예를 들어 급성 심근경색증은 부검감정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진단명 중 하나이지만, 부검으로 쉽게 내릴 수 있는 진단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급성 심근경색증을 ‘가슴 통증이나 심전도 소견, 혈중 심근표지자 수치 중 적어도 2개가 급성 심근경색증의 전형적인 양상에 합당할 때’ 진단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런 소견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로 사망했다면 이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시신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다른 진단기준이 알려져 있는 것도 아니다. 심근에서 형태학적 변화를 확인하여 병리학적 진단을 내리고자 하여도, 급성 심근경색증에 특이적인 조직학적 변화가 나타나기 전에 급사한 환자들에서는 이마저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이 외에도 부검 진단에는 임상에서의 진단과정과 다른 여러 특징이 있다. 환자가 자신의 병력을 스스로 진술하거나 말과 몸으로 증상을 표현할 수 있는 임상 진료와 달리 부검에서는 사망자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제공한 간접적인 정보에 의존해야 한다. 사망 관련 제도의 한계로 인해 그 과정에서 누락되는 정보 역시 상당하다. 부검에서는 감별진단의 범위가 질병에 국한되지 않고 손상과 중독 같은 외부요인까지 포괄되어야 하지만 이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의학적 검사는 오히려 제한되어 있기도 하다. 따라서 부검감정서에서는 부검 당시 제공된 여러 사전 정보와 부검을 통해 확인한 모든 소견을 상세하게 기술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상과 다르지 않다거나 특이소견이 없다는 등의 ‘음성 소견(negative finding)’도 양성 소견(positive finding)만큼이나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부검감정서를 작성하는 법의학자들은 이러한 어려움과 한계를 일상적으로 경험하면서 나름의 진단기준을 세우고 있지만, 앞서 급성 심근경색증의 예에서 본 것처럼 임상의학과 달리 진단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이 공식적으로 문서화된 경우가 거의 없어 법의학자로서의 경험에 의존해야 할 때가 많다. 만약 진단하는 사람에 따라 이러한 기준이 지나치게 달라지거나, 그러한 차이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부검감정서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부검감정서를 작성하는 사람들과 달리 이를 활용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결론에 주로 의지하여 여러 법적, 행정적 사항들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검감정서에서 사용하는 여러 용어와 진단명을 세심하게 살펴 그로 인해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임상의학에서조차 그 실체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질환들은 부검에서 진단명으로 사용하여도 좋을지 숙고하여야 한다. 다음에서 논의하려는 영아급사증후군이 바로 그러하다.

부검진단에서 영아급사증후군의 의미

서구에 비하여 그 빈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영아급사증후군(또는 영아돌연사증후군)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꾸준히 보고되고 있으며, 다양한 배경의 연구자들이 이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2-6].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영아급사증후군으로 사망하는 영아는 출생아 천 명당 약 0.2명 정도를 유지해왔으며,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에는 74명의 영아가 영아급사증후군으로 진단되었다고 하였다[7]. 이는 전체 영아 사망의 약 8%를 차지하는데,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전체 영아사망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영아급사증후군의 구성비가 서서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Fig. 1). 영아급사증후군이 하나의 독립된 질병 혹은 질병군으로서 다른 질병과 동등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는 개념인지, 우리나라의 임상의학과 법의학 환경에서 과연 적절히 진단되고 있는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Fig. 1.
Trends in the infant death in Korea, from 2005 to 2018. (A) The proportions of some selected causes of death are shown in solid lines, and the total number of infant death is shown in a dotted line. The category of ‘Unclassified symptoms, signs, and clinical and examinational abnormalities’ which includes sudden infant death syndrome (SIDS) is presented in a black bold line. The proportion of this category has increased recently, while the total number of infant deaths have been continuously decreased for last 14 years. Other categories were selected and presented here for comparison because they are often considered as alternative diagnoses in the infants who are suspected as victims of SIDS. (B) The category of ‘Unclassified symptoms, signs, and clinical and examinational abnormalities’ includes SIDS and other unclassified sudden infant death. The proportion of SIDS is increasing slowly but continuous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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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질환은 그 질환이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양성 소견들이 알려져 있다. 의사는 감별에 필요한 검진과 검사를 시행하여 환자에게 질환에 합당한 양성소견이 있는지 확인하며, 찾아낸 소견들을 바탕으로 가능성 있는 원인들을 감별하고 진단을 내린다. 그러나 때로는 감별에 필요한 특이적인 소견이 존재하지 않아 여러 질환들을 하나하나 배제해나가야 하는 경우가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나 만성 피로 증후군과 같이 증상만으로 정의되는 질환들이나 다발성 경화증이나 사르코이드증과 같이 임상 양상이 다양하거나 불확실한 질환들, 그리고 신체 증상을 동반하는 다양한 신경정신과적 질환들이 이러한 배제적 진단(diagnosis of exclusion)의 과정을 거쳐 진단되고 있다.
특히 법의학의 영역에는 ‘사망’ 외에 어떠한 양성 소견도 없는 무소견 부검(negative autopsy) 사례들이 존재한다. 가능성 있는 사망 원인들이 모두 배제된 무소견 부검 사례들은 어떠한 공통점을 기준으로 따로 모아 그 원인을 밝히려 노력하기도 한다. 영아급사증후군과 청장년급사증후군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청장년급사증후군과 달리, 영아급사증후군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R95 영아돌연사증후군(sudden infant death syndrome)’으로 등재되어 있고, 부검 결과가 확인되었는지(R95.0) 혹은 확인되지 않았는지(R95.9)에 따라 세분류가 달라질 정도로 부검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있다. 이러한 점을 들어 영아급사증후군을 부검 진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시각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및 그 근간이 되는 국제질병사인분류는 환자의 상병을 적절히 분류하고 표현하는 것이 목적이지, 어떠한 진단명의 의학적 정당성이나 활용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는 아니다. 따라서 영아에 대한 무소견 부검에서 영아급사증후군을 진단명으로 사용하여도 좋을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
1969년 영아급사증후군이라는 개념이 처음 제시되었을 당시에는 ‘예상치 못한 영아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모두 포괄하였으나, 2004년 제시된 이후 최근까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San Diego 정의에서는 영아급사증후군을 ‘생후 1년 미만인 영아에게 수면 중 나타나는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죽음으로서 전신부검과 현장 확인 및 병력 수집을 포함한 철저한 조사를 거친 후에도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로 구체화하고 있다[8]. 이는 영아급사증후군과 유사한 양상을 보일 수 있는 다양한 사망원인이 존재하므로 영아급사증후군을 사망진단으로 고려하려면 이들에 대한 철저한 배제적 진단을 거쳐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위의 정의에는 사회적인 변화도 반영되어 있다. 1990년대 미국소아과학회는 영아급사증후군의 개념을 대중에게 알리면서 Back-To-Sleep (똑바로 눕혀 재우기) 운동을 펼쳐 영아급사증후군의 사망률을 40% 가까이 감소시키는 성과를 올렸다[9,10]. 이러한 성과의 상당 부분은 신생아의 수면환경이 개선되면서 침구류에 의한 질식과 같은 사고가 예방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한편 이와 비슷한 시기에 오히려 침구류에 의한 질식사나 원인불명으로 보고되는 영아 사망의 비율이 증가하였다는 보고도 있다[10]. 이는 영아급사증후군이 사망 원인으로 고려될 경우 결정을 내리기 전에 반드시 사망 현장과 부모를 조사하는 등 다른 가능한 원인들을 최대한 감별하려 노력하고, 충분한 정보가 수집되지 않으면 섣불리 영아급사증후군으로 진단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법의학 또는 사법부검에서 영아급사증후군에 대하여 특히 강조되는 부분은 외인사와의 감별인데, 자세성 또는 비구폐색성 질식사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사망은 단순한 사고일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 가해자가 존재할 수도 있고 제조사의 법적 책임을 규명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갑작스럽게 사망한 영아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다양한 기질적 원인에 대한 연구도 다각도로 진행되었고, 심혈관계나 중추신경계 질환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면역학적인 관련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오랜 연구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망의 종류와 원인이 달라질 수 있는 추가적인 정보가 밝혀질 여지가 남아있다면 영아급사증후군을 부검의 진단명으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서두에서 언급하였듯이, 부검은 한 사람의 사망을 갈무리하는 과정이며, 그 무게를 고스란히 담은 부검감정서는 쉽게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의견이 신뢰받기 위해서는 전문가 개인이 정당한 자격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고 그 의견 역시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스스로 자신의 의견에 객관적인 근거가 충분하지 않거나 논리적 타당성이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그러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결론의 확실성을 조정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영아급사증후군과 감별이 필요한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사후 조사의 어려움과 의학의 불완전성을 고려하면 이는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라고 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정제되고 일관된 진단을 위한 노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영아급사증후군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본래의 취지를 환기하고 당대의 의학적 사실과 현실적인 상황에 맞추어 적절한 기준을 설정하여야 하며, 전문가 집단은 그 기준을 공유하고 최선을 다해 준수해야 한다. 영아급사증후군의 감별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빠짐없이 수집할 수 있도록 현장조사나 부검과정을 공통된 양식으로 체계화하려는 노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으며, 우리가 쉽게 참고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되어 있기도 하다[11]. 대표적인 양식으로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홈페이지에서 배포하고 있는 영아돌연사 조사양식(sudden unexpected infant death investigation reporting form)이나 영아돌연사를 위한 국제표준부검양식(The International Standardized Autopsy Protocol for sudden unexpected infant death) 등이 있다[12,13]. 이미 우리나라에서 영아급사증후군의 진단에 이들 양식을 도입하고 제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한 연구도 있었다[5].
물론 이들 양식을 우리나라의 현실에 곧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영아급사증후군의 진단에 필수적인 현장조사를 위한 전문인력이나 제도는 여전히 전무하며, 부검을 시행하는 국내 여러 기관들에서 이들이 제안하는 검사를 모두 시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1996년 처음 발표된 영아돌연사 조사양식이 지나치게 번거로워 사용률이 저조하였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14]. 학회와 유관기관이 서로 협력하여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 영아급사증후군의 진단양식을 준비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행정적인 노력을 기울이되, 그 과도기에는 각 법의학 전문가가 스스로 진단의 적절성을 검토하고 고민을 공유할 필요가 있겠다. 특히 부검을 시행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충실한 현장조사나 추가검사 없이 영아급사증후군을 사망의 원인으로 직접 기술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겠다. 이는 현재 합의되어 있는 영아급사증후군의 정의에 반할 뿐만 아니라, 사망원인의 집계와 이를 바탕으로 한 연구에 혼란을 주고 충분히 감별되지 않은 다른 가능성 있는 사망원인을 은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제언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사망 진단에 참여하는 국내 법의학 전문가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1) 영아급사증후군의 조사 및 진단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부검 여부에 관계없이 영아급사증후군을 공식적인 사망원인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단, 사망원인은 불명으로 하되 적절한 설명과 함께 영아급사증후군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은 무방하다.
(2) 법의학 전문가와 소아과학이나 응급의학과 같은 임상의학 전문가가 전문가 모임을 통해 1차적으로 의학적 사실에 대한 공감대를 이뤄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영아급사증후군이 의심되는 구체적인 사례들에 대해 정제되고 일관된 진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3) 법의학과 임상의학 전문가들은 아동복지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다른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현장조사 및 검사 항목을 선정하고 구체적인 방법과 요건을 표준화하여야 한다. 특히 경찰청과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와 같은 유관기관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관련 제도와 협의체를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Notes

Conflicts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Acknowledgments

This study was supported by the SNUH Educational Research Consulting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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